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행 3일 차 첫 번째
올림픽 경기 3개가 예정되어 있던 하루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야무지고 알차게 보냈던 파리올림픽 3일 차 첫 번째.
베르사유 궁전 승마 경기장
3일 차의 첫 경기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였다. 사실 승마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베르사유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꼭 가고 싶었다. 궁전에서 펼쳐지는 승마라니 상상도 안 됐다. 심지어 승마 티켓은 공식 티켓 구매 시즌에는 구매하지 못했었다. 공식 리셀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승마 경기 티켓. 경기명은 정확히 승마(Dressage)였다.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출발했다.
전날 축구 경기 입장 불가의 여파로 늦지 않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동글이글부부. 지도에 따라 우리의 출발시간을 확인한 후 호텔 근처 전철역으로 향했다. 호텔 근처 역과 베르사유 역 모두 RER C 전철이었기에 갈아타지 않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아침 댓바람부터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역에서 빠져나가니 자원봉사자 분들이 셔틀버스 탑승 쪽으로 안내했다. 오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니! 친절함에 감탄하며 버스에 탑승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무려 20분 정도 이동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은 맞는데 궁전의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에 오래 이동해야 했다. 10년 전에 파리에 왔을 때 베르사유 궁전에는 가보지 않았던지라 궁전의 규모가 이 정도로 클지 전혀 몰랐던 나.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경기장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은 궁전 부지에 있는 숲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숲길을 걸으니 낭만적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국기를 흔들며 다 함께 베르사유 궁전을 걷다니. 올림픽이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렇게 숲길을 걷고 무사히 경기장으로 도착하니 경기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승마 경기를 한 시간 정도만 보고 양궁 경기장으로 바로 가려고 했다. 양궁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할 예정이었으므로 꼭 입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축구의 여파로 늦게 입장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꼭 맞춰서 가려고 했다. 따라서 한 시간 반 정도 보고 가려고 했던 우리 계획은 한 시간 정도 보고 나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경기를 보았다.
마침 우리가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직전 경기가 끝난 상태였었다. 승마도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한 게임이 끝난 후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장은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꽃도 심어져 있고 울타리도 있고 뭐랄까 화원 같은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들 모두 매우 고풍스러워 보였다. 관리가 매우 잘 된 고급진 말들이었다. 또한, 말을 이끄는 기수들인 선수들 역시 멋진 유니폼을 차려입었었다. 귀족 같은 느낌. 내가 있는 곳이 경기장인가 귀족들의 사교파티인가.
그리고 경기는 특이했다. 말을 탄 선수가 전진, 후진, 회전 등을 완료한 후 종료되는 경기. '이게 경기야?' 하며 당황했던 우리 부부.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말 타고 달리기였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바로 구글에 검색해 보았더니 Dressage는 마장마술로 말과의 교감정도를 점수로 매기는 경기였다. 나름 규칙을 보다 보니 마장마술경기가 조금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해내야 하는 기술도 20가지가 넘고 정해진 시간도 있기에 어느 정도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적이었기에 박진감 넘치진 않았다.
또한, 야외 경기장이었기 때문에 햇빛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선크림, 선글라스, 모자로도 가리기 어려웠던 햇빛과 더위. 게다가 정적인 분위기에 (경기 중에는 소리도 내면 안된다) 더 더워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 우리는 생각보다 더 빨리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빠르게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서 역으로 걸어갈 수 있는 출구와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 있는 출구 두 개가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걸어가면 40분 정도 걸린다고 하기에 셔틀버스를 택한 우리. 하지만 우리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기 때문에 역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나가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봤었을 때도 셔틀버스가 있을 것 같긴 한데 확실친 않다고 했기 때문. 하지만 '모 아니면 도다! 그냥 가보자'라고 결정한 우리 부부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걷고 나니 셔틀버스들이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처럼 승마 경기장에서 금방 나왔던 사람들 무리를 발견했고 그들과 함께 역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역으로 도착하니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셔틀버스를 타는 많은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경기 시작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입장하는 수많은 관람객의 행렬을 보니 우리는 안심이 되었다. 꼭 경기 시각에 맞춰서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축구 경기는 우리가 종료직전에 들어가려고 해서 막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목적지를 호텔로 바꾸게 된다.
호텔에서 씻고 뽀송한 상태로 나오자! 그리고 태극기도 챙겨 나오자!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
호텔에서 씻고 태극기를 야무지게 챙긴 후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가득했던 양궁 경기장. 경기는 12시부터 시작이었고 우리가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한시 반 정도였다. 우리는 입장 시간보다 늦었음에도 입장이 가능했음을 승마 경기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양궁 경기장도 당연히 입장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 직전까지는 약간 긴장했는데 무사히 입장하고 나니 마음이 싹 놓였다. 한국 경기인데 꼭 봐야만 했는데 무사히 입장했다니! 한시름 놓았다.
우리가 예매한 경기는 남녀 개인전 64강, 32강 경기였고 한국 선수들은 오후 두 시 반부터 나올 예정이었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일단 허기부터 채워야 했기에 경기장 내에 있는 F&B 부스로 가서 햄버거, 맥주, 감자튀김등을 주문했다. 올림픽특수 물가가 적용되어 꽤나 비싼 금액으로 구매했다. 올림픽이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랬다. 생각보다 좋은데?
식사를 야무지게 한 후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양궁 체험 이벤트가 있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줄을 설 기력이 없었다. 따라서 그냥 그늘에 앉아있기로 한 동글이글 부부. 테니스 경기장에서 성화 들고 사진 찍었으니 됐어!라는 마음으로 쉬기로 한 30대 초 기력이 쇠했던 동글이글 부부.
그리고 날씨가 굉장히 덥다 보니 대구에서 볼 수 있었던 쿨링포그가 설치되어 있었고 물 먹는 곳도 있었다. 정확히는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음수대였다. 그래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없었다면 분명 양궁경기장에서 꽤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을 것 같았다.
또한, 간이 화장실이 매우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실 나는 간이화장실 시설을 신뢰하지 않는다. 분명.. 분명 함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나. 하지만 속는 셈 치고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매우 깨끗했다. 나에게 파리올림픽 인식이 좋아졌던 이유 중 하나. 놀랍도록 깨끗한 화장실!!!!!! '올림픽 정말 각 잡고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한 화장실을 보니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겠구나 안도한 나는 본격적으로 기분 좋게 경기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격 경기장 입성 직전 한국인 분들을 만났었다. 큰 태극기를 두르고 얼굴에는 태극기 판박이를 붙이셨던 분들. 도대체 판박이는 어디서 난 걸까 구매할 수 있을까? 해서 한국인 분들께 가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우리에게 태극기 판박이 스티커를 나눔 해주신 따스한 한국인 분들. 역시 한국인의 정 최고! 그렇게 얼굴에 판박이 스티커를 붙이고 한국 선수 출전에 맞춰서 본격적으로 우리 좌석에 착석하게 되었다.
따가운 햇볕을 직격으로 맞았지만 놀랍게도 바람이 불어서 죽을 만큼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디서 바람이 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행이었다. 아침에 있었던 승마 경기장은 바람 한점 없이 햇볕만 쐬었기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흘렀는데 양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시간 상 양궁 경기장의 햇볕이 훨씬 뜨거웠을 수 있으나 바람님께서 와주시니 너무도 다행이었다.
양궁경기는 생각보다 매우 박진감 넘쳤다. 활을 쏘고 과녁에 닿은 후 점수를 확인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체감상 고작 1~2초 정도다. 하지만 그때 그 1~2초 사이의 박진감이 엄청났다. 점수가 몇 점이냐에 따라 선수들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봤던 경기는 개인전 64강, 32강 경기였기에 지면 바로 탈락하는 경기. 그러니 더 긴장되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역시나 양궁의 민족? 답게 가뿐히 승리하였다.
그리고 과녁이 생각보다 매우 멀다. 도대체 과녁이 보이긴 한 걸까? 선수들의 시력이 몽골인처럼 4.0 정도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 선수들 정말 대단하시다. 도대체 어떻게 훈련을 할까? 이래저래 신기하고 놀라운 감정을 갖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한국인들의 주요 여행지인 파리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보지 못했었는데 코리아하우스에 이어 양궁 경기장에 다 모여있는 것만 같았다. 대~한 민국을 외치며 함께 응원을 하니 더욱 재밌었던 양궁 경기. 올림픽 중계에도 잡히는 재미난 경험을 하기도 한 동글이글부부. 살다 살다 올림픽 카메라라니!
한국 선수들의 양궁 경기 직관을 마친 후 다음 장소인 오페라 가르니에로 향했다.
덥고 땀도 나고 목도 마른 상태였으나 기분만큼은 최상이었던 우리 부부.
오페라 가르니에 다음엔 가장 신났던 경기 비치발리볼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