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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Feb 11. 2021

음악이란 내게 무엇일까.

음악은 나에게 취미라기 보단 정체성에 더 가깝다

주말부부를 한다고 하면 주중에 퇴근한 이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텐데, 주로 무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개 내 답변은 한결같다. 야근을 하거나, 야근이 없다면 일찍 퇴근해서 책을 읽고 음악을 하고 글을 쓴다고.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넌 취미가 뭐냐, 난 분명한 취미가 없는데.. 라며 대화가 흘러가곤 한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취미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취미(趣味, 영어: hobby)는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즉,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써 일반적으로 여가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취미에 아주 열심인 사람은 호비스트(hobbyist)라고 부른다.


위키백과의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홈레코딩은 취미에 해당한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고자 하는 것이니. 내 업은 분명 건설 엔지니어이고, 난 분명 이 업을 좋아하고 애착이 있다. 그럼에도 음악을 취미라고 부르는 건 뭔가 거부감이 있었다. 그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라기엔 좀 더 나라는 인간의 본질에 있는 부분 같았다. 지금의 홈레코딩과 모습은 다르지만 꽤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다. 그저 피아노를 치거나 드럼이나 베이스를 연주하는 때도 있었고, 교회의 여러 행사를 준비하면서 공연을 만들기도 했었다. 홈레코딩은 올해 처음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것의 표출이었다. 10년 넘게 적혀있던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저작권을 갖는 것, 즉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어서, 그 소망을 올해 이루어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범 내려온다>로 최근 화제가 된 이날치 밴드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었다. 이날치 밴드의 시작도 신기했고 화제가 된 과정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계획 혹은 소망에 대한 대목에서 약간 먹먹해졌다. 이날치 밴드는 남들이 예상하는 것과 달리 ‘국악의 현대화’ 같은 거창한 포부나 계획은 없다며, 그저 다음번에도 앨범을 내고 계속 밴드로서 생존하는 것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음악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시대여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라는 얘기다.


https://news.v.daum.net/v/20200629102646095


출판업계에서 종사하는 분의 글에서 글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글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지 생계의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얼마 전 브런치에도 포스팅했던 책 ‘예술하는 습관’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생업을 갖고 있었다. 글쓰기 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업을 가지고 있고, 그 외의 시간을 아껴 글을 쓴다고 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서도 여러 작곡가들의 채널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음악만 해서 생존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어떤 젊은 작곡가의 채널에서는 음악 하기 위해 도전하다가 생활비 버는 것에 발목을 잡히는 악순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해서 음악을 공부하는데, 생활비가 만만치 않게 드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시작한다. 열심히 알바를 하다 보면 결국 음악 할 시간이 부족해져 음악을 내려놓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지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내 정체성의 한 부분에는 음악이 자리 잡고 있다. 남들보다 섬세한 귀를 물려받은 덕분도 있고 원체 음악적 호기심도 있다. 삶의 바이오 리듬이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이끌림의 Up & Down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분명 음악은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모습을 드러낼 기회는 없었지만, 코로나로 그동안 추진하던 인생의 계획에 잠시의 틈이 생기자 바로 이렇게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얼마나 내 삶과 음악이 떨어질 수 없었던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꾸준히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건설업에서 쌓고 있는 전문성과 경력은 그대로 잘 키워가고, 음악적으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지금처럼 즐겁게 하고 싶다. 홈레코딩으로 음원을 단지 한 곡 출시했을 뿐이어서, 얼마나 더 가볼 수 있을지 혹은 다음이 과연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것이니. 그럼에도 꾸준히 하고 싶은 소망을 조심스럽게 글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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