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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18. 2022

무엇이 문제였을까?

직장인 투잡 실패기 : 이유는 많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면..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내 수준에서는 제법 큰돈을 날렸다는 후회와,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다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처져있던 어느 날, 문득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아내는 우리가 손해를 본 것을 더 슬퍼할까?

아니면 내가 이렇게 처져있는 것을 더 슬퍼할까?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남편에 대한 걱정이라도 잊게 해줘야 하는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이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왜 실패했을까?


1) 수요분석

창업했던 곳은 대표적으로 고시원이 많은 지역이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이기도 했다.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모객 방안을 철저하게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 대신 내가 인수한 고시원이 가진 약간의 시설 우위에 대해 근거 없이 낙관했다.

전면 리모델링된 곳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시설이 깨끗한 편이었고,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채울 수 있겠다고 쉽게 판단한 것이 실수였다.


2) 사업장 관리와 마케팅

전 원장님은 지방에 거주 중으로 자주 오지 못하여 사업장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청소도 그렇고, 소소한 물품 채우기, 비용 관리 부분도 그랬다.

하지만 전 원장님에게 꼼꼼한 인수인계를 받으며,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뒤늦게 알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였다.

유료 광고를 집행하고 있지 않아서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노출도가 높은 기본 사이트 몇 곳에는 사업장 소개가 올라가 있었다.

막연하게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 역시 실수였다.


3) 빠르게 에너지를 소진

수익이 나지 않으니, 모든 일을 직접 했다.

돌이켜보니 청소 총무를 두었어야 했다.

빈 방, 복도, 공용공간, 주방, 분리수거 등 모든 곳을 직접 청소했고

창고와 사무실도 전부 들어내고 정리했다.

점심시간, 퇴근 후에도 연일 이어지는 무한 청소의 늪에서 끝내 힘이 빠졌다.

다음 실수와도 연결된다.


결국은 준비 부족이다


4) 자신에 대한 무지

내가 버틸 수 있는, 감내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스스로에 대해 참으로 몰랐다.

긴 노동을, 비위생적인 상태를, 영업마인드를, 입실자와의 관계를, 육체적인 힘듦을

무엇이 되었든 내가 감당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어야 했다.


5) 사업가의 강심장

다른 작가님이 지적하셨듯, '사업가의 강심장'이 없었다.

사업이 궤도에 올라오려면 불확실성을 견뎌내야 하는데 그것을 몰랐다.

각종 신고와 인허가와 견적을 내고 거래처를 구하는 일은 괜찮았다.

장부 관리와 입실자 관리도 할만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업가로서의 담대함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

어느 재테크 유튜버의 말처럼 '월급이라는 마약'에 익숙해져 15년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6) 끝까지 버텨야 하나?

버티고, 버텨서 성공할 때까지

고시원이 다시 수익을 낼 때까지 계속 시도했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하신 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투잡 직장인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러리라는 확신도, 그걸 감내할만한 의지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했어야 하는 것은 사전 경험이었다.

한 두 달 만이라도 해봤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책과 강의와 부동산 임장, 내 나름의 사업계획에서는 왜 이런 부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답은 조급함이었다.

빠르게 투잡을 성공시켜 번외 수입을 얻고 싶었고,

가족과의 시간을 늘리고 직장에서의 시간은 줄이고 싶었다.

멀리 있는 목표에 대한 조급한 욕심이

현재의 과제에 대해 눈을 감게 만들었다.

도착해서 할 일을 생각하느라, 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버린 상태가 된 것이다.


타고난 사업가, 타고난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만 투잡이나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나면 더 잘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들도 노력을 한다.

문제는 내가 타고나지도 않았으면서 조급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복기]

목적지에 대한 강한 열망에 오히려 꼼꼼한 준비가 부족했다.

'준비'의 다양한 방식 중 일부만 시도했다.

직접 경험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 자신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장단점을 통해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조급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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