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최고의 온천, 오렌세에서.
온천에서 찾은 여유와 채움
드디어 대망의 온천데이다. 어제 여러 온천을 돌아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정했다. 가장 가까운 무료온천으로 골랐는데, 사람이 적고 강과 맞닿아 있어 온천에 몸을 담그며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설렜다. 어제 탈의실이 없단 사실을 이미 알았기에 수영복을 미리 입고 숙소를 나섰다. 슬리퍼와 수건, 그리고 온천욕 후 먹을 귤과 코코아까지 준비해 여유롭게 길을 나섰다.
오늘은 강가를 따라 펼쳐진 산책길을 덜 구경하고 바로 온천으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자연은 매일 다른 모습이기에 신비롭단 사실을 확인하는 걸음이 되었다.
'그래, 사실 이럴 줄 알고 가까운 곳을 정했지.'
라며 충분히 즐기며 온천에 도착했다.
야외 샤워기에서 몸을 씻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세 개의 탕 중에 한 탕에 할아버지 두 분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또 그분들과 대화하는 두 명의 사람이 옷을 입고 근처에 있었다.
온천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조금 추웠다. '엇 내 예상과 다른데?' 지난 이틀간 손발에 닿았던 물보다 차가워 당황하고 있을 때, 옷을 입은 관리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다가왔다. 강물이 다소 높아서 온천물이 조금 차갑다고 설명했다.
한 할아버지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다.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수관이 있어 뜨거운 온천물이 탕으로 들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바디랭귀지를 통해 온천 수관이 세 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각각 자리하자는 의도를 알았다. 사실 수관 앞은 또 너무 뜨거웠는데, 할아버지들은 정말 등을 대고 있으셔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금세 적응했다. 어린 시절, 명절마다 온돌방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를 내주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야외온천은 따뜻했다. 온몸을 담그고 누우니, 하늘에 새떼들이 날아갔다. 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물결이 흐르고 오리 떼가 자유로이 떠다녔다. 12월이지만 이곳은 가을임을 알리는 낙엽이 흘러갔다. 강건너편 고가도로에는 한창 바쁜 차들이 다녔고, 그 뒤로는 주황빛 지붕의 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은 진짜 삶의 터전이구나.' 관광지라기보다 현지인들이 일상처럼 몸을 풀러 오는 곳 같았다. 생각해 보니, 어제는 엄마와 딸이 편안한 복장으로 온천을 향해 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루틴 하게 한강공원을 달리는 것처럼, 그냥 이들의 일상인 듯 보였다.
온천의 할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외할아버지께서 집 앞 등나무 아래에 동네 친구들과 바둑이나 장기를 두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곳의 할아버지들도 정오쯤 되어 온천에 모여 몸을 담그고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어느 나라에서든 사람들은 다 비슷하구나.'
시간이 지나며 여행 중인 커플도 오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왔다. 아시아인은 나 하나였기에 자꾸 궁금해하는 아주머니들도 계셨고, 수영복만 입고 처음 만난 청년들끼리는 쳐다보기도 조심스러워하며 서로 수줍어했다.
온천은 상상이상으로 훌륭했다. 사실, 헝가리의 세체니와 일본의 유후인보다 훨씬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인 아주머니께서 강물에 들어갔다가 바로 온천으로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서 강물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들어가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뭐랄까. 온천물은 깨끗하고 강물은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이 물은 차갑고 등등등. 맥락상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었다. 예상치 못하고 드문 광경이라 그렇지, 현지인들 사이에도 강물 후 온천에 바로 들어오는 것을 지적하지 않는 것 보니 그냥 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 중간에 10여분 간 잔잔한 비가 내렸다. 정말 너무 좋았다. 비를 맞으며 온천이라니!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무척 즐거워 시간이 얼마나 간 줄 몰았는데, 손발이 퉁퉁 불어 터진 걸 보고 아 충분히 즐겼다 싶었다. 나와서 벤치에 앉아 귤과 코코아를 마시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눈 속에 가득 채웠다.
노곤노곤하니 몸이 다 풀렸다. 기분도 다 풀어지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조각조각 쌓여있던 생각을 쭉 정리해서 작성하기로 했다. 숙소 근처 예쁜 카페를 찾아서 이 작업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그래서 이 날은 꽤 많은 글을 발행했으며, 그때부터 매일 글을 연재하고 있다.
온천이 브런치글을 본격적으로 작성과 발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나? 온천에서의 여유가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한 듯하다.
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