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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10. 2023

야구장 밖에서도 미국의 야구는 계속된다

2022.06.26 Cardinals Nation

★독립리그부터 MLB까지 - 미국 프로야구 완전 정복기★

- 프롤로그

- 메이저리그-응원 문화 없이 뜨거운 야구 열기에 놀라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경기장을 나서는 순간, 응원하는 팀과 하나 되어 승리를 부르짖던 관중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온다. 야구장과 그 주변의 시설들은 제각기 다른 용도로써 철저히 분리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척 스카이돔의 주변은 동양미래대학교 대학로와 구로성심병원, 경인고등학교, 그리고 구일역 2번 출구라는 '고척동의 일상 풍경'이 둘러싸고 있다. 아파트 및 상가 단지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도 마찬가지다. 경기장 지하의 쇼핑몰은 저조한 고객 유치 끝에 철저히 실패하며 모든 매점이 폐업하고 말았다. 종합운동장 사업의 일환으로서 지어진 인천 SSG 랜더스필드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은 타 종목의 경기장과 공원의 모습이 주변 볼거리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의 주변 풍경은 야구장 밖에서도 카디널스의 야구는 계속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2022년 6월 26일, 시카고 컵스와의 라이벌리 매치가 시작되기 전의 부시 스타디움.



스탠 뮤지얼을 필두로 한 카디널스 구단의 레전드들을 본뜬 동상.

1882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해 141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카디널스 구단에는 총 열다섯 명의 영구결번 인물이 존재한다. 카디널스는 3루 게이트 앞에 이들의 모습을 본뜬 동상을 세움으로써, 올드 팬에게는 추억을 선물해주고 라이트 팬에게는 카디널스의 141년 역사를 가볍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오늘날의 카디널스가 MLB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응당한 대우가 아닐까?



경기장 밖에서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계속된다

외야 게이트 옆에는 Ballpark Village라는 복합상업시설이 있다. 이곳에는 구단 명예의 전당 및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Cardinals Nation을 비롯한 20개 이상의 고급 레스토랑, 상점,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카디널스의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경기가 없는 날에도 먼 길 돌아갈 필요 없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구단 로고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시민들. 날이 어두워지면 선홍색 LED등이 점멸한다.


 

사진을 촬영한 날에는 보슬비가 내려 야외를 거니는 사람이 적었지만, 날이 좋을 땐 이곳 벤치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는 팬이 많았다.

잔디밭과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대형 LED 스크린으로 야구 경기 중계도 볼 수 있는 투게더 신용조합 플라자.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도 비슷한 공간이 있다. 다만 리글리 필드의 야외 광장(?)은 티켓을 소지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고, 부시 스타디움의 광장은 무료 개방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카디널스 팬들을 현혹하는 다양한 상가 건물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Cardinals Nation.

이곳 Ballpark Village에는 카디널스 팬들을 현혹하는 다양한 상가 건물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은 레스토랑·스포츠 펍·팀 ·스토어·구단 명예의 전당&박물관이 한데 모여있는 Cardinals Nation이다.




1층에는 실착 유니폼, 한정판 상품, 선수가 직접 사인한 물건 등 다른 팀스토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판매하는 팀 스토어,



그리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일 오후 무수한 카디널스 팬들이 찾아와 야구 얘기를 꽃피우며 저녁 식사를 즐기는 Cardinals Nation Restaurant&Bar가 있다.



● 경기장 옆에는 141년의 역사 느낄 수 있는 구단 자체 박물관이

'야구 티켓도 샀는데 이것까지 따로 사야 한다고?' 싶었지만...

2층에는 구단 명예의 전당과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경기 티켓과 별개로 뮤지엄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세전 12달러라는 가격이 '경기장 옆 작은 건물의 구단 박물관 치고는 다소 비싸지 않나?' 싶었지만, 한 번 내부를 둘러보고 나서는 그러한 생각이 싸악 사라졌다.




카디널스가 브라운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19세기의 유물까지 전부 모여있다!



초대 구단주의 맥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싶었던 마음에 창단된 세인트루이스 야구단! ㅋㅋㅋㅋ
카디널스의 뿌리는 맥주를 팔고 싶어 야구단을 구매했던 화려한 살롱의 주인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Chris Von der Ahe와 그의 세인트루이스 브라운 스타킹스는 1882년에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카디널스가 오늘날의 MLB에 소속되기 전에 몸담았던 리그)이 설립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1년 후 브라운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팀은, 1885년부터 1888년까지 네 번의 리그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브라운스는 1892년에 내셔널 리그에 가입했고, 이는 프랜차이즈의 공식적인 첫 시즌이 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거대한 인프라를 상징하는 팜 시스템이 카디널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모든 마이너리그팀이 독립적이었으며 메이저리그 기관들은 유망주를 얻기 위해 입찰 경쟁을 해야만 했으므로, 레드버즈의 새 단장은 그의 재정난에 처한 구단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브랜치 리키는 카디널스가 보유한 팀의 선수들이 구단의 통제 아래에 남아있는 동안 성장하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 있는 팜 시스템을 구상하였습니다. 구단은 그의 계획에 도움을 주기 위해 로비슨 필드※의 부지를 27만 5000달러에 팔았으며, 1920년 초에 브라운스※로부터 스포츠맨스 파크를 임대했습니다.


※ 로비슨 필드 : Robison Field, 카디널스가 1893년부터 1920년까지 사용한 홈구장

※ 브라운스 : 볼티모어 오리온스가 1902년부터 1953년까지 사용한 팀 이름. 밀워키에서 브루어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오리온스는 20세기 초 카디널스의 옛 이름인 브라운스로 팀 이름을 바꾼 뒤 세인트루이스로 연고지를 이전했으나, 먼저 자리를 잡은 카디널스의 인기와 처참한 성적으로 고전하다 1954년 볼티모어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런 물건까지 어떻게 구해서 전시해뒀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1937년 스프링 캠프 당시 몇몇 끼쟁이 선수들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줄을 튕겼던 우쿨렐레 같은 물건까지 온전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카디널스 구단 박물관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스탠 뮤지얼이 가정 형편 때문에 징집되지 않았던 게 카디널스가 40년대를 주름잡은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ㅋㅋㅋ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1940년대 당시의 점퍼와 배트, 모자, 방망이부터 80년 묵은 기록지까지 있다.




메이저리그의 첫 야간 경기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함께했던 모양이다. 성적만 우수했던 게 아니라 에피소드까지 완벽하구나 싶었다. 아니면 구단이 포장을 잘했거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스탠 뮤지얼.



박물관 같은 공간을 지루해하는 어린이 팬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역대 월드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담은 중계방송에 자신이 캐스터로서 함께할 수 있는 체험의 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별것 아닌 체험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두 모여서 (세전) 12달러의 가치를 만드는 듯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된 메이저리거가 너무 많아서 여성 프로리그가 따로 생겼던 것은 이날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학구장 옆에 김성근 감독 기념관이 있는 모습이 아닐까?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11시즌 동안 감독직을 맡으며 세 번의 지구 우승과 두 번의 내셔널 리그 우승, 그리고 한 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해냈던 명감독, 화이티 허조그(Whitey Herzog)를 위한 기념 공간도 따로 있었다. 허조그는 구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열다섯 명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경기장에 있던 관중석까지 떼어와서 비디오 영상을 볼 수 있게끔 해놓은 디테일이 정말...

카디널스는 141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인 만큼, 홈구장 또한 스포츠맨스 파크(Sportsman's Park, 1882~1892/1920~1966)부터 오늘날의 부시 스타디움까지 무려 네 개의 야구장을 사용했다. 1966년부터 2005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사용했던 부시 메모리얼 스타디움은 따로 기념하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박물관 한켠에서는 한 관람객 내외가 지긋한 나이의 구단 직원과 야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나누고 있었다.



● 적어도 경기장 주변 한 블록은, 완전히 야구로 물들어 있었다

카디널스 네이션의 루프탑과 고층 빌딩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

적어도 부시 스타디움 주변의 한두 블록은 모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이들에게 카디널스의 야구란 부시 스타디움을 나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구장 밖에 있을 때도 일상과의 괴리로 인해 중단되는 일 없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세인트루이스에서 거주했던 지난 1년 동안, 기숙사나 우버 택시 안 같이 야구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아지 스미스나 폴 골드슈미트의 저지를 일상복으로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계속 보였던 것은.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주변 풍경.

다른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카고에는 야구는 잘 몰라도 시카고 컵스는 열렬히 응원하는 극성팬들이 있다고 한다.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 방문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구단 공식 주차장은 만들 엄두도 못 낼 혼잡한 시내 한가운데에 경기장이 있었음에도, 경기장 주변 최소 한 블록은 전부 '컵스' 냄새가 났다.


일상이 컵스인 동네의 사람들은 퇴근 후 집 대신 리글리 필드를 찾았고, 경기장 옆 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캐치볼을 즐겼다. 집 근처 혹은 번화가의 호프집이 아닌 내야 관중석에서 가족과 함께 앉아 거지 같은 직장 상사의 이야기를 했으며,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는 경기 내용에 관심이 없었으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려 타구를 지켜봤고, 다시 야구의 한가운데서 일상 얘기를 하거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환호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런 야구팬들이 많다. 당장 나부터가 그렇다. 얼마나 야구에 과몰입했으면 잡지사까지 기어들어가서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 기사를 쓰고, 미국까지 가서도 야구나 보러 다녔을까.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의 야구에 대한 열기는 서서히, 그러나 착실히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야구가 일상이 되는 환경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도 야구 과몰입자였던 나는 그렇게 느꼈다. (계속)


"마이너리그? 저희 평균 관중 3700명인데요"

수천 명의 관중이 와도, 이곳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꿈의 무대까지 모자란 단 한 걸음

독립리그 관람도 매일 수천 명씩, '야구의 천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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