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행 2일 차 두 번째
첫 올림픽 경기를 보았던 뜻깊은 날이자 폭염이었던 날.
2일 차의 오후부터 저녁까지 설렘과 신남으로 가득했던 우리의 하루
롤랑가로스 이전에 파리 생제르맹 경기장..
코리아 하우스에서 넘어온 곳은 올림픽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간 파리 셍제르맹 경기장인 Parc des Princes였다. 사실 테니스 이전에 올림픽 축구 경기 티켓이 있었다. 조별 리그 경기였고 우리가 당첨된(?) 티켓은 도미니카 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였다.
우리의 축구 경기 티켓 대진은 원래 AFC2 VS 도미니카 공화국이었다. 아시아 2등 국가가 배정되는 티켓이었기에 사실 기대가 매우 컸었다. 이거 잘하면 한국 경기겠는데? 따라서 아시안게임 때 파리 올림픽 예선에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부디 2등만 해주기를 했는데 웬걸? 예선을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축구표를 리셀할까 말까 매우 고민했었다. 하지만 애초에 저렴한 좌석으로 티켓을 구매했었기 때문에 경기를 다 안 봐도 되니 찍먹만 하고 오자! 파리 생제르맹 스타디움에서 우리 강인이의 기운만 받아보자!는 마음을 갖고 경기를 보기로 했다. 따라서 리셀을 하지 않고 보기로 결심했다.
코리아 하우스에서 생각보다 오래 있었는지 축구 경기 시작시간이었던 오후 3시를 훌쩍 넘어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게 된 동글이글부부. 전반전은 안 보면 되니까 상관없다는 주의였던 우리 부부. 그래도 볼트로 얼마 안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다만, 볼트의 경우 우버와 달리 정해진 승차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조금 걸어서 승차 지점까지 이동한 후 탈 수 있었다. 그리고 하차 지점도 역시나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기장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경기장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놓았던 우리는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 스토어에 가서 구경하다가 들어가는 게 낫겠다 생각했고 스토어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스토어에 정신을 못 차릴 때쯤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 같아서 얼른 경기장에 들어가고자 다시 나왔다.
그리고 들어가려는데 아뿔싸 우리 입장 게이트가 생각보다 매우 먼 것이었다. 스토어에서 20분 정도는 걸어야 했던 입장 게이트.. 그렇게 우리는 입장 게이트를 오후 4시 30분쯤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입장게이트가 닫혔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가 너무 늦었던 걸까? 너무 늦은 건 맞는데 그래도 들여보내줄 순 없는 건가.. 어쩔 수 없이 도로 나왔고 경기가 종료되기 전에 빠르게 이 공간에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기에 재빠르게 볼트를 잡았다. 그렇게 저녁 7시에 예정되어 있는 테니스 경기는 보다 쾌적하고 뽀송한 상태로 보자는 마음으로 호텔로 빠르게 돌아갔다. 그 후 깔끔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대망의 롤랑가로스로 향하게 된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 한 고프로
축구경기에서의 교훈(?)을 얻은 우리는 경기 시간이었던 오후 7시보다 훨씬 전에 입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호텔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롤랑가로스 경기장에 6시 조금 전 도착하게 되었다.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지하철로 금방 가는 거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야속하게도 롤랑가로스 경기장이랑 파리 셍제르맹 경기장은 같은 지하철역을 공유했다. 안내 이정표를 보니 순간 아쉬웠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롤랑가로스를 향해 열심히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롤랑가로스를 향해 걸어갔던 우리. 올림픽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니! 롤랑가로스로 향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우리도 이 역사적인 현장에 있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그리고 대망의 소지품 검사를 시작했다. 나는 먹고 있던 음료수를 다 마신 후 버린 뒤에 무난하게 통과했고 입구 앞에서 이글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이글이의 다급한 목소리
"동글아 잠깐만 고프로 안된대"
"엥..?"
이글이에게 얼른 날아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고프로 반입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음 안내사항에 가능한 카메라 규격이 적혀있었고 해당 규격에 따르면 고프로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는데 왜 갑자기 안된다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소지품 검사 담당자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니 자꾸 고프로는 반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아까 음료수를 버린 것처럼 고프로도 버리면 들어갈 수 있다(어이없음)는 이야기를 했다. 이때 정말 기분이 나빴다. '이게 바로 프랑스인가? 내가 드디어 프랑스를 느끼는 걸까?' 생각했다. 당황한 우리는 다시 숙소로 가서 고프로를 두고 오는 것은 시간상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혹시나 숙소에 갔다 왔을 때 경기가 시작된 후에 입장하게 되어 게이트가 막혀서 경기를 못 보게 되는, 축구 경기와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다시 돌아가는 방법만큼은 피하자고 생각했다.
따라서 근처에 관리자 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더니 관리자? 들이 가득 모여있는 컨테이너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끼리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고프로가 왜 안돼? 되지 않음? 이런 이야기 같았다. 이야기가 종료되었는지 다시 우리한테 따라오라고 했고 다른 소지품 검사 담당자와 이야기한 결과 고프로가 안 되는 것이 아니고 '고프로 쇼티(셀카봉/삼각대)'가 안된다고 했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쇼티가 반입 불가한 항목이라고 말하던가! 우리는 그냥 버린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쇼티를 버렸다. 다들 놀란 눈치였다. 어차피 정품 쇼티가 아니고 호환되는 저렴한 쇼티를 샀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무사히 입장만 하게 해 주세요! 버린 후 다시 소지품 검사를 했고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경기장에 비해 롤랑가로스의 검사가 철저했던 것 같다. 헤리티지가 가득한 테니스 경기장 롤랑가로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체 규정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슴 뛰는 주황색 코트 롤랑가로스
무사히 입장한 롤랑가로스. 롤랑가로스는 놀이공원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과 신난 표정의 사람들. 올림픽 체험 부스 등 다양한 것으로 가득했던 롤랑가로스. 우리는 롤랑가로스의 주요 경기들이 펼쳐지는 메인 코트인 Philippe chatrier court에서 진행되는 경기로 예매를 했었다.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우리의 경기장!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다른 경기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롤랑가로스만의 특별한 올림픽 체험으로 파리올림픽 성화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있었다. 우와 이건 못 참지! 줄이 꽤나 길었지만 기다리다가 찍었다. 결과물을 확인하니 너무나도 그냥 막 찍어주신 결과물이라 당황했지만 그것마저 웃겼던 사진. 직접 성화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짜릿했다. 언제 또 들어보겠어? 또 들고 싶네.
성화랑 사진 찍기를 완료하고 기념품 샵으로 갔다. 올림픽 기념품도 기념품인데 롤랑가로스의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지 롤랑가로스 기념품은 팔지 않고 있었다. 대신 올림픽 기념품으로 가득했고 규모가 매우 컸다. 이것저것 둘러보면서 몇 가지를 담은 다음 본격적으로 우리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으로 입장하니 실감 나는 올림픽. 자리를 잡고 앉으니 코트가 훤히 보였다.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리 멀지도 않았다. 코트 전체가 다 내려다보이는 시야에 앉을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다만, 이동할 때 약간 불편한 점이 있었다. 열의 중앙 자리로 배치되다 보니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가야 했기 때문. 하지만 잘 보였기 때문에 좋았다고 한다.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두둑하게 바른 다음 경기를 볼 준비를 마쳤다.
우리가 배정된 경기는 여자단식 3라운드 vs 왕시유 경기, 남자단식 2라운드 메드베데프 vs 오프너 경기가 배정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면? 네임드 중에 네임드인 알카라스의 경기가 걸렸을 수도 있는데 아쉬웠다. (나달 또는 조코비치는 일정상 불가할 것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네임드였던 메드베데프 경기가 배정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자 선수들은 잘 몰랐는데 폴란드의 이가는 현재 여자 테니스 선수 중 1등이라고 했다. 1등의 경기를 직관했다니 유관의 기운을 받아가야겠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테린이인 나와 달리 테잘알에 속하는 이글이가 알려준 테니스 이야기에 따르면 여자 단식 선수들은 랭킹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비록 이가가 1등이어도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쫄깃한 마음으로 보려고 했다. 경기를 본 결과 쫄깃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가는 너무 잘했다. 하지만 왕시유 선수도 굉장히 잘했다. 2세트에서는 다리에 부상이 왔는지 절뚝거렸던 왕시유 선수. 기권을 할 것 같았지만 끝까지 경기를 하는 모습에 리스펙!
경기 중간 한 게임 종료 후 다음 게임이 진행되기 전까지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선 축구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못 들어올 수도 있으니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 롤랑 가로스 전체를 둘러보진 못했고 우리의 경기장인 Philippe chatrier court 안에만 돌아다녔다. 그리고 음료 두 잔을 구매하고 다시 우리의 좌석으로 돌아왔다. 파리올림픽 메인 스폰서 중 하나가 코카콜라여서 그런지 음료는 콜라, 스프라이트가 주였다. 그리고 보증금 2유로(?)였던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었다. 주류는 팔지 않았는데 아주 현명한 조치 같았다. 매너 없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 사전에 취객을 막은 올림픽 칭찬해.
여자 단식경기 다음으로 남자 단식경기가 진행되었다. 남자 단식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메드베데프가 가뿐하게 이긴 경기였다. 메드베데프의 상대였던 오프너는 처음 들어본 선수였다. 상대가 안되었던 게임 같았다. 우리 부부는 경기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언더독을 응원하게 되기 때문에 오프너도 한 세트는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프너가 어느 순간부터 거의 경기를 놓은 것 같은 플레이를 하면서부터 실망한 우리 부부. 끝까지 해보지 그랬어! 어린 선수였던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롤랑가로스에서 느꼈던 흥미로운 점은 응원 문화였다. 우리 부부는 다양한 경기를 직관했었는데 그중에서 처음 들어본 응원가가 있었다.
"빰빰빰빰빰빰빰 빰빠라밤~"
"오잇!"
누군가 관객 한 명이 선창으로 빰빠라밤을 외치면 나머지 관객들이 후창으로 오잇하고 외쳤다. 뭐랄까 정말 귀여웠다. 재밌는건 성인이 선창을 하면 다른 관객들이 후창을 잘해주지 않는데, 어린이들이 선창을 할 경우 대부분의 관객들이 힘 합쳐 후창을 힘껏 외쳤다. 후창 유도에 실패한 성인 관람객의 뻘쭘함에 관객들 모두 빵 터지는 상황들이 재밌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선창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들이 너무 귀여웠다. 아이들이 ‘나도 해봐야지~ 나도 해볼 거야’ 하면서 너도나도 외쳐보고 싶어 한 것 같았다. 꾀꼬리 같던 아이들.
경기가 종료되고 난 후에도 열기가 가득했던 롤랑가로스. 신나고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롤랑가로스에서 나왔다. 경기가 밤 11시 직전에 종료되었기 때문에 걸어가도 괜찮을까? 밤에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위험은 무슨 서울의 불금 모습과 똑같았다는 사실. 밤 9시가 넘는 시점부터 일몰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밤을 즐기려면 적어도 새벽은 되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까지 즐기는 것 같았다. 롤랑가로스 근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로 허기를 채운 후 열심히 호텔까지 걸어간 후 도착하니 자정이었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니 노곤함이 확 몰려왔다. 그렇게 기절한 동글이글 부부.
파리 2일 차를 야무지게 보낸 동글이글 부부. 돌이켜보면 다양한 일들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희로애락으로 꽉 찬 2일 차를 마무리하며 올림픽 경기 일정 3개가 예정되어 있던 3일 차를 기대하면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