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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Oct 12. 2024

우리에게는 플랜B가 필요하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우리는 퇴직 후에도 무려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정년까지 지겨워서 어떻게 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생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60세까지 바짝 일해도 나머지 40년의 생계를 메꿀 자신이 없다.  


근래 또래들과 만나면 노후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앞으로 몇 년이나 직장 생활을 더 할 수 있을지,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를 꾸려 나가려면 얼마를 더 모아야 할지, 정년 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지 온갖 고민이 쏟아져 내린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가장이 혼자 벌이를 하여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평균수명 연장, 저출산, 빈부 격차 심화, 산업 발전의 고도화 및 가속화, 부양에 대한 시각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외벌이로 가족을 책임지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집안이 부유하거나 고소득을 창출하거나 투자에 성공하지 않는 이상,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는 이제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버텨내는 것을 넘어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생계유지의 플랜B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 정년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의미 있게 꾸려 나갈 있을까? 나름의 고민과 주변의 사례를 종합해 봤을 때 나는 방법으로 가지를 들고 싶다.


첫 번째는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연계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성공 확률도 높은 편이다. 한 업계에서 나쁘지 않은 경력이 쌓이고 네트워크가 넓어지면 외부 행사의 강연자로 초청받거나 자문 또는 심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관련 학과의 겸임 교수로 위촉되거나 방송 패널로 출연하거나 관련 서적을 발간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 업계에서 큰 구설수 없이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또한 추가적인 공부를 통해 관련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반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본인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능숙한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취미의 고도화 및 수익화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 재직했던 분이 모 물류회사 신입사원으로 도전하는 사례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상황을 명확히 직시하고 도전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용기가 있었기에 그분은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 성장했고 새로운 도전에도 망설임 없이 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특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확연히 늘어나는 중년의 시기에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을 완벽히 새로 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십 년 간 해왔던 업무를 정년이 지나서까지 이어가고 싶지는 않은 분들에게 취미의 고도화 및 수익화를 추천한다. 등산을 즐기던 분은 숲해설사로, 탁구를 즐기던 분은 체육센터 강사로, 꽃꽂이를 즐기던 분은 꽃집 사장님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본디 취미라는 것이 없는 시간을 쪼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시작된 일이기에 정년을 취미 생활로 채우며 생계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평생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평생 하고픈 일이 있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만 해당될 것이다. 같은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독서 외 별다른 취미가 없는 현실의 나에게는 첫 번째 방법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평생, 나의 꿈은 작가였다. 매일 글을 쓰는 것,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것, 책 내용을 토대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생활을 가득 채우는 것이 내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노후의 모습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햇살이 쏟아지는 창을 옆에 두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보인다. 눈은 침침해지고 머리는 하얗게 새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으로 글을 적어 내려가는 내가 느껴진다.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벌이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평생 꾸어 온 이 꿈을 위해 지금도 글을 쓴다. 20년의 직장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것은, 그리고 가장 바쁜 시기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매주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고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해 나갈 작정이다.  



뿌리가 단단해야 꽃이 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본업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뿌리를 내려야 줄기가 바로 서고, 줄기가 바로 서야 꽃이 핀다. 아무리 노후 대비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이 일 저 일 전전만 하다 보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본업에 충실하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때 다음 단계가 열리는 법이다. 본업에서 충분한 경험과 성장을 이룩했을 때 노후에 대한 청사진은 자연스럽게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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