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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사람 중 절반이 ‘와얀’인 이유

휴직하고 세계여행 18

by 하라

발리인의 이름 짓는 법


발리 사람들은 독특하게 이름을 짓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를 ‘와얀’, 둘째를 ‘마데’(또는 카데), 셋째를 ‘뇨만’(또는 코망), 넷째를 ‘케뚜’라고 짓는 것이다. 만약 다섯째가 나온다면? 다시 ‘와얀’이라 이름 붙인다. 남자나 여자나 같다. 이를 어찌 아냐면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 이름의 의미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랩을 타면 아저씨들은 으레 ‘왓츠 유어 네임?’이라 묻고, 자신의 이름은 ‘와얀’, 또는 ‘마데’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발리인들의 이름 짓는 법을 한참 동안 유쾌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발리에서 열여섯 명의 와얀과 열두 명의 마데와 일곱 명의 뇨만을 만났다. 우리도 몇 번씩 설명을 들었으면서 처음 듣는 양 신기하다는 듯 호응했다. 이 아저씨들도 하루에 열댓 번씩 자신의 이름을 설명할 것이다. 매번 와하하 웃으며.



발리에서 U-17 여자축구 팬이 되다

발리로 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와니’는 AFC(아시아 축구 연맹)에서 일한다고 했다. 발리에서 대회가 있어 출장을 가는 중이라 했고, 원한다면 나를 초청하겠다 했다. 어떤 대회인지 찾아보니 2024 AFC U-17 여자아시안컵이 열리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출전을 했다. 우리는 와니에게 연락해 초청표를 받은 후 시간에 맞춰 축구장으로 갔다.

20240512_152439.jpg 파도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축구장

그랩 바이크를 타고 우붓의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달려 도착한 축구장은 ‘발리 유나이티드’ 축구팀의 연습구장이었다. 초록 그라운드가 펼쳐지고 바로 바다가 이어진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이다. 파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바다와 가까운데 이런 곳에서 공을 차면 지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다시 만난 와니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스탠드에 자리를 잡았다. 크게 관심을 끄는 대회가 아니어서 관중은 우리와 선수단 가족 몇 명이 전부였다. 상대편인 필리핀에서는 백여 명쯤 응원단이 와 있다. 어린 우리 선수들이 기죽을까봐 목청 높여 응원한다. 관중이 없으니 선수들에게도 응원 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다.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옆에 앉은 선수단 가족과 인사를 나눴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선수의 어머니시다. 신기한 만남이 반가웠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준결승전에도 가고 3, 4위전에도 갔다. 발리에서 축구장만 세 번을 간 것. 한 달 살기를 하니 이런 경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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