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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19. 2022

에필로그_ 고시원 투잡, 쉬울 줄 알았는데

직장인 투잡 실패기 : 쉽지 않았던 것에 감사합니다.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16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나는 직장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는 다만 돈을 버는 곳이고

그 외의 어떤 것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좋은 인간관계와 목표를 이루는 삶을, 그래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40대가 되고 나니 이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타고나는 성격과 다른 방향으로 바뀌지도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다만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뿐이다.

다른 직장인들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매여 살아왔다.

알량한 주말과 퇴근 후에 한두 시간을 겨우 내 시간으로 받아와서

그나마도 육아와 집안일로 보냈다.

물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행복했지만,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있다. 지금 무언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도 지금과 다름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오늘이 변화하지 않는데 내일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모든 계기는 내 시간을 온전히 소유해 본 육아휴직의 경험이었다.




재테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네가? 투자를 한다고?"

"내 주변에서 가장 재테크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이런 확인을 재차 받는다.


지금이 불행해서가 아니다. 좀 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시간을 소유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늘리며,

나와 우리 가족의 인생에서 우리가 주인이 되고 싶어서였다.


즐거운 도전자가 되어 다양한 재테크를 시도했고,

주된 공부 방식은 유튜브와 책이었다.

어떤 재테크에서는 소소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시도를 하다가 고시원에 이르렀다.


고시원 실패의 이유는 하나로 요약된다.

고시원은 하나의 <사업>인데, 나는 그것을 재테크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사업에는 철저한 준비와 실행, 경영 스킬과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할텐데

사업에 대한 어떤 감각도 없던 나는

도전은 무조건 아름답고 좋다는 생각에 덜컥 새로운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급했다.


고시원 창업에 소요된 모든 비용은 대출이었다.

쉽지 않은 일을 쉽게 생각했던 댓가는 혹독했다.

대출받아서 시작한 고시원에서 손실이 커져갈수록 마음은 내려앉았다.

실패를 인정하고 벗어나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모든 원인은 도전을 쉽게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있었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 얻어낸 것은 '겸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앞가림과

매출을 올리기 위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던가

세상에 쉬운 돈벌이는 없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돈을 그냥 숫자가 아니라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 눈물이 들어간 것으로..

돈 앞에 겸손해진다.


여전히 나와 가족의 자유로운 시간을 위해 도전할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다고 하면 탐욕이라고 한다.

난 돈으로 시간을 사고 싶다.

시간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겸손하게 돈의 댓가를 치르며

그렇게 마침내 원치 않는 것들로부터 내 시간을 지켜내고

한 번뿐인 인생,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것이다.


복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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