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행 3일 차 두 번째
남은 일정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던 우리 부부.
양궁 경기장에서 나온 후 빠르게 오페라 가르니에로 향했다.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앵발리드에서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던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역 앞에 있어 가기도 쉬웠다. 우리는 오후 4시 입장권으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양궁경기가 딜레이 되면서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된 우리 부부. 설마.. 못 들어가는 건 아닐지 걱정하고 있었으나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땀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빠르게 걸어가다 보니 체력이 남아나질 않던 상태였었는데 오페라 가르니에에 들어가니 다시 힘이 났다. 왜냐 아주 시원했기 때문이지.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는 매우 화려했다. 화려함의 정수를 보는 느낌.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지만 현재도 공연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10년 전에 파리에 왔을 때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마담 보바리 공연을 예약했었던 기억이 있다. 해외여행 시 음악 관련한 체험 한 개씩은 꼭 해보고 싶었던 나기에 야심 차게 공연을 예약했었다. 다만, 갑자기 이슈가 생겨 공연이 취소되었고 환불받으러 직접 가야 한다고 해서 직접 갔던 경험이 있었다. 10년 전이나 후나 파리에 있는 오페라 극장에 와보게 되었다니 이렇게 보니 오페라 극장 쳐돌이 같기도..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신기했던 것은 화려한 착장으로 휘감고 온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거의 시상식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들한테 핫한 관광지였던 것 같았다. 다들 엄청나게 사진을 찍더라는.. 태극기 들고 파리올림픽 굿즈 티 입고 운동화 신은 우리와는 매우 대비되었던 사람들. 화려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올림픽 관광객 그 자체였던 한국인 대문자 P부부.
그렇게 우리도 내부를 슬금슬금 돌아보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화려한 공연장을 직접 보다니. 1875년에 개장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서 옛것의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던 완벽한 극장.
그리고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 나가는 쪽에 있던 AI포토부스에서 사진 찍기! 사진 부스에서 촬영을 하면 오페라 가르니에 배경과 함께 사진이 찍히며 사진 속 인물을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TPO에 맞게 바꿔주었다.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찍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덥고 귀찮았기에 재촬영은 한 번만 더 하고 말았다. 너무도 더워!!!
오페라 가르니에를 빠르게 둘러본 후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개운한 상태로 다음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 곧바로 호텔로 돌아갔다가 다음 경기가 열릴 에펠탑 경기장으로 향했다.
에펠탑 비치발리볼 경기장
비치발리볼은 잘 모르는 종목이었지만 티켓을 구매했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에펠탑 앞 경기장에서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파리올림픽 기획자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어떻게 에펠탑 앞에 경기장을 만들 생각을 했지?
앞서 호텔에서 에펠탑 경기장으로 출발했던 우리는 약간 애매한 시간대에 경기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뭔가 저녁 식사를 하기 애매해지게 된 우리 부부. 에펠탑 앞에서 파는 노상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나름 여행 왔는데 노상 음식도 먹어봐야지! 파니니와 쿠키 등으로 간단히 먹고 난 후 경기장 입구로 향했다. 경기장 입구는 에펠탑 관광객과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온 관람객이 섞여 엄청난 인파들로 가득하여 복작복작했다. 설레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괜스레 우리 부부도 신나게 되었다. 무사히 입장하고 경기장 부지에 입성하니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잔디밭이었다. 원래는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애용되었던 잔디밭인데 파리올림픽 시즌에는 경기장 부지로 사용되어 신기했다. 10년 전의 나는 이곳에서 한국인 여행객들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했었던 내가 이제는 인생의 짝꿍과 함께 부부로서 같이 왔다니 감회가 남달랐다.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다. 20대 초반의 불안정했던 내가 10년이 흘러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맞이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파리에 오다니. 짝꿍의 손을 꼭 잡고 잔디밭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걸으며 경기장에 가까워지니 두둠칫 두둠칫 흥겨운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경기장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기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감도만 보았을 때도 기대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욱 기대 이상이었던 아름다운 경기장. 마치 해변가를 에펠탑에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 '우와'라는 소리가 절로 났다. 그리고 경기장 자체가 매우 흥겨웠다. 마치 페스티벌 같은 느낌? 비치발리볼을 잘 몰랐던 우리는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경기가 될까?'라는 의문이(?) 생겼었다. 보는 우리는 신나지만 선수들은 과연 집중이 될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니 날아다니던 선수들. 다들 파워가 대단했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세계 랭킹이 높았던 브라질 남자 대표팀, 캐나다 여자 대표팀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잘 몰랐지만 비치발리볼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고 한다. 다양한 관중들이 어울러 흥겹게 응원하는 비치발리볼 경기. 그래서 그런지 브라질, 캐나다 관중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관중들도 많았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의 신나는 진행과 더불어 치어리딩 쇼도 있었다. 볼거리가 가득했던 비치발리볼. NBA 직관때와 비슷하게 신났기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비치발리볼 경기장의 대미를 장식했던 순간! 그건 바로 노을 지는 파리 하늘을 배경 삼아 경기장에서 보이는 에펠탑을 눈으로 담았을 때. 이때 관중들 모두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여 사진을 찍었다. 이런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감동적이었던 순간이었다. 더위로 푹푹 찌던 파리였으나 이 순간만큼은 뭔가 시원했던 것 같다.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예매 당시에는 저녁 늦은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가 잘 보일까? 너무 늦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저녁 경기로 예약한 우리 자신을 매우 칭찬했다. 앞선 경기들을 경험함에 따른 축척된 경험치에 의하면 낮 경기였을 경우 경기장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 나름 시원했고 아름다운 야경까지 볼 수 있었던 저녁 비치발리볼 경기. 신나게 보고 호텔로 돌아온 후 바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꽉 찬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점점 파리올림픽 여행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