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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30. 2023

컵스vs화이트삭스, 어느 팀 응원 분위기가 더 신날까?

[부록] 22.07.24~25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리글리 필드

KBO리그의 대표적인 같은 연고지 라이벌 팀으로 거론되는 두산 베어스·LG 트윈스가 그렇듯,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두 메이저리그 구단 시카고 컵스·화이트삭스 역시 여러 면에서 상반된 특징을 가지며 날카로운 라이벌 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경기장이 있는 컵스는 중산층 이상의 백인&화이트 칼라가, 도심 중심부에서 살짝 떨어진 지역에 홈구장이 위치해 있는 화이트삭스는 흑인&블루칼라가 주된 팬덤이라고 한다. 양 팀 모두 21세기 들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각각 85년(화이트삭스), 108년(컵스)간 무관이기도 했다.




● 2% 아쉬웠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저 멀리서부터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를 찾아가기 전날에 화이트삭스로부터 가급적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하라는 메일이 왔다. 무시하고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가 어마무시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이날 경기는 화이트삭스가 2회 말 빅이닝을 만들며 대량 득점을 한 뒤 9회까지 소강상태가 계속됐다. 정말 많은 관중이 일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어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 찾아온 바람에 최고 꿀잼 모먼트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화이트삭스 로고가 새겨져 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주차금지봉



경기장 앞에는 지역 정치인 제임스 R. 톰슨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액자로써 소개되어 있었던 이날 경기의 라인업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의 주변 풍경



묘한 기분이 들던, 내야 지정석으로 올라가던 길...



리글리 필드가 있는 도심과 너무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주변 풍경



저 멀리 보이는 시카고 도심

분명 마이너리그 구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웅장한 경기장이었다. 91년에 개장한 야구장이니만큼 시설 또한 나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2% 아쉬움이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경기장 주변에 야구와 관련된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다 할 특색은 없지만 웅장함만큼은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내부



말 그대로 별의별 지표를 전부 확인할 수 있었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의 최첨단 전광판



경기 중 호국 영웅에게 환호를 보내는 화이트삭스 팬들

앞서 이야기했듯 2회 말 화이트삭스가 5득점 하며 빅이닝을 만든 이후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소강상태가 계속됐다. 그리고 경기장 입장을 2회 말이 지나서야 하는 바람에 아무런 감동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다 왔다. 경기장 자체도 거대하기는 하지만 이곳만의 이렇다 할 특징은 딱히 없었다.


다만 6점 차로 패배 중인 상황에서도 악을 써가며 응원하던 소수의 클리블랜드 팬들이 인상 깊었다. 뒷좌석 관중들이 "내일 사장한테 근무시간 조정해달라 하고 대답 맘에 안 들면 퇴사함ㅎ" 같은 얘기를 나누길래, 어느 나라든 직장인들은 비슷한 대화를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 '이게 야구, 이게 낭만이다!' 리글리 필드

경기장 주변 최소 1블록은 완전히 야구로 물들어 있었다!

화이트삭스 구단에 의하면 24일 날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를 찾아온 관중은 약 3만 명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숫자고, 화이트삭스가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월요일 저녁에 리글리 필드에 가자 경기장 주변에서부터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팬들의 열기가 느껴져, '컵스'의 분위기는 차원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기장 앞에 세워져 있었던 스포츠 캐스터 Harry Caray의 동상. 16년간 컵스의 경기 중계를 맡았다고 한다



경기장 옆의 편의시설. 티켓을 가진 관중만 입장할 수 있는데, 분수와 잔디밭을 비롯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리글리 필드가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의 유무였다.


리글리 필드에는 티켓을 소지한 관중만이 입장할 수 있는 야외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경기 시작 전 좀이 쑤셔 주체할 수 없는 어린이 팬들은 이곳에서 캐치볼과 물놀이를 즐기고, 성인 관중 역시 컵스 팬으로 성장 중인 자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동상이 됨으로써 영원히 컵스와 함께하게 된 명예의 전당 헌액 프랜차이즈 스타들

잔디밭 옆에는 시카고 컵스의 오랜 역사를 빛냈던 명예의 전당 헌액 선수들의 동상이 있어 이곳이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컵스 팬들을 위한 쉼터임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메이저리그 뽕이 차오르는 것만 같은 경기장 정문 앞 간판

리글리 필드는 1911년 개장해 올해 108주년을 맞이한 팬웨이 파크 다음으로 오래된 메이저리그 구장이다. 그래서인지 경기장에 찾아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시설이 안 좋다', 'MLB 구장이라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야구장' 같은 글이 많이 나왔다.




내야 1층석 맨 뒷좌석은 거의 경기가 보이지도 않을 듯했다

다른 메이저 구장에 비해 시설이 상당히 노쇠화된 것은 맞았다. 경기장을 돌아다녀 보니 부시 스타디움에는 있던 에스컬레이터도 없었고, 몇몇 관중석은 '여기서 경기가 보일까?' 싶은 수준이었다.




지붕이 너무 거대해서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아름다웠던 해 질 녘의 리글리 파크

하지만 그 이상의 낭만과 컵스 팬들의 열기가 시설의 노쇠화로 인한 불편을 전혀 못 느끼게 해줬다. 담쟁이덩굴로 덮여있는 외야 펜스와 외야 한가운데에 있는 구식 전광판 등은 리글리 필드의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줬다.관중들은 단 한 순간도 귀가 편할 틈이 없었을 정도로 신나게 컵스를 응원하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평소 컵스 팬을 제대로 보지 않던 카디널스 팬마저도 경기에 몰입해 컵스의 승리를 응원하게 만들 정도였다.




리글리 필드에 개성을 더해주던 담쟁이 덩굴 외야 펜스와 루프 탑, 그리고 구식 외야 전광판!



최신식 전광의 UI도 고전적이었다. 리글리 필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오히려 괜찮았다



한치 눈앞이 보이지 않았던 경기장 복도



컵스의 굿즈를 판매하던 팀 스토어



'컵스 빙고', '컵스 보드게임 세트' 같은 상품만 봐도 정말 별에 별 물건을 다 판매한다는 걸 알 수 있다. ㅋㅋㅋㅋㅋ



또 먹고 싶어지는 핫도그 (^q^)b

공항 근처에 위치한 독립야구단 시카고 독스, 같은 도시의 라이벌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 그리고 컵스 모두 경기장 내에서 공통적으로 시카고 핫도그라는 시카고 특유의 핫도그를 판매했다. '이게 정말 그게 맞나...?'싶을 정도로 쨍한 색의 렐리쉬, 그리고 소시지만한 크기의 거대한 피클이 특징인 핫도그다. 적어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에서 판매하던 핫도그보다는 맛있었다.




경기 시작 전 리글리 필드에 울려퍼진 미국 국가, 그리고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제창자를 격려해주는 관중들



샘크라이 ㅠ.ㅠ

이날 경기의 컵스 선발 투수는 6월 말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한 애드리안 샘슨(Adrian Sampson). KBO리그 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으로, 2년 전 롯데 자이언츠의 선발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다.


7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타선이 침묵하며 시즌 첫승 수확에는 실패했다. 어쩌면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선발이 익숙한 선수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7회 초가 끝나고 리글리 필드에 울려퍼진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Y~M! C! A!

시카고 컵스 팬들은 정말 말 그대로 흥부자였다. 좀처럼 점수가 나지 않아 다소 지루할 수도 있던 경기였지만, 주변 관중들이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집중하고 있으니 절로 동화돼서 컵스의 승리를 바라게 됐다. 시카고 주민 중에는 야구는 몰라도 시카고 컵스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백번 이해할 수 있는 응원 분이기였다.




약속의 8회 말,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적시타가 터져 나오자 열광하는 컵스 관중들!



아름다운 야경!

지난 1년간 미주리주에서 거주하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찐팬이 됐지만, 솔직히 응원 분위기는 월요일 낮에도 4만 명이 야구 보러 오는 컵스가 압살하는 듯했다. 시카고 연고 빅리그 팀간의 현장 분위기 대결은 컵스의 승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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