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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an 21. 2021

글쓰기와 홈레코딩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고쳐쓰고 수정할수록 더 나아지는 괴롭지만 뿌듯한 작업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학생 때는 노트에 깨알글씨로 일기를 썼고, 아이패드가 생긴  후에는 에버노트에도 썼다. 지금은 DAYONE이라는 앱에 정착해서 계속 쌓아가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 일기를 쓰게 되면서 좋았던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일기를 고쳐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일기를 쓰고 수정한다니 의아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일기는 그 순간의 기록인데 그걸 나중에 고쳐 쓰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에게 일기를 고쳐 쓴다는 것은 어색한 문장이나 표현, 혹은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비로소 깨닫는 마음 등을 조금씩 보완하며 적는다는 의미이다. 예전 손 글씨로 일기를 쓸 때는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여 좀 더 정제된 언어를 쓸 수 있지만, 대신 일기 쓰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처음 쓰고자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쉽게 휘발되어 버렸다. 디지털 매체에 키보드로 일기를 쓰면 생각이나 마음을 빠르게 쏟아낼 수 있다. 속도는 빠르지만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일면 날것에 가까운 거친 말들이다. 거칠게 일기를 쓰고 나서 나중에 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자꾸 눈에 띈다. 문장도 이상하고 표현도 맘에 안 들어서, 거친 면을 다듬고 내용을 보완하고 싶은 부분도 생긴다. 혹은 당시에는 그저 감정이 치우쳐 일기를 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깨달을 때도 조금씩 후기처럼 덧붙이고 싶어 진다. 디지털 매체에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은 점은 이런 때 수정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내가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니, 보완하고 싶은 내용을 보완한다고 문제 될 것도 아니다.


이후 일기 이외의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고쳐쓰기는 글쓰기의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티븐 킹도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하더라. 초고는 어떻게든 끝내고 글을 묵혀두었다가 찬찬히 다시 고쳐 쓰는 것이 좋은 글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브런치에 작가의 서랍이라는 기능이 있는 것도 글을 쓰고 나서 발행 전까지 글을 묵혀두며 고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고쳐쓰기의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구독하는 한 작가님이 최근 소설을 출간하셨다며 그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풀어내셨다. 영화의 메이킹 필름처럼, 소설을 쓰고 출간하는 이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밌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계속 고쳐 쓰는 것이었다. 10여 차례 이상 고쳐 쓰며, 쓰고 다시 써도 계속 수정할 곳이 보이 더라라는 이야기가 무척 공감이 되었다. 작가는 고쳐쓰기를 감당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도 인상 깊었다.




얼마 전 아이유(선배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자신이 작사한 곡의 가사를 왜 못 외우나'라는 질문에 대해 자기 변론을 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잠시 내용을 보자.


여러분, 제가 여기서 자기 변론을 하나 하자 면요,
왜 자기가 가사를 써 놓고 가사를 못 외우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왜냐면 저는 그 가사를 한 번에 쓰는 게 아니잖아요.
‘가사 최종’
‘가사 진짜진짜 최종-최종’
‘가사 진짜로 내가 최종 아니면 이름을 간다 최종’
여러 가지 최종 버전이 있다구요.

- 아이유의 집콕시그널2 아이유 엉망라이브3 Ep.3 中
아이유의 집콕시그널2 엉망라이브3 中




글에 있어 고쳐쓰기라는 것은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들면서 느끼는 감각과도 비슷하다. 쓰는 건 아니지만, 음악을 만들면서 들리는 이상하거나 어색한 부분을 계속 수정하게 된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악기와 악기 사이의 밸런스나 킥과 베이스의 밸런스를 잡고, 보컬 소리가 적당하게 들리고 악기 소리는 살짝 빠지도록 소리를 만들어 가거나, 또는 너무 과한 음역대와 부족한 주파수의 에너지를 적절히 보완해서 베이스와 하이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녹음 혹은 미디로 만든 각 트랙별 소리를 잘 정리해야 한다. 거친 보컬의 소리를 다듬고, 미디 건반에서 튀는 음들을 적절히 제어해서 조화롭게 만드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불필요하게 걸었던 플러그인도 정리하고, 적절한 배음도 만들어내야 한다. 최종적으로 음원 소리의 크기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처음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곡을 만들다 보니 계속 거친 소리, 튀는 에너지, 과하거나 부족한 밸런스가 들렸다. 벌써 몇 차례 수정했는지 모른다. 믹싱도 수정해서 결과물을 11번까지 만들었고, 마스터링도 8번 이상 했다. 얼마 전에는 일기를 쓰면서, 제법 많이 수정했으니 이 정도면 됐어(으아아아!!)라고, 정말 최종을 만든 것 같다고 썼다. 그리고도... 네 번을 더 수정을 했다. 몇 달 전 만들어둔 노래를 계속 수정하며 다듬는 것이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음악은 정말 디테일한 작업이어서 하나하나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이 노래를 정말 천 번 이상은 들은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수정하면 할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다. 처음 믹싱본과 완성된 버전을 같이 들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거친 초고에서 다듬어지고 교정된 원고처럼, 듣기에도 더 좋고 악기나 주파수의 밸런스도 분명 더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쳐쓰기가 괴롭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음악을 수정하고 계속 다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괴롭고 힘든 과정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아무튼, 고생이 끝나고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P.S 애플뮤직에도 런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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