brunch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멈춰야 하는 관계

by 박진권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타인과 결별하는 데 명확한 이유는 필요 없다. 다수의 사람과 잘 지내는 한 사람이 나와 맞지 않을 때, 스스로 자책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그저 맞지 않는 것이다. 인간관계에는 정답이 없고, 좋은 사람이라고 늘 좋은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서로 반목하는 일도 많다. 개체마다 각각 매력이 있어, 누가 봐도 이상한 존재에게 끌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누군가와 맺고 끊어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의 명백한 잘못도 없다. 시간이 흘러 그냥 그렇게 됐을 뿐이다.


박진권




멈춰야 하는 관계

쓸데없는 모임, 술자리를 뒤로할수록 관계는 단절된다. 과거 새벽 늦게까지 함께 음주 가무를 일삼았던 친구들도 10년이 지나니 감감무소식이다. 근 1년 동안 연락이 한 번도 없다면, 끊긴 인연이고 유지할 필요가 없는 관계다. 물론, 내가 연락하고 싶고 그것에 거리낌이 없다면 이어가도 좋다. 다만, 굳이 여러 인연을 장신구처럼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신의 우승배도 훈장도 아니다. 가끔 타인의 메시지를 훈장처럼 쌓아두는 사람도 있다. ‘이것 봐, 나 이렇게 연락이 많이 오는 사람이야!’라는 듯이 말이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사람일수록 카카오톡의 300+에 집착한다. 그게 본인의 최대 업적인 것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받는 고통의 후유증은 극심하다. 일단, 그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유지하겠다면 대화해야겠지만, 끊어낼 마음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과 멀어질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 바로 대화와 말다툼이다. 멀어져야 하는 상대와의 대화는 조금의 가치도 없다. 그 사람과의 고통스러운 정서 동거 계약만 연장될 뿐이다. 계속해서 똑같은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무조건 끝내야 한다. 그 방법 중 가장 하책은 싸움으로써 끊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단절된 인연은 악연이 된다. 가까운 사이는 내 치부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보복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겹치는 지인이 있다면, 골치 아픈 상황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한다. 열 번 받을 연락을 세 번 정도로 줄이는 것, 열 번 만날 상황을 한 번으로 제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침에는 출근 때문에, 출근해서는 일을 해야 해서,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이나 학원 등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좋은 이유가 있다. 주말에는 가족과의 선약 또는 다른 친구와의 만남 혹은 개인적인 모임 참석으로 최소 3주는 피할 수 있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진 상대는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연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무작정 무시하고, 강력한 어조로 끊어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는 끊어내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이로울 수도 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말처럼, 관계도 마찬가지다. 안 좋은 사람이라도 그가 유일하다면 붙잡아 두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사소한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꼭 필요하니까. 그러나 나는 숨 막히는 둘보다 고독한 하나가 좋다. 공감 없는 여러 관계보다 사랑하는 단둘을 선호한다. 물론 이 또한 정답은 아니다. 관계에 진리는 없으니까.


일치하는 점이 많더라도 사람들 사이가 벌어지고, 일시적인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하는 이유는 현재의 기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분은 현재의 상황, 하는 일, 환경, 신체 상태, 그때그때의 사고 과정 등에 따라 거의 언제나 다르다. 그러기에 조화가 잘되는 인물들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법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