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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Apr 21. 2022

쉬는 날

아침 일찍

커튼을 열고 보니








하얀 세상이 되어 있다.

어젯밤부터 내린 눈은 4월임을 무색하게 만들며 다시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오늘은 차를 딜러샵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겨야 하는 날이다. 5년 동안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차를 리콜받는 날이다.

차를 꺼내서 동네 어귀부터 큰길까지 나가는 동안 눈 구경을 하느라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Terwillegar Drive에 들어서서 아차 하는 생각에 신호대기를 하는 도중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운전 중에 딴짓을 하면 안 되니까! ^^

Rabbit hill road
Terwillegar Drive
Whitemud Drive

7시 15분. 예약 시간에 도착해서 데스크에서 접수를 마치고 나니 우버를 연결해서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ㅎㅎ

물론 자동차 결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반길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후 대책을 세워서라도 부품을 교체해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분명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Ford Dealership on 34th Ave

Uber를 기다리는 동안 전시되어있는 차를 둘러본다. 새 차는 역시 좋아 보인다.

Uber에서 텍스트 메시지가 들어온다. 5분 후에 니싼 알티마를 운전하는 발버라는 운전기사가 집까지 모시고 갈 거라는 문자다.

Uber application 화면

세상 참 좋아졌다. 2~3년 전만 해도 차 수리 맡기러 왔을 때에는 딜러샵의 미니밴 셔틀을 기다렸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다 태우고 동네 몇 군데를 들러서 내려주고 거리가 먼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을 타고 가서 내려야 했는데, 코비드 시대라서 그런 건지 이젠 이런 풍경도 바뀌어 있다.

우버 차량을 확인하고 조수석 문을 여는데, 기사가 뒷자리에 타야 한다며 한마디 한다. 우버에서 정한 룰이 아직 앞자리 승차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주소를 확인해준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발음을 듣고 보니 인도 아저씨인듯하다.

어찌 되었든 고마운 마음으로 차 뒷자리에 앉아서 오른쪽 왼쪽으로 풍경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본다.

백만 년 만에 뒷자리에 앉아서 사장님 포스로 셀폰으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면서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출근길에 막히는 Terwillegar Drive

한 시간 만에 다시 동네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햇빛이 강하다. 아마도 오전에는 지붕에 쌓인 눈이 다 녹아 없어질 것 같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데이 홈 아이들이 오기 전 잠시 짬을 내서 아내와 커피를 한잔 하기로 한다.

딸아이가 알려준 대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 그라인더 통에 원두를 부어 놓고 갈아서 포터 필터에 담고 그룹 헤드에 끼운다. 그리고 작동 버튼! 잠시 후 그룹 헤드 아래로 진한 커피 원액이 흘러나온다.

커피 향이 참 좋다.

오후에 수리가 끝난 차를 다시 찾아오고 데이 홈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다음 아내와 함께 동네 산책을 나서려 하니 하루 종일 해가 나온 덕분에 어느새 하얀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벚꽃이 지고 있다는데, 이제  에드먼튼에도 더 이상 눈 소식보다는 꽃소식이 더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쉬는 날,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건 왜일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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