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작업실
2017. 5. 16
채윤이의 꿈은 걸그룹 가수인데, 그래서인지 콘서트를 여는 걸 좋아하나 봐요. 노래 공연을 하고, 퀴즈를 내서 맞추면 고무줄 팔찌를 선물해 주었는데, 매니저들이 중요하게 회의할 내용이 있었는데 배려해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보러 오라고 해서 조금 곤란했습니다.
2017. 5. 22
지난주부터 채윤이의 주도로 걸그룹 '해피데이'를 결성해서 활동 중인데, 점점 체계가 갖춰져 가고 있어요. 오늘은 새 멤버를 영입하고, 매니저도 섭외했습니다. 멤버들의 닉네임(사랑데이, 행복데이, 나눔데이, 좋은데이???)도 정하고, 데뷔 기념 팬 미팅도 했습니다.
항상 채윤이가 아이들을 모아서 뭔가를 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채윤이를 잘 따르고, 또 채윤이가 멤버들 개개인의 불만 사항이나 요구사항을 나름대로 잘 들어주면서 조정을 하더라고요. 채윤이를 이문238의 저학년 반장 같은 역할을 주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17. 5. 31
채윤이는 계속해서 걸그룹을 준비 중이에요. 오늘은 새로운 멤버를 캐스팅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멤버 소개 포스팅을 작성했어요.
2017. 6. 5
해피데이 콘서트를 열었어요. 오랜만에 원 멤버들이 모여서 함께 공연을 했어요. 공연 포맷은 여전히 노래 공연+약간의 퀴즈인데, 오늘은 예슬이가 아주 적극적으로 공연을 관람해서(거의 방해가 될 정도였어요. ^^;) 분위기가 색달랐어요. 재윤이도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었어요.
금별이가 승연이와 채윤이가 붙여놓은 해피데이 모집 포스터를 보고 멤버로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했어요. 금별이는 승연이가 참여자들에게 내둔 숙제도 했어요. 과연 저 포스터를 누가 볼까 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와서 흥미로웠어요. 참여자가 생기면 채윤이가 마냥 좋아할 줄 알았는데, 모집이 이미 다 끝났는데 멋대로 적었다고 오히려 살짝 화를 냈어요. 앞으로는 멤버가 되려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2017. 6. 7
채윤이는 오늘도 해피데이 친구들과 공연을 했어요.
채윤이가 카메라를 들더니 이문238 뉴스를 찍겠다고 하면서, 저희를 인터뷰했어요. 생각보다 예리한 질문이 많아서 놀랐어요. 안타깝게도 카메라 조작법을 잘 몰라 처음에 한 인터뷰는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두 번째에는 다시 제대로 촬영을 했어요. 확실히 채윤이는 무언가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문238 뉴스를 찍어주면 좋겠어요. 윤경샘이 오늘 찍은 뉴스를 유튜브에 올리자고 했어요. 이렇게 여기서 찍은 것들을 하나씩 유튜브에 올려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2017. 6. 26
해피데이 미팅을 진행했어요. 오늘은 촬영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해피데이 미팅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채윤이는 예슬이가 저번에 콘서트를 방해했다며 이번에는 예슬이가 오면 해피데이는 미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친구들과 선생님이 미팅 구경을 하러 가면 예슬이도 함께 올 것이라고 해서 오늘은 해피데이를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2017. 6. 28
채윤이는 오늘도 해피데이 활동을 했어요.
2017. 8. 9
애니벌(승연)과 해피데이(채윤)가 통합을 하였습니다. 어제 두 아이가 열심히 이야기하더니 드디어 결론을 맺은 것 같아요. 작업실 끝나고 나서도 계속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작업실에서는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보였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그룹이 원만히 조정한 것 같습니다. 승연이는 애니벌과 관련된 게시물을 뜯어고쳐 해피데이와 애니벌 관련 게시물로 바꾸었어요! 애니벌의 의미가 계속 궁금했는데 애니벌은 트와이스의 데뷔 전 그룹명이었다고 하네요.
2017. 8. 10
해피데이에 새로운 친구들이 가입했습니다. 승연이는 해피데이와 애니벌이 합쳐져서 무척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작업실에도 매일 와서 아이돌 만들기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합니다.
오늘 승연이는 현수와 연동이를 보이그룹으로 영입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승연이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고 아이들이 계약서 비슷한 것에 이름을 여러 개 썼어요. 해피데이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가끔 너무 현실적이어서 놀라워요. 오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승연이가 열심히 설명해주고 아이들은 서명까지 했는데 연동이에게 승연이랑 뭐 했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또 승연이가 오늘은 은우에게 실제로 발성 연습을 시켰어요. 승연이가 해피데이 소속이 되고 나니 진행이 수월한 것 같아요.
2017. 8. 17.
해피데이에 새 멤버를 영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철판 아이스크림 따라 만들기를 하였습니다. 석계초등학교에서 새 멤버 신청이 들어와서 꽤 바쁜 눈치였습니다. 신청서를 만들기 위해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알아갔습니다.
새삼 조별 과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 조용한 수업 시간, ‘조.별.과.제.’ 네 글자가 등장하면 교실 곳곳에서 원망 섞인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인터넷에 조별 과제를 검색하면 각종 괴담이 쏟아질 정도로 어느새 조별 과제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아이들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조별 과제를 하는 걸까요?
해피데이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참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그룹을 조직하고 관리합니다. 캐스팅 또는 오디션으로 멤버를 모으고 이름을 정한 후 공연을 준비합니다. 때론 분쟁으로 그룹이 갈라지기도 하고 협상 끝에 통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열정적인 콘서트를 열고, 팬 미팅을 통해 팬들을 관리합니다. 해피데이의 모든 발자취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혼자서 하는 작업과는 전혀 다른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해피데이 프로젝트 안에 펼쳐집니다.
분명, 함께라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혼자 하는 작업은 확실히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나의 리듬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죠. 반면 함께하는 작업은, 작업 말고도 관계 속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고, 작은 결정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맞는 그날 세상에 못 할 일 없을 듯 신나는 그 기쁨을요. 함께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남을 근사한 함께의 힘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