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투잡 실패기 : 그래서 그만 두고 있습니다.
직장인 투잡 실패기에 쓰다만 글.
왠지 부끄러워서 올리지 못했다가, 용기를 내 본다.
복도 청소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여기 사시는 분들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았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게 가장 큰 스트레스인데
입실자분들께 미안한 것도 그만큼 큰 스트레스였다.
아마 처음부터 고시원이라는 업종과 나는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시원 매도를 위해 부동산 실장님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을 때였다.
사실 내가 몇 차례 매도 의사와 금액을 번복했다.
그만큼 마음이 나약한 순간이었다.
문득 실장님이 물어보셨다.
"뭐가 제일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 고시원 잘만하는데 원장님은 뭐가 힘든거에요?"
"매출 안나오는거죠. 광고해도 연락도 안오고요."
"그게 다에요?"
"미안한거요."
"누구한테?"
"입실자분들한테요. 저분들은 저 믿고 한달에 몇십만원을 내는데,
제가 그만큼, 그이상의 편안함을 드려야하는데 그걸 잘 하고 있는지가 걱정이에요"
"하아... 원장님"
"네?"
"제가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사업이랑 참 안 어울리시네요."
"실장님 보시기에도 그런가요?"
"네. 빨리 그만두시고 다른 일 찾으세요. 아니, 그냥 투자만 하세요."
"그 정도일까요?"
"아니 이런 말 하는 사람 처음봐요. 그렇게 마음 약해서 무슨 고시원을 해요."
고시원을 매도한지 8개월이 다 된 지금도 그때의 실장님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고시원의 경험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공무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직장인으로만 살아온 나에게
비즈니스 DNA가 들어있을리 만무했다.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에 비해 너무 급격한 도전을 했던 것 같다.
그게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쉽게 나에게 조언을 하도록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어쨌든 결국
그래서 고시원 투잡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늘 누군가에게 미안했으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었던
소중한 경험에 감사하지만
또 어떤 도전을 해볼지는 계속 시도하고 싶다.
복기를 통해 배웠으니, 그만큼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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