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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Jun 02. 2022

고양이를 탄 달팽이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굶주린 고양이는 풀밭을 헤매다 작은 달팽이를 발견했다.

 “옳지, 이 녀석이라도 잡아먹어 요기라도 해야겠다.”

고양이는 달팽이를 덥석 물었다. 

 “잠시만요. 제가 더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을 알려드릴 테니 살려주세요,”

 달팽이가 말했다.

 “그래? 만일 거짓말이라면 껍질째 씹어버릴 테다. 당장 그곳으로 날 안내하거라.”

 고양이가 달팽이를 등에 태우며 말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가 정말 맛있게 생긴 꽁치를 봤습니다. 고양이님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45번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중화 여고 앞에서 내리세요.”

 달팽이가 말했다.

 “그래? 길을 건너야 하니 떨어지지 않게 털이나 꽉 붙잡고 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길을 중간쯤 건넜을 때 달팽이가 말했다.

 “잠시만요, 달팽이의 기억력은 10분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물론 금붕어나 자라보다는 기억력이 좋지만, 종종 불편한 일이 생기거든요. 10분이 지나기 전에 저에게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인지, 목적지가 어디인지 재차 물어 주세요. 그러면 잊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넌 어떻게 꽁치가 있는 곳을 기억하고 있지?”

고양이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저는 잊어버리지 않게 항상 기록을 해두지요. 제 달팽이 집에는 꽁치가 있는 장소가 상세히 적힌 일기장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고양이와 달팽이는 무사히 중화 여고에 도착했다. 

 “자,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참고로 우리는 지금 꽁치를 찾아 중화 여고에 왔어.”

 “이제 골몰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창고가 보입니다.” 

 달팽이가 말했다.

 고양이는 달팽이의 말대로 창고에 들어갔으나, 창고는 텅 비어있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설마 날 속인 거야? 참고로 우리는 꽁치를 찾으러 중화 여고에 왔다가 골목을 지나 창고로 들어왔어.”

 고양이가 말했다.

 “아닙니다. 고양이님, 제 일기장에 따르면 분명 이곳에 꽁치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달팽이는 달팽이 집에 들어가 한참 있더니, 불쑥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즘 통 기억이 안 나서. 여기서 5번 마을버스를 타고 장거리 시장에 내리셔서 100m만 걸으면 바로 꽁치가 보일 겁니다.”

 달팽이가 말했다.

 고양이는 달팽이의 말대로 마을버스를 타고 장거리 시장에 내렸다.

“자,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고양이가 물었다.

 “잠시만요. 제가 더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을 알려드릴 테니 살려주세요.”

 달팽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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