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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26. 2023

독립리그 관람도 매일 수천 명씩, '야구의 천국' 미국

2022.07.23 미국 야구 독립리그 - 시카고 독스

★독립리그부터 MLB까지 - 미국 프로야구 완전 정복기★

- 프롤로그

- 메이저리그-응원 문화 없이 뜨거운 야구 열기에 놀라다

- 야구장 밖에서도 미국의 야구는 계속된다

- "마이너리그? 저희 평균 관중 3700명인데요"

- 수천 명의 관중이 와도, 이곳은 마이너리그

- 트리플A, 꿈의 무대까지 모자란 단 한 걸음


시카고는 감히 '스포츠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프로 스포츠가 사랑을 받는 도시다. 20세기 말 NBA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와 2010년대 NHL 최강팀이었던 프로하키팀 시카고 블랙호크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무엇보다 화이트삭스와 컵스라는 명문 인기 야구팀이 한 도시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 양 팀의 홈구장이 각각 시카고의 서민 동네와 중산층 동네에 있는 만큼, 시카고의 프로야구 팬들은 서울의 두산 베어스-LG 트윈스 팬덤보다 더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운다고 한다.


그리고 한 팀 더 있다.




(이미지 출처 : Chicago Dogs)

바로 독립 야구 리그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American Association of Professional Baseball) 소속 프로야구단 시카고 독스(Chicago Dogs)다.


미국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외에도 다섯 개의 독립된 프로야구 리그가 있다(애틀란틱 리그·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파이오니어 리그·프런티어 리그·페코스 리그). 총 12개의 팀이 참가하고 있는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의 경우 지난해 총 151만 341명, 경기당 평균 2591명의 관중을 동원했을 만큼 흥행 중이다. 그리고 2018년에 창단한 시카고 독스는 지난해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참가 구단 중 유일하게 4000명대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을 정도의 인기 구단이었다.


시카고 독스의 홈구장인 임팩트 필드는 리글리 필드,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와 불과 2~30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마이너리그도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정복했는데 독립리그라고 안 갈 이유는 없었다. 다녀왔다.




포수 바로 뒤 명당자리가 단돈 25달러?! (이미지 출처 : 시카고 독스 공식 홈페이지)

독립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비교했을 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은 바로 저렴한 티켓값이다. 빅리그 구단 역시 수시로 프로모션을 진행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지만, 별다른 할인 행사가 없는 날에는 4~5층석 같은 꼭대기 자리도 세전 50달러라는 어마무시한 가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독립리그는 야구팬이 환장하는 명당인 포수 바로 뒷좌석도 단돈 25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미국까지 아득바득 기어갔는데 MLB 경기 티켓값이 부담되는 야구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메리트였다. 물론 가격을 떠나 '독립리그 경기' 자체도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러 갈 가치가 있겠지만.




이걸 별도로 프린트하거나 휴대전화에 저장해서 가져가야 했다.

마이너리그 싱글A와 마찬가지로 'TicketMaster' 플랫폼과의 제휴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좌석 예매 후 이메일로 수신한 티켓 파일을 별도로 프린트하거나 PDF 파일로 저장해서 가져가야 했다. 제아무리 수천 명씩 관중을 동원하는 프로야구 리그라도 해도 메이저리그의 인프라와는 큰 차이가 날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깔끔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시카고 독스의 홈 야구장인 임팩트 필드(Impact Field)는 2018년 독스의 창단에 맞춰 개장한 신설구장이다. 경기장 외관 자체는 대학 경기장이나 루키리그·싱글A 수준의 마이너리그 구장처럼 이렇다 할 특색 없는 박스형이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의 지원을 받는 마이너 구단보다 훨씬 열악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 깔끔한 모습이었고, 다 쓰러져가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찾아온 사람으로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저녁에 "독립리그" 야구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 게이트가 오픈한지 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만한 인파였다ㅇ0ㅇ

관중이 굉장히 많았다. 위에서 잘난 듯이 관중 현황 통계를 나열하기는 했지만, 이날 경기를 보러 가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독립리그에 대해 갖고 있었던 편견 중 하나가 바로 '관중은 적겠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게이트가 오픈한지 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만큼 엄청난 인파를 자랑했다. 같은 도시에 화이트삭스, 컵스라는 인기 팀까지 있으니 관중 유치에 있어 핸디캡이 존재할 텐데도 말이다.




임팩트 필드의 전경.

경기장 내부도 기대 이상이었다. 임팩트 필드는 좌우 312피트·294피트(95m·90m), 중앙 펜스 390피트(120m)에 최대 수용 관중 수는 6300명으로, 크기 자체만 놓고 보면 목동 야구장은 물론 스프링필드에 있었던 카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팀 홈구장인 헤이먼스 필드보다 작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전에 개장한 경기장이라 전반적인 시설이 매우 쾌적했기에 협소하거나 좁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신구장 트랜드가 잉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중석을 줄이고 자리 하나하나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독립리그가 태생적 한계로 인해 수만 명의 관중을 유치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많아 봐야 5000명 남짓한 사람이 올 것을 예상하고 '양 대신 질' 설계를 의도했던 듯하다.




쾌적한 관중석! 우측 사진의 2층 좌석은 85달러짜리 프리미엄 좌석이었다.



다양한 시카고 독스 관련 굿즈를 만나볼 수 있었던 쾌적한 팀스토어!

'미국은 심지어 독립 야구단도 이렇게나 다양한 팀 굿즈를 파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팀 스토어가 인상적이었다. 디자인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독립야구를 사랑하는 미국 야구팬이라면 기꺼이 입고 다닐 듯했다. 실제로 경기장에 시카고 독스 야구 모자를 쓴 관중이 굉장이 많았다.




어떻게 프로야구단 마스코트가 핫도그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굿즈 디자인이 이쁘고 깔끔하다고 해도 밖에서 입고 다니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시카고 독스의 독스가 개, 강아지 할 때의 독스가 아니라 핫도그 할 때의 독스였기 때문이다. 모든 티셔츠, 후드티 상품의 한가운데는 핫도그가 그려져 있었다. 마스코트도 반쯤 까진 핫도그랑 머스타드 케챱통이었다.


이걸 밖에서 입고 다닌다...? 맘스터치 로고가 그려진 직원 티셔츠를 이쁘다고 입고 다니는 것이랑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거대한 피클이 인상적이었던 Chicago Char Dog

마스코트가 도그도 아니고 핫도그인 이상 야구는 못할지언정 핫도그는 맛있어야 했다. 다행히 핫도그는 여태 먹어본 미국 야구장 핫도그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이날 먹었던 핫도그는 거대한 피클 한 조각이 인상적인 Chicago Char DOg이었다. 시카고의 전통 핫도그라고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지역에 따라 마약 김밥·충무 김밥 등의 바리에이션이 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인 듯했다.




경기장 한켠의 놀이기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린이 관중들.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과 이유 없이 뛰어다니던 어린이들로 붐비던 복도.



주심 한 명과 부심 둘이서 심판을 봤다. 단 두 명이서 경기를 책임지던 싱글A보다는 최소한 상위 리그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경기 시작 전 한데 모여 승리를 다짐하는 선수단.

독립리그의 선수들은 파이팅이 넘쳤다. 7월 초에 찾아갔던 싱글A의 경우, 시즌 중반까지 개인 성적이 나빠 상위리그에 콜업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기 힘들었다. 선수들이 경기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축축 처지는 플레이만 일삼으니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경기력과 시너지를 일으켜 도저히 못 봐줄 지경이었다.


독립리그 역시 경기력 자체는 대단치 않았다. 투수는 어떻게든 타자의 집중력을 흩뜨리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공을 던졌고, 야수들은 자잘한 실책을 저지르곤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관중석 너머까지 느껴지다 보니 '어느 팀 이겨라!'하고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희생 플라이로 주자가 득점하자 환호하는 관중들.



경기 종료 후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불꽃놀이 이벤트.



한국 독립야구에서도 관중으로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독립야구단 시카고 독스는 프로야구팀으로서 같은 연고지의 컵스, 화이트삭스와의 관중 동원 경쟁에 있어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었다. 우선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바로 옆에 경기장이 위치해 있으며 저렴한 주차비의 주차 건물도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티켓값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가족이 다 함께 와서 경기를 관람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시카고 주민이더라도, 아니 다른 동네에 살아도 세 번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한 번쯤은 독립리그를 보러 가겠구나 싶었다.


한국과 일본의 독립리그 현황은 어떨까. 일본에는 세 개의 독립리그(시고쿠 아일랜드 리그 플러스·베이스볼 챌린지 리그·베이스볼퍼스트리그)에 16개의 팀이 소속되어 있다. 2022년 시즌의 흥행 실적 관련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간사이 독립 리그를 제외한 모든 리그가 유료 티켓을 판매하며 프로 스포츠 리그로서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었다.


한국은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가 운영하는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에 여섯 개의 독립구단이 소속되어 매년 40경기가량을 치르고 있다(2021년 41경기·2022년 40경기). 경기도 광주시의 팀업캠퍼스 제2구장을 대여해 시즌 전 경기를 치르며, 관중석이 없어 일반적인 경기 관람은 불가능하다(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 영상 조회수는 매 경기 1000~2000을 웃돌고 있다). 이렇다 할 수익 창출 수단이 없어 선수들에게 회비를 받아 리그를 운영 중이다. 미국, 일본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인프라 규모로 인한 현상이다.


올해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싱글A부터 트리플A, 심지어 독립리그까지 섭렵하고 온 지옥의 야구 덕후 한 명이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의 팬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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