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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12. 2023

"마이너리그? 저희 평균 관중 3700명인데요"

2022.06.18 마이너 더블A - 스프링필드 카디널스

★독립리그부터 MLB까지 - 미국 프로야구 완전 정복기★

프롤로그

메이저리그-응원 문화 없이 뜨거운 야구 열기에 놀라다

- 야구장 밖에서도 미국의 야구는 계속된다


2022년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간판스타였던 조던 워커. 워커는 22시즌 내내 더블A 팀에서만 뛰었다. (이미지 출처 : Springfield Cardinals 공식 SNS)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구단의 관계는 KBO리그의 1군-2군처럼 하위 리그 구단이 상위 구단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마이너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별개로 독립된 프로야구 리그로서 존재하며, 각 마이너 구단은 30개의 빅리그 팀과 선수 교육 관련 위탁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2021년 당시의 박효준이 마이너리그 최상위 레벨인 트리플A를 폭격했음에도 빅리그에 콜업되지 못한 이유 또한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큰 기대치가 없던 선수가 퓨처스리그에서 대활약한다면, 당연히 그 선수를 1군으로 콜업할 것이다. 그 선수를 1군에서 몇 타석 세우든 말든 구단에게는 아무런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낮은 기대치의 선수가 대활약을 펼치면, 그 선수를 빅리그에서 기용하기 위해 별도의 메이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MLB 최저 연봉 8억 6000만원). 콜업되는 선수의 반대급부로 마이너에 내려가는 선수는 대부분의 경우 마이너 옵션이 없어 방출 후 마이너 계약을 해야만 한다(이 사이에 타 구단이 메이저 계약을 제시해 영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하나를 빅리그에 올리고 내리는 일은 알 수 없는 리턴에 비해 하이 리스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 리스크 랜덤 리턴 덕에 마이너리그는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선수단을 꾸리며 시즌을 보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선수 교육 관련 위탁 계약 맺었을 뿐이므로, 이듬해 상위 리그 콜업이 확실시되는 선수나 상위 랭킹의 유망주를 간판스타로 내세운 마케팅으로 관중 수익을 꾀한다. 




(이미지 출처 : 스프링필드 카디널스 공식 홈페이지)

세인트루이스와 216마일(347.6km) 떨어진 도시 스프링필드의 마이너 팀 스프링필드 카디널스도 작년 내내 '2달러 핫도그 데이', '야디어 몰리나&애덤 웨인라이트 커플링 증정 데이)' 등의 화끈한 이벤트로 현지 주민들의 야구장 행을 유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었던 이벤트는 6월 18일의 '선착순 2000명에게 토미 에드먼 버블헤드 증정' 이벤트였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인들이 설탕과 소금으로 범벅된 음식에 환장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본투비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 최초 재외동포 국가대표 야구선수' 타이틀에 빛나는 한국계 미국인 에드먼의 버블헤드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갔다.



황량하던 Hammons Field 주변 풍경

미주리주 서남부에 위치한 도시 스프링필드는 2020년 기준 16만 명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미주리 제3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제1의 도시인 세인트루이스도 경기도 신도시마냥 도심지를 제외하면 즐길 거리가 아무것도 없는 동네다. 스프링필드는 정말 '여기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한 시골이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야구와 함께 주말 저녁을 보내려는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Hammons Field

그래서일까?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모든 게이트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여름 밤의 마이너리그 더블A 경기를 보러 와봤자 얼마나 많이 보러 오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여타 프로리그 뺨치는 관중 동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몇 년 전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즈음 퓨처스리그 경기를 몇 번 보러 갔을 때도 '백 명은 넘길까~' 싶을 정도로 관중이 없었다. 마이너리그는 미국 인구를 생각했을 때 1000명 조금 넘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1000명은 당연하고 5000명도 너끈히 넘길 것 같았다. 미국인들의 야구 사랑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ballparkdigest.com에 따르면 2022년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홈 경기 관중은 25만 9044명(69경기),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3754명이었다. 같은 시기 키움 히어로즈(72경기 34만 9773명/평균 4858명), 한화 이글스(72경기 35만 8190명/평균 4975명)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였다. 같은 사이트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마이너리그 평균 관중 수 1위였던 데이튼 드래곤스는 경기당 7935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마이너리그는 상상 이상의 시장 규모를 자랑했다. 




Hammons Field의 전경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휑~한 주변 풍경. ㅋㅋㅋㅋ

좌우 315피트(96m)·330피트(100.6m), 센터 400피트(122.2m)의 Hammons Field는 최대 10,486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경기장의 규모로 보나 외야석이 없다는 특징에서 보나, 여러모로 키움 히어로즈가 2015년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목동 야구장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차이점이라면 사방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던 도심 속 목동구장과 달리, Hammons Field는 '선수들이 야구 말고 할 게 없겠구나!', '관중들이 야구 말고 볼 게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주변이 휑하다는 것이다. 




야구에 관심 없는 꼬마 관객들을 위한 자그마한 놀이터, 치즈버거부터 나초까지 있을 건 다 있었던 매점.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마이너리그 우승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무료 포토 부스, 세인트루이스의 주류 사업 중 하나인 버드와이저 맥주 광고.

빅리그 구장에 비하면 훨씬 작은 크기였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야구에 관심 없는 꼬마 관객들을 위한 놀이터와 농구 코트부터 시작해서, 매점·나초 전문점·실외 바 등등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식당(맥주는 심지어 게이트 오픈 직후 30분간 3달러였다!), 그리고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팬들을 위한 마이너리그 우승 포토 부스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구색 맞추기 용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관중을 생각하고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이너리그 더블A 구장의 팀스토어에서는 과연 어떤 물건을 팔까?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멤버들을 베이스로 제작된 트레이딩 카드. 양동이째로 악성 재고가 담겨서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6월 18일 경기에 출전한 더블A 선수들의 성적과 간단한 프로필, 스카우팅 리포트가 적혀 있던 무료 배부 팜플렛.

경기 시작 전 팀스토어를 둘러보면서 빅리그 팀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오리지널 상품에 큰 감명을 받았다. 더블A 로스터 선수&코칭 스태프 트레이딩 카드 번들 세트, 마스코트 캐릭터 키링, 스티커, 티셔츠 등의 굿즈를 판매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은 경기장을 찾아온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했는지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사실 마이너 구단 입장에서는 카디널스의 레전드인 알버트 푸홀스의 프린팅 티셔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 같은 물건이나 파는 게 훨씬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더블A만의 마케팅으로써 '세인트루이스'가 아닌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팬을 만드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멍청하게 생긴 스프링필드 카디널스 마스코트 캐릭터의 키링과 구단 로고 스티커, 그리고 떨이로 판매하던 트레이딩 카드를 구매했다. ㅋㅋ



더그아웃 바로 뒷좌석을 예매한 덕에 선수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명당자리가 마이너리그에서는 단돈 16달러!



힘차게 투구하고 자신이 던진 공보다 더 힘찬 타구를 얻어맞던 맥그리비.

이날 경기의 카디널스 선발 투수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 대형 신인, 마이클 맥그리비(Micheal Mcgreevy). 2000년생 대졸 투수 맥그리비는 195cm/97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우완 투수로 구단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다. 


지명 당시 "볼넷을 혐오하는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고 본인도 "쓰리볼이 되는 상황을 제거하고 싶다"고 인터뷰하더니, 정말 볼은 안 던지고 꾸역꾸역 한가운데에 빅리그 평균 구속을 겨우 넘는 빠른 공을 꽂아 넣으면서 신나게 얻어맞았다. 투수가 볼질을 안 해도 경기가 늘어질 수 있다는 걸 맥그리비 덕에 처음 알았다.




맥그리비는 이런 성적의 선수들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이날 상대 팀이었던 코퍼스 크리스티 훅스(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더블A 팀)의 라인업에는 타율은 낮고 홈런만 많은 공갈포 타자들이 한 트럭 있었다. 선수단이 단체로 플라이볼 혁명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다 실패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프로필이었다. 맥그리비는 이런 타자들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그런 리그가 바로 마이너리그였다.




꿈을 던지기 위해 초봉 1억을 기꺼이 포기한 마이너리거.

4이닝 5실점으로 강판된 맥그리비의 뒤를 이어 올라온 투수는 라이언 로토스(Ryan Loutos)는 꿈을 던지기 위해 초봉 1억을 기꺼이 포기한 마이너리거다.


1999년생인 로토스는 미주리주 최고의 대학으로 알려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이 예체능 계열에는 약한 탓에 2022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마지막 라운드까지 지명받지 못했지만, 졸업 직후 초봉 1억의 일자리를 제안 받았던 엘리트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해당 오퍼를 거절한 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마이너리그 최저 연봉 1000만원). 


로토스는 2022시즌이 시작되기 전 10파운드(4.5킬로그램)를 증량했고, 대학생 시절 최고 92마일(148km)에 그쳤던 빠른 공을 97마일(156km)까지 던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경기를 보러 갔던 날에는 최고 구속이 100마일까지 나왔고, 이후 머지않아 트리플A로 콜업됐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가 보다. 정말로.




타자의 스윙 여부에 대해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자 3분 가까이 격렬한 항의를 이어가던 마이너리그 감독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스코트에 비해 살짝 덜떨어지게 생긴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마스코트. 어떤 아기가 보더니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전광판 광역 아재개그 공격.

마이너리그도 프로야구 리그였다. 매일 수천 명의 관객이 경기를 보러 왔고, 구단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경기력이 다른 나라의 리그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 메이저리그의 꿈을 안고 저마다의 서사와 함께 공을 던지며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났다면, 당연하다는 듯이 스프링필드 카디널스의 경기를 보러 다니지 않았을까?


이렇듯 첫 마이너리그 직관이 너무 좋은 경험으로 남아버린 탓에, 시간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비현실적인 MLB 30개 구장 도장 깨기 대신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도장 깨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얼마 뒤 찾아간 싱글A 레벨의 야구장에서는 어째서 무수한 선수들이 제2의 박찬호와 추신수가 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말았다... (계속)


수천 명의 관중이 와도, 이곳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꿈의 무대까지 모자란 단 한 걸음

독립리그 관람도 매일 수천 명씩, '야구의 천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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