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36살 아니고
나는 매해 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아직 세우지 못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뒤늦게 구입하기도 했고, 수현이 두 돌까지는 육아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올해 대략적인 컨셉을 생각해두고 싶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수안이에게 물었다.
"수안아, 너는 어떤 6살로 살 거야?"
"음...나는 재밌는 6살!"
신선했다. 나의 새해 계획은 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거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는데 6살 어린이는 그저 재밌게 살겠단다. 재밌게 사는 것이 목표였던 적이 없었던 이유는 재밌게 산다는 건 왠지 모를 죄책감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목표는 자고로 지금 당장의 재미를 넣어둬야 할 것만 같았다.
기억해보면 결국 즐거운 일이 남는다. 작년엔 출산 두 달을 남겨두고 일을 관뒀다. 두 달을 최고치로 행복하게 보냈다. 수안이를 유치원에 넣어두고 합정으로 건너가 북카페에서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읽었고, 맛집에 들어가 한 끼를 근사하게 먹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기를 그때 그렇게 한 게 정말 잘한 일이었다.
재밌게 36살을 살아야겠다. 재밌게 육아하고, 재밌게 살림하고, 재밌게 공부하고. 2살 수현이와 6살 수안이와 42살 준혁이와 2025년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