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3.01.07 NCAA 디비전 1 남자 농구
대다수의 미국인이 으레 그렇듯, 세인트루이스 사람들 또한 스포츠에 미쳐있다. 우선 봄부터 가을까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응원한다. 날씨가 쌀쌀함을 넘어설 무렵부터는 내셔널 하키 리그가 개막한다. 이때 즈음부터 파란색 바탕에 노란 하이라이트가 들어간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야구가 완전히 끝나면 빨간 옷을 입고 다니던 사람들도 "How sad... But itswinternowletsgoBLUES!!!!!" 를 외치며 음표가 큼지막하게 프린팅된 스웨터로 갈아입는다.
하키가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보통은 겨울 스포츠로 하키 외에도 농구(NBA), 미식축구(NFL)라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에는 프로 농구팀도, 미식축구팀도 없다. 옆동네 시카고에 NBA 팀이 있지만, 말이 좋아서 옆동네지 승용차로 편도 4~6시간이다. 이 거리를 오가며 5~70달러짜리 경기를 보는 것은 서울 사람이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한다고 매번 부산까지 내려가서 사직구장의 10만원짜리 좌석서 경기를 보는 것과 같다.
대신 대학 농구팀이 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남자 농구팀, Siant Louis Billikens다.
아니다.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대학 스포츠의 관중 동원 능력은 한국 대학 스포츠와 결이 다르다. 특히 미식축구와 농구의 경우 도시에 따라 프로리그와 비슷한 수준의 위상을 자랑한다.
세인트루이스는 대학 농구가 큰 인기를 끄는 도시다. 세인트루이스를 연고로 하는 NBA 구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농구단의 실력도 좋다.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전미 체육 대학 협회)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남자 농구팀은 NCAA 디비전1※ Atlantic 10 전체 15개 팀 중 3위를 하고 있다.
※ 디비전(Division)이란? : NCAA에 소속되어 있는 대학 운동부들은 디비전 I·II·III이라는 세 개의 레벨의 리그에 분류되어 경기를 치른다. 각각 1부, 2부, 3부 리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남자 농구부는 대학 리그 중에서도 1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없다. 대학 농구도 MLB, NBA, NHL 등 프로리그와 마찬가지로 티켓마스터(Ticketmaster, 미국의 티켓 판매 플랫폼)를 통해 예매한다.
덕분에 예매한 티켓도 NBA 표처럼 티켓마스터 애플리케이션에 저장돼서, 따로 PDF 파일을 저장하거나 프린트할 필요 없이 편하게 디지털 표를 갖고 다닐 수 있다.
프로리그 경기장은 대부분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시내에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학 농구 경기장은 학교에서 지어놓은 곳, 그러니까 교내 부지에 있다. 그리고 학교 주변에 대학로가 조성되어 있고 캠퍼스가 곧 그 지역의 핫플레이스인 한국과 미국이 많이 다름을 감안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농구 경기장은 캠퍼스 안에 있지만, 다소 외각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캠퍼스에서 조금 벗어나면 치안이 상당히 나빠진다. 물론 캠퍼스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바로 총을 맞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몇 개월 전에도 세인트루이스 대학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고등학교서 총격 사건이 있었던 만큼 조심할 필요는 있다.
NCAA는 대학에서 인기 종목의 운동부를 운영하면 다른 비인기 종목도 서너 개를 만들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역시 여자 축구, 배구 같은 종목도 열심히 운영 중이었다.
축구에는 아예 문외한이기 때문에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다만 미국 대학야구는 타 종목에 비하면 확실히 사정이 나쁘다. 한국의 대학야구가 프로구단의 고졸 선호 현상과 함께 몰락했듯, 미국 역시 국제 유망주 계약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의 활약상이 많아서인지 '대학야구'를 볼 동기가 많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야구장은 관중석 하나 없이 굉장히 아담했다. 축구장도 프로구장에 비하면 많이 귀여운 수준이었다.
아마추어 스포츠 리그 관련 스탯을 찾기가 정~말 귀찮고 복잡함을 감안하면, 이런 책자를 매주 만들어서 관중들에게 무료 배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될 때 즈음이 되니까 관중석도 7~80% 정도가 찼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남자 농구부의 홈구장인 Chaifetz Arena는 총 10600석의 관중석이 있으니, 적어도 7~8000명의 사람들이 대학 농구를 보러 온 셈이었다!!!!
NCAA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자료에 의하면, 디비전1 대학 남자 농구 리그의 21-22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4204명이었다고 한다(동시기 NBA 평균 관중 17184명). 한국은 어땠나 검색해보니 대학농구는 아예 관련 자료가 없었고, KBL은 19-20시즌에 경기당 3131명의 관중이 왔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아마추어 스포츠 인프라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날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맞상대였던 세인트 벤츄라 대학교는 마르고 피지컬 작은 선수들이 좋은 팀워크로 승부하는 팀이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은 피지컬은 좋지만 독보적 에이스 없이 고루고루 3점 슛을 많이 노렸다. 사실 농알못이라 경기가 어쨌다 저쨌다 말은 못 하겠다.
싸고, 관중 많고, NBA에 비하면 경기력이야 많이 떨어지겠지만 나름 재밌던 대학농구. 이날 전까지 평생 농구를 안 봤기 때문에 한국에 비하면 어떻느냐 같은 코멘트는 덧붙이지 못하겠다. 그러니 비교는 KBL과 한국대학농구리그를 챙겨본 올해 이후로 미루도록 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