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쉼, 세 번째 이야기
영화 <접속> 기억하세요?
목소리만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한석규 씨와 콧잔등의 찡그림까지도 사랑스러운 전도연 씨가 랜선 밀당의 진수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바람에 흥행과 화제를 한 번에 잡았던 작품이죠. 이 영화 덕분에 유니텔을 비롯한 PC통신이 한창 주목받았으니 그 영향력을 짐작할 만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요즘 세상에는 꽤 익숙한 일이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PC통신으로 친구를 사귀고 연인을 만나는 지인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혼자 만나도 괜찮겠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건넬 만큼,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했던 저라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 바뀌고,
저는 PC 앞에 앉아 혼자 웃고 울며 브런치 답글을 달고 있습니다.
작가님, 답글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에 이렇게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답글의 라임을 '감사'로 통일할만큼
처음에는 그저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늘어나는 답글 속에
감사를 넘어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 SNS도 하지 않던 제가, 온라인에서 온기를 느끼다니 스스로도 놀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시절, 가장 따뜻한 위로를 브런치에서 얻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때로는 얼굴을 모르기에 더욱 솔직할 수 있다는 것.
가끔은 한 발짝 떨어진 사람의 위로가 더욱 편안하다는 것.
글을 통해 이뤄지는 소통은 참으로 따뜻하다는 것.
브런치 답글을 나누며,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이름과 현실의 역할에서 조금 비켜서서,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생각과 마음을 내비칠 수 있는 곳.
브런치는 저에게 그런 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넉넉한 배려와 따뜻한 응원으로 제게 쉴 곳을 마련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좋은 글벗이 되어 드릴 수 있도록 부단히 읽고 쓰며, 마음을 더하겠습니다.
답글 청정지역인 브런치가 앞으로도 악플이나 광고글에 오염되지 않고, <접속> 속 전도연 씨와 한석규 씨의 대화처럼 조용하고 느린 연결들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어디 사시는지, 몇 살이신지는 모르지만 글로 만난 인연, 소중히 간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