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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걸 알게 되니 지금 아픈게 잊혀진다!

직장인 투잡 실패기 :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했더니..

by 제미쓴 일단 해봐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아이들이 가끔 장난스레 엄살을 피울 때가 있다.


"아빠~ 나 여기 손등이 긁혔는데 피는 안 나는데 아프고 그래서 밥을 혼자 못 먹겠고 그러니까 먹여줘~~"


이런 식이다.

아무리 봐도 어떤 흔적도 없다. 아마 어딘가에 스치기는 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프기도 했겠지..

먹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사소한 불편함도 버티지 못하는 아이가 되도록 둘 수는 없다!


"딸내미, 그럴 때는 좋은 치료법이 있어 단번에 지금 아픈게 싹 잊혀질거야!"

"오오 아빠 뭔데?!"

"응 다른 곳을 더 아프게 만들면 돼!! 일루와 겨드랑이 꼬집어줄게~~~ ㅋㅋ"

"끼야악 아빠 저리 가!!!!!"


역시 아플 때는

어딘가 다른 곳이 더 아프면 잊게 된다.

아주 좋은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재테크인 줄 알고 시작했던) 고시원의 창업 실패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의 손해를 가져왔다.

물론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지만,

사업이란 걸 처음 경험해 본 16년차 직장인은 약간의 불안정감 속에서도 흔들렸다.

내 그릇이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자책이 아니고 실패기를 쓰는 마당에 잘났다고 쓸 수는 없으니..)


실패 경험담을 공개적인 브런치에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음.. 너무 불쌍하게 올리면 동정심 유발이 될 테고,

한편으로 너무 감정 없이 쓰기에는

이 생생한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담담하게,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존중하고

과거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말 그대로 [복기]하고 싶었다.


사업 무경험 직장인으로서 큰 용기 내어 시작했다가

보기 좋게 넘어졌지만,

힘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사업을 경험하거나 계획 중인 누군가에게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기록을 남기는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고시원 창업이라는 내 선택 이후에 벌어진 상황들과

그 과정에서 내게 왔던 다양한 감정들을 돌아본다.

그 시기에 힘들었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복기한다.

그 시기에 다양하게 살피지 못했던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

다음엔 더 잘하면 좋겠다.




부끄러운 실패기를 쓰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얼굴도 모르는 다른 작가님들의

위로와 응원이었다.

그중에는 나보다 더 큰 실패를 겪거나

사업가로서 오랫동안 경제적 불안을 경험하신 분들도 있었다.

몇 억원, 몇 십년의 어려움을 겪은 입장에서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투잡으로, 겨우(?) 수천만원을 손해를 본 케이스는 아주 작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더 큰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신기하게도 그 한 마디가 내 실패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 주었다.

그러고 나면 아픈게 잊혀졌다.

"아팠어? 별거 아니야~~" 라고 깨우쳐주는 힘이 있었다.

선뜻 힘든 경험을 공유해준 마음에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고시원 투잡을 시작하기 전에, 해볼까? 말까? 숱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해보는 걸 선택했다.

굳이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마이너스지만, 이 경험을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 해봤다는 그 자체. 해봤기에 이해할 수 있는 감정, 상황, 경험. 폭이 넓어졌다.

2) '최악'이란 무엇일까? 이제 '최악'의 깊이가 예전보다 깊어졌다. 현재가 더 감사하다.

3) 더 큰 사고(?)를 예방했다. 내가 잘하는 것, 못 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쓰기를 잘했다.


1)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이 단단해졌다.

2) 어떤 부분이 부족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3) 위로와 응원을 접하며 "별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좁디 좁은 나만의 세상에서 살다가

바깥 세상을 만난 느낌이다.


감사하게도, 평범한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복기]

고시원과 함께하던 시절, 가장 큰 소망은

주말에 전화가 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전화가 울려야 매출 기회가 생기기는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새삼 소중해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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