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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란히 내 아이에게
어릴 적 맞벌이셨던 부모님은 매우 바쁘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할머니와 보냈던 시간들은 대개 즐거웠다. 주로 요리를 함께 했는데 가상의 소꿉놀이보다 훨씬 재밌었다.
할머니는 위험한 것을, 난 안전한 것을 맡아했다. 내가 김에 들기름을 바르면 할머니는 들기름 발라진 김을 노릇하게 구웠고, 내가 돼지고기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히면 할머니는 빵가루를 입히고 튀겨 돈까스를 만들었다.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는 항상 산자를 만들었는데 할머니가 뜨거운 조청을 과자에 바르면 나는 튀밥이 가득 담긴 다라를 요리조리 흔들어 조청 묻은 과자에 튀밥이 고르게 달라붙도록 했다.
할머니는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다가 아니고, 이런 것도 다 공부라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할머니는 몬테소리의 몬자도 모르는데 몬테소리 육아를 내게 선보였던 셈이었다.
어린 시절 즐거웠던 기억을 심어준 할머니 덕에 나도 내 아이와 사부작사부작 뭔갈 만들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나를 길러준 사람들의 방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아이를 키우며 하나씩 상기되는 그 순간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