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나에게 남긴 질문
여러 감각을 통해 마주함 내면의 물음들
다시 돌아온 마드리드에서 꼭 가야겠다고 계획했던 곳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었다. 마드리드에는 세 개의 유명한 미술관이 있고, 많은 여행자들이 그곳을 찾는다. 나도 그곳들을 둘러봤다.
처음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때, 프라도 미술관과 티센 미술관이 숙소와 가까워 편하게 다녀왔고, 그곳에서 마주한 작품들은 나를 깊이 감동시켰다. 하지만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은 그 감동과는 또 다른 성격이었다.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인데, 사실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한 채 갔다. 구글 지도에서 본 설명만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현대미술을 비롯한 실험적이고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을 좋아한다. 그림이나 설치예술, 연극, 무용 등에서 전통적인 틀을 벗어난 작업에 더 끌린다. 그런 나에게 이 미술관은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다. 한 걸음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작품들의 세계에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 작업 중 일부는 주로 공간을 활용한 설치작품들이다. 작업의 과정을 보여주는 설계 스케치, 작업 중인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완성 결과가 함께 전시된 작품은 흥미로웠다. 동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그 순간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아베마리아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영상화면에 텍스트가 타이핑되고, 그 옆쪽에 공간이 파인 벽면에는 아베마리아라는 글씨를 포함한 여러 텍스트가 새겨진 작품 또한 나를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끌었다. 시각, 청각, 공간감 등 모든 것을 활용한 작업은 내 감각도 동시에 여러 곳을 깨웠다.
그곳에서 본 작품들 중 인권, 차별, 식민지 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많았다. 그 당시 작가들이 다룬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작품 속 공간감과 함께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설치된 작품 속으로 들어가 그 공간을 몸으로 느끼는 방식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시간을 잊고 작품들과 함께 머물렀다.
여행은 종종 예상치 못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내게 변화를 가져온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의 순간들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경험을 넘어, 나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곳에서 마주친 모든 설치작품, 울림, 그리고 공간 속에서의 느낌은 여전히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미술관에서 느낀 감정과 충돌, 그리고 잔잔한 울림은 한 동안 내게 남아있을 것 같다.
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