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신청 성공 뒷 이야기
“오랜만에 슈트 하나를 장만했다. 그런데 슈트를 입어보니 어울리는 신발이 없는 것이 아닌가?! 슈트에 어울리는 갈색 구두를 같이 맞춰야지.. 흠.. 벨트랑 구두는 깔맞춤이라지? 벨트도 사야겠군.. 좋아! 완벽해! 근데 뭐가 허전한 것 같지? 아! 슈트에 어울리는 백팩이나 브리프케이스가 없구먼? 흠 또 뭐가 부족한지 보자..”
[어느 직장인의 삶 중]
위 내용의 효과를 디드로 효과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물건을 연쇄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심리 효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비효과라는 말도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효과가 반복적이고 지루한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틀 전 저는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작가라는 명칭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나도 모르게 “아싸!”라고 외쳤습니다. 큰소리로 “아싸!”라고 외쳐본 것은 아마 군대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그만큼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평범한 제 일상에 잔잔한 파문 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파문이 일어나도록 시작한 것은 5천 원짜리 중고 소설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올해 늦여름 함께 캠핑을 갔던 산악회 누나의 책 이야기가 시작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강원도 인제 캠핑장에서 나눈 이야기 들 중 우연히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대화가 잘 통했고 그때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제가 다시 책을 읽게 된 시작점이었습니다. 게임과 드라마 시청이 전부였던 내 여가 생활이 초라하게 느껴진 것이 이유 일수도 있습니다. 혹은 대학 시절 공대생임에도 불구하고 문예창작학과를 복수 전공할 정도로 글에 관심이 많았던 그 시절의 문학 욕망이 깨어난 것일 수 도 있겠습니다.
캠핑에 다녀오자마자 소설책 몇 권을 구매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때 구매했던 소설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방에서 가장 편안한 자리인 컴퓨터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편해 보이는 컴퓨터용 의자라도 오랜 시간 책을 읽다 보니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좌식용 소파 의자였습니다. 그 이후 저에게는 하트 모양이 들어간 극세사 수면 잠옷을 입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좌식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의자만 있으니 커피 잔을 올려놓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좌식용 의자에 어울리는 좌식용 테이블이 필요해졌던 것입니다. 혹시 보이시나요? 디드로 효과입니다. 책을 구입했고, 책을 읽기 편안 의자가 필요해져 의자를 구매했으며, 의자에 어울리는 테이블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좌식의자를 구매하고 네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다른 욕망이 가득 차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쓰고 싶다.”
디드로 효과와 함께 저에게는 나비효과 가 시작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하고 읽다 보니 내 안에 쌓여가는 생각들을 풀어놓고 싶어 진 것입니다. 그것을 풀어내는 가장 쉬운 길은 생각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접어 두었던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일기를 쓰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쓰기 쉬운 것이 일기 일 것입니다. 그리고 일기는 나와의 온전한 대화 같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중 기분이 상했다면 일기를 쓰면서 화풀이를 합니다. 또 기쁜 일이 있다면 일기에 적어놓고 다시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기분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일기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블로그였던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때로는 pc에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나의 온라인 일기장.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준다면 더 재미있을 거 같은 일기장이었던 셈입니다.
쓰기 시작하니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일기가 아닌 독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진 것입니다. 블로그 가 아닌 내 책을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라는 아주 큰 “꿈”이라는 것이 생긴 것입니다. 겨우 넉 달 남짓 책을 읽더니 글을 쓰고 싶어 졌고 이젠 책을 출간하고 싶다니! 어찌 보면 허무맹랑 꿈이지만 이 꿈은 지루하게 반복적인 제 일상에 가장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책상에 커피 잔 하나만 덩그러니 있자니 다시 디드로 효과 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책상에도 잘 어울리며 내게 필요한 것. 여행기 책을 쓰고 싶었기에 여행 중간중간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해졌습니다. 책에서 좌식의자로 좌식 의자에서 테이블로 테이블에서 이젠 아이패드가 필요해졌습니다. 왜 아이패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갖고 싶었습니다. 혹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폰을 쓰고 있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상상 속에 그려오던 여행을 가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예쁜 카페를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내 모습을 그렸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아이패드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공장 안 제 침실이었던 곳은 침실이자 나만의 서재가 되었고 제 작업실이 되었습니다. 공장 일이 끝나면 운동을 2시간 하고 샤워 후에 큰 머그잔에 카누 3 봉지를 넣고 커피를 만들어 옵니다.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플레이시키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지금처럼 어떤 글 이든 글을 씁니다. 그렇게 쓰인 글이 첫 번 제 여행 이야기 “혼자라도 괜찮아”입니다. 처음에는 생각의 흐름대로 그냥 썼습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과감히 저장을 누르고 딴짓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 도 봅니다. 그러다 머릿속에 언뜻 떠오르는 것이 생기면 아이패드에 기록해 놓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도 넣어두고 다시 읽어서 고쳐 쓰고 를 반복해보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흔히 말하는 근자감 이 생긴 것이죠.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면 용감해집니다. 용감해져 근자감이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와 같은 미스터리이지만 이 근자감에 힘입어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신청서를 쓰면서도 한 번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청서 제출 후 승인을 기다리는 3일 동안 브런치 어플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수천번을 했습니다. 대학 합격 통보도 이렇게 간절히 기다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길고 긴 3일째 드디어 오늘 브런치 작가라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는 이 글 처음에 표현해 놓았습니다.
“아싸!!”
디드로 효과로 인해서 저는 사치스럽게도 아이패드와 액세서리들까지 잔뜩 구매하게 만들었고 구매했던 나의 아이템들은 나비효과 일으켜 제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처럼 똑같은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써보았으며 글을 쓰다 보니 책을 출간하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제 꿈인 책 출간의 첫걸음이 바로 브런치 작가 입문이었고 보란 듯이 성공했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는 큰 변화는 없지만 내 안에는 큰 태풍이 생긴 것입니다. 이젠 일을 할 때 활기차 졌고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보낸 기분이 듭니다. 일상적인 생활 패턴에서 ‘책을 읽는다’라는 작은 변화가 점차적으로 더 큰 변화들을 가져와주었고 지금도 이 변화들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반복적이고 지루 하신가요? 얼마 전 어느 게임 디렉터가 이런 코멘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때로는 낭비 없이는 낭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저처럼 작은 낭비를 저질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은 갖고 싶었던 것을 구매해보는 것 , 딱히 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작은 낭비를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은 낭비가 여러분의 낭만을 만들어줄 수도, 혹은 작은 변화가 여러분의 큰 변화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심심한 당신에게 해주고픈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