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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27. 2023

야구나 보자, 방구석에 있지 말고.

[에필로그]

★독립리그부터 MLB까지 - 미국 프로야구 완전 정복기★

프롤로그

메이저리그-응원 문화 없이 뜨거운 야구 열기에 놀라다

야구장 밖에서도 미국의 야구는 계속된다

"마이너리그? 저희 평균 관중 3700명인데요"

수천 명의 관중이 와도, 이곳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꿈의 무대까지 모자란 단 한 걸음

독립리그 관람도 매일 수천 명씩, '야구의 천국' 미국


2022.06.13 부시 스타디움

2022년 6월 13일은 월요일이었다. 이날 부시 스타디움에는 37,398명의 관중이 새로운 한주가 시작하는 날부터 야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러 찾아왔다. 이마저도 평소보다 적은 수의 관중이 찾아온 것이었다. 지난해 부시 스타디움의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40,994명이었으니까. 부시 스타디움의 좌석 규모는 45,339석이니, 매 경기 90% 이상의 관중석이 찼던 셈이었다.


한편 작년 한 해 동안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홈구장 좌석 규모의 50%를 넘겼던 KBO리그 팀은 SSG 랜더스(59.3%)와 LG 트윈스(50.6%)뿐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경기당 4,858명의 관중을 동원했다(10개 구단 중 꼴찌). 홈구장 좌석 규모(16,731석)의 3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29%).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기 직전이었으며 최종 2위를 기록했던 2019년에는 매 경기 평균 38%의 관중석을 채웠다.


17000에 4800, 많을 때는 6300.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KBO리그의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기사가 쏟아져도 대체 뭐가 문제냐는 생각으로 구일역을 찾았다. 작년 초 고척돔에 단 774명의 관중이 찾아왔을 때도 '144경기 중 한 경기쯤은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박병호도 떠났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도 전부 가시지 않았으니까.


미국은, 아니 적어도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단 하루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다. 큰맘 먹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처음 보러 갔던 날과 경기장 주변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어 찾아간 두 번째 직관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꼈던 일련의 모든 경험은 마치 KBO리그만 보고 자란 내게 존 모젤리악 카디널스 사장이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듯했다.




2022.06.18 헤이먼스 필드

여행차 미국을 찾아갔거나 장기 거주하는 야구팬들이 MLB 30개 구장 투어를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시카고나 캔자스시티 대신 마이너리그를 찾아갔다. 항상 반짝거리는 리그의 이야기야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더 자세히 이야기할 테니 조연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삼삼오오 경기장에 찾아가는 것이 삶의 낙일 스프링필드의 관중들. 메이저리그에는 못 미치지만 수천 석의 관중석과 매점, 팀스토어 등이 모두 구비된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게임. 자신의 커리어를 더블A, 트리플A, 혹은 빅리그라는 이름의 다음 장으로 넘기기 위해 어설픈 기본기로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 어쩌면 동료들이 상위 리그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생각'을 품은지 10년이 지났을 방출 위기의 베테랑들. 아니면 정규시즌이 절반이나 지났는데 2할 1푼 4리의 타율, 5.94 정도의 평균자책점에 그친 채 '난 너무 많이 지는 거 아닌가?'라는 회의에 빠졌을 이들.


그런 요소들이 모여 있는 리그의 경기를 봤다. 처음에는 더블A를 봤고, 그다음에는 싱글A를 관람했다. 트리플A도 보러 갔다. 돌이켜보면 잘 지냈던 여름이었다.




2022.07.23 임팩트 필드

독립리그에도 사람이 많았다. 빅리그 구단만 두 팀이나 있는 도시에 이렇게 독립리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30개 구단 중 어느 팀에게도 영입 제의를 받지 못했거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을 선수들은 마이너 유니폼을 입은 이들보다 파이팅이 넘쳤다. 이미 실패를 겪었음에도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며 야구공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리그라서 그런 걸까.


미국은 독립리그 관람도 매일 수천 명씩 하러 오는 '야구의 천국'이다. 미국에 비하면 KBO리그 1군 구장을 절반 이상 채우기도 힘든 한국은 '야구의 연옥, 혹은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독립야구는 단 하나의 리그만 있고, 상업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돈을 내가며 경기를 뛰어야 한다. 당장 작년 드래프트에서 1,051명의 고등학교·대학교 졸업 예정자,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트라이아웃 참가자가 미지명된 것을 생각하면 돈 내고 야구하는 것도 행운일지 모른다.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한국의 독립리그가 미국과 같은 점이 하나 있는데, 미지명 혹은 방출의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신발 끈을 동여맸다는 것이다.




다음은 뭘까?

지난 여름은 주변인 모두가 저 멀리 앞서나간 사이 홀로 주저앉은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들리지도 않는 영어를 귀에 익힌다며 메이저리그에 입문하고, 머지않아 별들의 전쟁에서 시선을 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마이너리그를 찾아갔다. 그러고선 독립리그에 관심을 가졌다. 그다음에는 대학 스포츠도 봤다. 다음은 뭘까?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가 꿈을 만들어줬던 것처럼. 올해도 무작정 그라운드를 찾아가면 무언가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니까 잡생각 할 바에 야구나 보자, 방구석에 있지 말고. 고교야구, 대학야구부터 KBO리그까지. (끝)


[부록]

- 컵스vs화이트삭스, 어느 팀 응원 분위기가 더 신날까?

- 연고지에 프로구단이 없으면? ...대학 스포츠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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