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준 Jun 09. 2022

회춘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르고 삶을 살아가고 생을 마감한다. 마치 1960년대 사람들이 마릴린 먼로의 금발이 염색된 머리임을 모르고 살았던 것처럼. 그러나 극히 일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회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조건은 아주 단순하다. 

‘태어나서 25세까지 당근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20대의 외모로 삶을 살게 된다.’ 

 “아니 당최 너는 나이를 먹지 않는군. 이전 그대로야.”

 “어떤 화장품 쓰세요? 피부가 정말 좋으세요.”

 “너는 진짜 동안이다. 무슨 관리라도 하는 거야?”

 나를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동일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내 외모를 부러워했고 비결을 알고 싶어 했다. 내가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았다. 

 나 또한, 서른이 훨씬 넘어서야 내가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 검진 결과 신체나이가 10년간 25세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려 보이는 외모 덕분에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나를 화장품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마음만 먹으면 젊은 여자 친구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젊음을 실컷 탕진할 넉넉한 재산과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내 주변은 모여드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잠시였다.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자 소중했던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 떠났다. 내 곁에는 더 이상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난 그들에게 노인도 아니었고, 청년은 더욱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저 홀로 멈춰있는 박제된 여우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것은 나 자신이 유일한 존재가 되고 나서야 그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저녁 식사로 당근 10개를 준비했다. 잎과 잔뿌리가 그대로 달린 신선한 당근이었다. 나는 당근을 씻고 먹기 좋게 썰어서 그릇에 담았다. 모든 것이 당근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그 끝의 해답도 당근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당근 한 조각을 들어 우걱우걱 씹었다. 내 인생처럼 씁쓸한 맛이 났다. 손에 힘이 빠졌다. 나는 당근을 모조리 먹어치웠고,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나는 커튼 사이로 비치는 밝고 따스한 햇살에 눈을 떴다. 죽지 않고 살아있다. 오히려 더 기운이 났다.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나는 병원에 찾아갔다. 38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의사에게 당근을 먹고 일어난 몸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의사는 말했다.

 “당근은 비타민A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피부는 생기 있게 되고 주름이 감소하며 더욱 젊어지지요. 허허허.” 



작가의 이전글 석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