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을 하다 보면 여러 경로로 배우게 된다. 업무의 프로세스나 목적성, 디테일한 스킬을 배우기도 하고, 건설 공학/공법적인 내용을 배우기도 한다. 건설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분야여서 일 평생을 해도 프로젝트 수가 두 자리를 넘기기 쉽지 않다. 보고 경험하는 공법이나 상품도 한정적이어서 끊임없이 배우며 이해하지 않으면 매번 다른 프로젝트에서 잘 대응하기가 어렵다.
배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선배 혹은 동료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책이나 업무 매뉴얼, 공법 설명서 등 서면으로 원리를 이해하기도 한다. 둘 다 장점이나 특징이 분명하다. 책을 통한 공부는 원리와 이론을 이해하고 기본을 쌓기 좋다.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단기간에 빨리 이해할 수 있고, 실전에 바로 사용해볼 수 있다. 통상 후자를 OJT, On the Job Training이라고도 표현한다.
Ensound의 ‘현대 믹싱의 기초’ 강좌는 온라인 버전의 믹싱 OJT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믹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사고와 프로세스를 거쳐 믹싱을 하고 그 과정 중에 사용하는 플러그인의 결정이나 사용방법,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 등, 궁금한 게 많아서 이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좋은 선배를 통해 현장에서 OJT를 받는 것처럼 실제 믹싱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강의를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현대’ 믹싱의 특징
2. 믹싱의 프로세스와 원리
3. 강의를 듣고 난 감상
1. ‘현대’ 믹싱의 특징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강좌의 제목이었다. 현대 믹싱의 기초. 왜 굳이 ‘현대’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현대 믹싱은 DAW를 기반으로 한다. DAW란 Digital Audio Workstation으로, 로직프로X, Protools, Cubase와 같이 컴퓨터에서 구동할 수 있는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녹음, 편집, 재생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과거에는 Tape으로 음악을 녹음하기도 했고, 하드디스크 레코더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음악을 디지털로 녹음하고 편집하여 발매한다.
디지털과 Non-digital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믹싱을 위한 AUX 채널(보조 채널)을 만드는 것은 Analog의 경우 물리적인 믹서의 채널 수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디지털은 채널의 한계 없이 필요한 만큼, 상상하는 만큼 마음껏 AUX 채널을 만들어서 믹싱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차이가 Plug-in이다. EQ를 조정하여 특정 주파수를 컨트롤하고, Comp를 걸어 음향의 다이내믹을 적절하게 잡아주고, Reverb와 Delay를 이용해 음악의 공간적인 특성과 효과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과거에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플러그인으로 처리한다. 여러 회사에서 이런 플러그인을 출시하고 있고, 회사별 특성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음색에도 영향을 받아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Plug-in 중에는 과거 유명한 하드웨어를 복각해서 만든 것들도 많다. Analog 방식으로도 적용할 수 있지만 비용의 제한도 있을뿐더러, 같은 플러그인을 여러 개 적용하여 만들기는 어려운 반면, Digital 방식에서는 CPU가 버텨주는 한 동일 플러그인을 여러 개 적용해서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여러 효과를 비교하며 검증해보고 가장 나은 결과를 적용하는 것도 이전보다 더 쉽다.
현대 믹싱의 기본은 디지털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날로그 믹싱과 원리는 동일할 수 있지만 Digital 환경에서 믹싱을 접근하는 방법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2. 믹싱의 프로세스와 원리
강의는 믹싱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믹싱 전 DAW의 세팅과 음향적인 기초 지식, Dry Mix & Panning, 악기별 Tone을 만드는 방법, 공간계 이펙터의 사용, 오토메이션까지 다룬다. 세부 내용을 자세하게 다 다룰 수는 없지만 배우는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전문가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개별 트랙과 Bus, 적절한 플러그인을 통해 그때그때 음악적, 음향적인 판단을 해가며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것이 믹싱 엔지니어인 것 같다.
그중 하나 예를 들자면 Dyn EQ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Dyn EQ는 Surgical EQ라고 하며 EQ와 Comp의 개념이 합쳐진 플러그인이다. 트랙별 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부분의 주파수 대역이 너무 뭉쳐있거나 거슬리는 소리가 날 경우 그 해당 주파수를 찾아서 일정 음압 이상일 때 이를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엔 왜 이런 플러그인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계속해서 그런 주파수 대역을 찾아가며 소리를 정리해주는 과정과, 그 결과로 깔끔해진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며 소리를 다듬는구나 싶었다.
3. 강의를 듣고 나서
건축물을 시공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기준점의 세팅이다. 측량 기준점을 정해야 그 이후 건축물의 시공 중 계속해서 정확한 좌표와 레벨을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다. ‘현대 믹싱의 기초’ 강좌는 내게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있어 믹싱의 기준점, Bench Mark가 되어 주었다.
마스터님의 설명처럼 믹싱을 잘하는 방법은 계속 시도해보면서 경험의 폭을 확대해나가는 방법뿐이지만, DAW의 세팅부터 드라이 믹싱과 다이내믹 프로세싱, 톤 메이킹, 공간계 이펙터 활용과 오토메이션까지 앞으로 음악을 믹싱할 때는 이 강의에서 배운 대로 하게 될 것 같다. 준비하고 있는 음원이 있는데 열심히 만들어 볼 생각이다.
4. 에필로그
이 강의를 신청해서 들으면서 Ensound에서 서포터즈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달의 강의 수강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믹싱의 다음 단계인 마스터링이 궁금해서 신청했고, 감사하게 선정이 되었다. 그래서 다음번 글은 후원을 받아 들어본 마스터링에 대한 강의 리뷰를 쓸 예정이다. 새롭게 배우게 될 마스터링의 세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