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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19. 2022

더 아픈걸 알게 되니 지금 아픈게 잊혀진다!

직장인 투잡 실패기 :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했더니..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아이들이 가끔 장난스레 엄살을 피울 때가 있다.


"아빠~ 나 여기 손등이 긁혔는데 피는 안 나는데 아프고 그래서 밥을 혼자 못 먹겠고 그러니까 먹여줘~~"


이런 식이다.

아무리 봐도 어떤 흔적도 없다. 아마 어딘가에 스치기는 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프기도 했겠지..

먹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사소한 불편함도 버티지 못하는 아이가 되도록 둘 수는 없다!


"딸내미, 그럴 때는 좋은 치료법이 있어 단번에 지금 아픈게 싹 잊혀질거야!"

"오오 아빠 뭔데?!"

"응 다른 곳을 더 아프게 만들면 돼!! 일루와 겨드랑이 꼬집어줄게~~~ ㅋㅋ"

"끼야악 아빠 저리 가!!!!!"


역시 아플 때는

어딘가 다른 곳이 더 아프면 잊게 된다.

아주 좋은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재테크인 줄 알고 시작했던) 고시원의 창업 실패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의 손해를 가져왔다.

물론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지만,

사업이란 걸 처음 경험해 본 16년차 직장인은 약간의 불안정감 속에서도 흔들렸다.

내 그릇이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자책이 아니고 실패기를 쓰는 마당에 잘났다고 쓸 수는 없으니..)


실패 경험담을 공개적인 브런치에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음.. 너무 불쌍하게 올리면 동정심 유발이 될 테고,

한편으로 너무 감정 없이 쓰기에는

이 생생한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담담하게,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존중하고

과거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말 그대로 [복기]하고 싶었다.


사업 무경험 직장인으로서 큰 용기 내어 시작했다가

보기 좋게 넘어졌지만,

힘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을 경험하거나 계획 중인 누군가에게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기록을 남기는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고시원 창업이라는 내 선택 이후에 벌어진 상황들과

그 과정에서 내게 왔던 다양한 감정들을 돌아본다.

그 시기에 힘들었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복기한다.

그 시기에 다양하게 살피지 못했던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

다음엔 더 잘하면 좋겠다.




부끄러운 실패기를 쓰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얼굴도 모르는 다른 작가님들의

위로와 응원이었다.

그중에는 나보다 더 큰 실패를 겪거나

사업가로서 오랫동안 경제적 불안을 경험하신 분들도 있었다.

몇 억원, 몇 십년의 어려움을 겪은 입장에서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투잡으로, 겨우(?) 수천만원을 손해를 본 케이스는 아주 작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더 큰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신기하게도 그 한 마디가 내 실패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 주었다.

그러고 나면 아픈게 잊혀졌다.

"아팠어? 별거 아니야~~" 라고 깨우쳐주는 힘이 있었다.

선뜻 힘든 경험을 공유해준 마음에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고시원 투잡을 시작하기 전에, 해볼까? 말까? 숱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해보는 걸 선택했다.

굳이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마이너스지만, 이 경험을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 해봤다는 그 자체. 해봤기에 이해할 수 있는 감정, 상황, 경험. 폭이 넓어졌다.

2) '최악'이란 무엇일까? 이제 '최악'의 깊이가 예전보다 깊어졌다. 현재가 더 감사하다.

3) 더 큰 사고(?)를 예방했다. 내가 잘하는 것, 못 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쓰기를 잘했다.


1)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이 단단해졌다.

2) 어떤 부분이 부족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3) 위로와 응원을 접하며 "별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좁디 좁은 나만의 세상에서 살다가

바깥 세상을 만난 느낌이다.


감사하게도, 평범한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복기]

고시원과 함께하던 시절, 가장 큰 소망은

주말에 전화가 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전화가 울려야 매출 기회가 생기기는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새삼 소중해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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