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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Nov 16. 2024

나는 대필작가다.2

01.글을 대신 쓰는 사람? 대필작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대필작가라는 세계로 뛰어들다



11살 문학소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시작된 때가 11살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엄마 친구 중 한 분이 집에 오셨다.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권유하시는 모양새였고 엄마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담에 살게."라는 말로 어색한 상황을 벗어났다. 그날 이후 엄마는 서울에 가서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책 한 권씩을 사 오셨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 탓에 책을 파시던 친구 분의 권유를 거절했던 게 못내 내게 미안해하셨다는 것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엔 책 방문 판매가 인기였고 집집마다 명작 동화니, 세계 위인전 같은 전집 한 두 세트는  책장에 꽂혀 있던 시대였다.


엄마가 한 권씩 사다 주셨던 책들은 '어린 왕자', '소공녀', '플란다스의 개'등등 나름 명작들이었고 난 단숨에 그 책들을 읽어 나갔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딸을 보던 엄마는 어느 날 세계명작동화 100권짜리 전집을 사 주셨다.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돈키호테를 읽고 이솝우화를 읽었다. 나는 돈키호테를 통해 그의 광기 어린 자유를 따라가며 그 자유의 의미에 대해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느꼈고,  이솝우화 그  간결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세상은  어린 나에게 한없는 경이로움을 주었다. 나와 삶과 인간에 대해 묻게 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렇게 나는 점차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발견해 갔다. 글로 이루어진 세상은 무한했고, 나는 그 속에서 자유로웠다.


11살의 어린 나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책이라는 문을 열고 끝없이 이어진 이야기의 미로 속을 걷고 있었다. 책은 내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이었다. 그것은 나를 움직이는 힘이었고, 나를 꿈꾸게 하는 빛이었다. 그때 품었던 책에 대한 사랑과 글에 대한 열망은 지금까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것이 나를 작가라는 꿈으로 이끈 첫걸음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내 글은 언제나 어딘가 부족해 보였고, 작가들의 유려한 문장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만큼, 내가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한다는 절망도 커져갔다.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책을 뒤적이며 문장을 배워보려 했지만, 나의 글은 여전히 매끄럽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따뜻하거나 강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게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내겐 재능이 없어.'

꿈과, 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글을 쓸 수 없다는 자기 합리와 재능이 없다고 인정해 버린 나의 무기력함....

시간이 지나며 나는 글에 대한 열망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버렸다. 글을 쓰겠다고, 작가가 되겠다고 꿈꾸어 온 내가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서, '재능이 없다'라는 사망선고를 내렸다. 외면하는 것. 아마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글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은 가슴속에서 계속 숨죽여 있었는지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기자생활은 내가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시장에서 채소를 정리하던 할머니의 손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소녀처럼 빛나고 있었고,  작은 공방에서 작품을 완성하던 청년에게서는 나처럼 숨겨지지 않는 꿈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고 싶어졌다. "당신의 11살은 어땠나요?" 그렇게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글이 단순히 나의 표현을 넘어 그들의 삶을 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 내 글이 더 이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사라졌다. 대신,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기자로서 쓴 글들은 어느덧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깨웠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다리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작은 빛을 더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고, 삶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로 이끌었다. 다양한 삶 속에서의 수만 가지의 길. 그리고 그 길들 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내는 나는,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대필작가라는 기분 좋은 명함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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