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행 4일 차 첫 번째
4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이날의 첫 시작은 파리 여행을 가면 필수로 찍는다는 파리 스냅 촬영 일정이었다. 변화무쌍한 일기예보 때문에 비가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있었다. 결국 비가 오긴 했으나 시간을 조정한 후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촬영 다음 일정은 역사적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라 뚜르 다르장 런치 식사였다. 파리올림픽 여행 기간 중 유일하게 가장 멋 부릴 예정이었던 날이기에 촬영일정과 더불어 미슐랭 레스토랑을 가기로 하고 사전에 예약을 한 후 방문했다.
라 투르 다르장
사실 우리 부부는 파인 다이닝을 잘 모른다. 라 투르 다르장에 방문하기 전까지 3번 정도 경험했던 일반인(?) 이므로 맛에 대한 생각보다는 레스토랑 공간이 주는 분위기, 느낌 위주로 적어보는 후기.
1. 헤리티지가 가득했던 공간
라 투르 다르장을 예약한 이유는 라따뚜이의 모티브가 되는 레스토랑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매우 오래된 레스토랑이었다는 것도 우리를 궁금하게 만든 포인트였다.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라 투르 다르장에 도착하자마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역사가 가득한 곳임을 레스토랑 건물 외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고급진 느낌.
건물 앞에 있던 안내하시는 분께 예약했음을 알리고 들어가니 1층 테이블로 안내했다. 분명 이런저런 후기를 보았을 때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층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왜 우리는 1층에 앉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물어보니 여기는 대기하는 테이블이라고 했다. 파인 다이닝을 잘 모르는 일반인 우리 부부. 뻘쭘해져 버렸다. (웃음)
라 투르 다르장에 올 때는 포멀 한 의상을 입어야한다. 사전에 이메일로 안내해 준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에는 블레이저를 필수로 입어야 한다. 혹시나 챙겨 오지 않았을 경우 라 투르 다르장에서 대여도 해준다고 했다. 우리는 스냅촬영을 한 후 바로 갔기에 둘 다 나름 포멀 한 상태여서 입장할 수 있었다. 너무 포멀 하지 않은 약간 캐주얼한 복장으로 갔기에 괜찮으려나 싶었었지만 문제없이 입장 가능했나 보다.
대기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 층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라 투르 다르장에 방문한 전 세계 각국 유명인사의 사인,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어떤 분들인지 여쭤보니 각국의 대통령부터 유명 연예인까지 가득했다. 오.. 루스벨트 대통령이 좋아하던 레스토랑에 우리가 방문한 거라니? 루스벨트 대통령과 공통점이 생겼다(?)
위로 올라간 후 창가 자리로 배정받은 우리 부부. 그때부터 본격적인 런치 식사를 시작했다. 휘황찬란한 모습의 음식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예쁜 아뮤즈부쉬부터 오리고기가 주가 된 메인음식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엄청난 와인리스트를 보유하고 있기에 와인을 좋아한다면 이것저것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굳이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부부도 와인을 잘 모르기에 모스카토류로 가벼운 와인 한잔만 달라고 요청드렸었다.
이날 런치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그리고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일본인 무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 국가 또는 영미권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안내하는 모든 분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잘 통하던 곳.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음도 편해졌던 시간이었다 :)
2. 오너의 등장 (당황, 멋짐)
맛있게 먹고 마지막 디저트가 나오던 시점에 갑자기 우리 테이블로 멋지게 차려입은 프랑스 중년 신사분이 다가오셨다. 당황한 우리 부부. 알고 보니 라 투르 다르장의 오너였다. 마치 에밀리 앤 파리에서 나온 듯한 중년의 프랑스 신사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라따뚜이 영화 보고 왔어요!라고 주접을 떨어보고 싶었지만 오너가 풍기는 알 수 없는 위압감 (엄청난 분위기에 압도되어 버렸다고 해야 하나)에 대화하지는 못하고 음식 맛있다. 멋지다! 이런 이야기만 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이래저래 당황해 버린 우리 부부.
3. K-친절을 뛰어넘는 F-친절을 느낄 수 있던 곳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친절한 서비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니. 당연히 미슐랭 레스토랑이기에 친절한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렇게까지 친절할지는 몰랐다. 프랑스는 손님이 왕이 아니고, 종업원이 오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런 문화라고 들었기에 아무리 미슐랭이어도 뭐 얼마나 친절하겠어?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친전으로 가득했던 서비스. 그래서 더욱 만족했던 식사였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어떤 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엽서를 제공해 주었다. 이 번호는 바로 우리가 식사한 오리의 번호였다. 우리가 식사한 오리가 몇 번째 오리인지 기재되어 있는 것. 신기한 엽서 기념품?을 받은 후 배부르고 즐거운 상태로 호텔로 향했다.
이 글을 완성한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은 흑백요리사 열풍이다. 이에 미슐랭, 파인다이닝에 대한 인기도 다시금 치솟고 있는 것 같다. 혹시나 흑백요리사가 조금이라도 일찍 나왔더라면 미슐랭, 파인다이닝 등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하고 갔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신기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던 건 변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받은 오리 엽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니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자 호텔로 향한 우리 부부.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