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맥주, 고야, 참푸르, 바다포도
오키나와의 상징(?)중 하나인 오리온맥주. 오리온맥주는 정말 부드럽다. 맥주도, 오키나와도 너무 좋아하는 나는 오리온맥주에 정말 환장한다. 다음 편인 뉴질랜드 편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심지어 뉴질랜드에서도 오리온 맥주를 파는 곳이 있어 찾아가서 마시곤 했다.
더 어릴 때는 혼밥도 잘하고 혼술도 잘했는데, 나이가 들며 언제인가부터 눈치를 보게 되었다. 괜히 민망하고, 20대의 패기는 없고. 하지만 이번 오키나와의 한 달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었기에, 극복도 해볼 겸 다시 혼자 잘 먹고 잘 마시자 다짐했다. 그래서 혼자 마시기에 편한 바 자리가 있는 이자카야에 불쑥불쑥 들어가서 마시기 시작했다. 다시 적응하니 참 좋았다. 일본은 원래 1인을 위한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데, 그동안 나 혼자 괜히 민망해했던 것 같다.
마을을 거닐거나 공부를 하러 다녀오다 저녁이 되면, 어둑어둑한 바다 마을의 정취가 너무나 좋다. 노을이 지거나 햇빛이 조금 남은 해질 무렵의 고요한 마을 분위기는 내 평생 기억할 것 같다.
집에 짐을 풀고 샤워로 땀을 씻어낸 후, 맥주 한 잔 하러 살랑살랑 걸어 나가는 시간은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기분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마치 이 시간을 위해 오키나와에 온 것만 같았다. 한국의 5월 저녁 날씨의 선선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맥주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도시의 도로처럼 밝지가 않다. 가로등이 있어도 도로는 어둡다. 대신 밤에 영업 중인 편의점과 술집들의 간판이 도로를 밝게 밝힌다. 조금 걸어 나가면 이자카야들이 있어 저녁 한 잔 하기엔 무리가 없다.
근처 이자카야 중, 오기 전부터 소개를 받았던 “ゆうな‘’에 자주 갔다. 앨범을 아무리 뒤져봐도 가게 정문을 찍어놓은 사진이 없다. 빨리 맥주를 마셔야 해서 찍을 겨를이 없었나 보다. ‘유우나’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고, 구글에 공식 등록된 가게명은 ‘鶏と豚の縁処 ゆうな’, 영어로는 ‘Chicken and Pork Restaurant Yuuna’이다.
여기 꼬치구이가 제법이다. 너무 맛있어서 오리온을 늘 몇 잔씩 마시고 돌아갔다. 사실 이미 유명한 곳 같았던 게, 한국어와 중국어가 많이 들렸다. 놀러 온 한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혼자 바 구석자리에 찌그러져 오리온과 꼬치구이를 즐겼다.
한국 편의점에도 오리온 캔맥주를 판다. 다른 캔맥주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솔직히 현지에서 먹던 오리온 생맥주의 느낌은 아니어서,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 한국에서 현실을 살아가다 문득 오키나와 한 달 생활이 떠오를 때면, 추억 값이다 생각하며 오리온 캔맥주 묶음을 산다. 캔맥을 쭉쭉 마시며 오키나와에서의 꿈같던 한 달을 추억하고, 금방 돌아갈게 오키나와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고야, 그리고 참푸르'
오키나와의 특산품인 '고야'는 한국말로는 '여주'라고 하는 채소이다. 쓴 맛이 강한데, 고야를 소개할 때 지인들의 반응은 완전히 둘로 갈렸다.
1. '이건 그냥 쓰기만 한데... 이게 왜 식재료야?'
2. '씁쓸한 이 맛이 너무 중독성이 있어, 오키나와 여행에서 이 고야가 너무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내 느낌대로 설명하자면, ‘아주 씁쓸하고 거칠고 질긴 피망인데, 거기다 다듬지 않은 오이 껍질의 느낌이 더해진 야채’ 정도가 되겠다. 설명만으로 싫어할 사람들의 표정이 뻔히 보인다.
나도 처음 고야를 맛봤을 때는 이걸 왜 먹지 싶었다. 고야는 나랑은 정말 안 맞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맛있는 고야 참푸르를 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참푸르’는 섞는다는 의미의 오키나와 음식으로, 일종의 볶음 요리이며 여러 종류의 참푸르 요리가 있다. '고야 참푸르'는 쓰디쓴 고야, 돼지고기, 두부, 계란, 각종 야채를 섞어 볶아 만든 요리이다. 따져보면 꽤나 건강식이다. 고야 참푸르를 안주로 몇 번 먹어봤는데, 전부 다 별로였다. 고야의 쓴 맛이 너무 강하고, 먹을만한 요리라는 생각이 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러 동네 가게인 ‘Burger shop H&S’에 갔다가 사이드 메뉴로 고야 참푸르를 시키면서, 나는 이 고야와 갑자기 친해지게 되었다. 이 집은 함박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따뜻한 고야 참푸르가 너무 내 입에 맞았다. 처음으로 고야 참푸르를 맛있게 먹으며 고야를 받아들였고, 이후로 다른 음식에 있는 고야를 만나도 씁쓸함을 즐기게 되었다. 받아들이고 나니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친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놀러 왔던 친구들은 대체로 고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신기한 맛이네, 하면서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 친구는 ‘이걸 대체 왜 먹어...’ 하며 바로 젓가락을 놓았다.
오키나와에서 맛볼 수 있는 특산품으로 ‘바다포도’가 있다. 일본어로 ‘우미부도’인 바다포도는 해초의 일종인데, 오독오독 터지는 식감이 재밌다. 짭조름한 액체가 안에 들어있다. 바다에서 나지만 비린 맛이 강하지는 않다. 이자카야에서 안주로 주문할 수도 있어서, 독특한 식감 때문에 자주 찾게 되었던 음식이다.
돼지고기 샤부샤부(아구샤브)도 오키나와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다. 9년 전인가 처음 먹어본 후 너무 내 입맛이 아니어서, 그 이후 시도를 해본 적이 없다. 다음에 오키나와에 갈 때는, 아구샤브를 다시 시도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입맛은 계속 변하니까.
다시 갈 준비, 고야참푸르. https://vancouverpotato.tistory.com/20
다시 갈 준비, 온나손 이자카야. https://vancouverpotato.tistory.com/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