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년이 온다 (6)
연일 항소 취소를 두고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변한 게 없네...
기러기들이 줄 맞추어 울며 날아가듯, 기자라는 사람들이 검찰 내부의 누군가의 지휘에 맞추어 울고있다. 변한 게 없네...
어제 받아 적은 대목에서 가슴에 남은 것은, 내게 총을 쏜 군인들을 생각하는 장면이었다.
따뜻한 손가락...
로봇이, 기계가 아니었을 테니, 그 손은, 그리고 그 손가락은 분명 체온이 있었을 테니, 따뜻한 손가락. 그 따뜻한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긴 거였다. 그래서 글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작가가, 너무 아팠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매순간 한줄 한줄 마다, 그 희생자들의 속을 유영하며 홀로 쓰다듬고, 홀로 울다가 나오는 모습이 상상됐다. 모네의 그림을 두고, '색'보다 '형태'를 우선시했던 세잔느마저도, "그는 신의 눈을 가졌다"라고 찬양했다. "팔레트를 세 개나 쥐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물감을 찍어나갔다." 수련을 그리던 모습을 친구인 클레멍소가 회상한 대목이다. 그렇게 빠르게 찍어나간 것은 직감적으로 이미 그의 눈이 '색'이 '빛'을 받아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던 거였다. 한강은, 우리 흘려보낸 수많은 순간들을 모두 '기억'해 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기억들의 장면을 '아프게' 꺼내놓아 보여준다.
'리어카에 실려 행렬을 앞서 가던, 역전에서 총을 맞았다던 두 아저씨의 몸은 어떻게 됐을까. 끄덕끄덕 허공에서 흔들리던 벗은 발들은 어떻게 됐을까.' (한강, 소년이 온다 59페이지)
이 대목을 읽으며, 작가가 모든 순간들에 '마음'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면. 궁에서 죽어 나온 시신이 수레에 실려 덜컹거리는 옛길을 지날 때 빗은 발이 흔들리는 모습, 그 모습을 두고, 그 '벗겨진'발에도 '마음'을 담아, 마치 영화 광해에서 버선발로 뛰어온 이병헌의 발을 쓰다듬던 무사의 손길처럼, 그 벗겨진 발을 볼로 쓰다듬듯이, '끄덕끄덕'이라 표현했다. '끄덕끄덕'은 우리가 머리를 끄덕인다고 할 때 쓰는 표현이 아니던가.
그렇게 사소한 순간, 생명 없는 사물에도, 작가는 '생명 있는 존재'로 대한다. 그래서, 자신을 쏜 그 군인의 손가락도 따뜻했을까,라고 물은 것일까.
그리곤 적는다.
'우리 군대가 총을 쐈어.'
두줄에 걸쳐 두 번이나 반복된 문장, 우리 군대가 총을 쐈어,
그랬다. 광주는 적군의 소행이 아니었다. 우리 군의 소행이었다. 우리 국민을 죽인 건 우리 군이었다. 그 군인들의 손가락은 모두 따뜻했을 거다. 모두 체온이 있었을 테니.
같은 사람인데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소년이 온다에 표현된 우리 군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그려진다. 멀리 광주의 일이 아니었다. 내란이 지속되는 지금, 그 검사들, 영장을 기각하는 판사들, '김정은 휴양소, 노아의 홍수'를 적은 여인형의 손가락은 따뜻했을까? 그 충격적인 사실은 보도하지 않고, 연일 검찰 내부의 범법자들에 장단을 맞추어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들, 심지어 '진보언론'의 기자들의 손가락은 따뜻할까...
가슴 아프게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광주에서 몽둥이를 흔들던 사람들도, 모두 우리 국민이고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얼마 전 위대한 일상을 그리며, 미국의 이민국의 한 장면을 그렸다.
연일 생이별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한 이민국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벽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고민하는 아니 번뇌하는 모습이라고 읽혔다.
그리고 그 장면이 위안이 됐다.
모두가 사람이라면,
저렇게 한 번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되묻는다면,
그러면, 조금이나마 우리가 손에 따뜻한 온기를 가질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
계엄이 선포된 밤 국회에서 머뭇거리던 수많은 군인들의 따뜻한 손을 기억한다.
머뭇머뭇, 죄송합니다 라며 뒷걸음질 치던 어린 군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검찰에도 그런 따뜻한 손이 있을까...
#thegreatdays2025 04 Novembre Where is #justice ... A #federal immigration officer waits for respondents to depart from their hearings to conduct targeted detainments, at U.S. #immigration court in #manhattan October 3 #HannahArendt #Banality_of_ev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