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백화점과의 만남, 어릴 적 이상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가고, 대팔은 다른 친구들과 다를 것 없이 대학교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교대를 가자, 사범대를 가는게 어떻겠니 라고 말씀하시면서 대팔이 안정적인 생활을 준비하기를 바라셨지만 대팔의 목표는 확고한 편이었다.
“저는 큰 도시에 가고 싶어요. 그래도 서울에 한 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던 대팔의 패기에 부모님도 두 손 두 발 드셨다. 그리고는 서울에 혼자 올라온 대팔은 대학교 4년 동안 동아리, 학생회, 축제 등등 학교 내에서 안하는 활동이 없을 정도로 인싸 기질을 뽐내고 다녔다. 지금 직장 동료들이 대학교 때의 대팔의 모습을 봤다면 동일 인물이 맞냐고 할 정도로 대학교 때의 대팔은 여기도 쳐보고, 저기도 때려보고 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행동을 해보면서 알아보고 싶어했다. 그러다가 대학교 친구들이 공인 회계사 시험을 많이 본다는 말에 몇 달은 회계사 시험을 내가 도전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도 했고, 또 몇 달은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국제회의 아르바이트나 외국인들에게 관광 안내를 하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대팔은 취준생이 되어 있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 경영학과를 선택한 대팔도 “난 1승만 하면 돼. 100패를 해도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로 이 회사 저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분명 무언가를 하고는 싶었던 것 같은데 현실에 치여 산다는 이유로, 혹은 취업이 급하다는 이유로 대팔은 마치 어딘가에 쫓기는 듯이 자기 소개서를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대팔에게 돌아온 것은 1~2주 뒤에 찾아온 문자 메시지 하나였다.
“신대팔님, 00 회사에 지원하신 결과를 메일로 확인하세요.”
“아오, 이 문자 받으면 서탈이야 서탈. 짜증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대팔은 거칠게 말을 뱉으며 아메리카노를 쭈욱 빨아마셨다. 그러면서도 손은 바쁘게 다른 회사의 지원서를 빠른 속도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대팔아. 그런데 너 백화점은 안써보니?”
주환은 반대편에서 노트북으로 각종 회사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다가 하나를 발견한 듯 대팔에게 물어봤다. “너 어렸을 때 백화점 되게 좋아했잖아.”
“응 그랬지. 그런데 대학교 와서 다른 거 재밌는게 워낙 많다보니 백화점을 거의 안갔어. 대학생이 돈이 어딨냐.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쓰는 것도 민망해 죽겠는데 무슨 쇼핑이야 쇼핑은.”
주환은 마침 공고가 뜬 혜성백화점의 채용공고를 대팔에게 보여준다. “대팔아. 혜성백화점 공고 떴는데 여기 써보는거 어떠냐. 혜성백화점이 그래도 우리나라 백화점에선 TOP이라는데.”
“그치. 혜성이 우리나라에선 알짜배기 점포들이 많기는 하지. 우리 어렸을 때 살던 곳 근처에 있던 백화점도 혜성이었어. 진짜 오랜만에 혜성이나 한 번 가볼까?”
하지만 주환은 백화점엔 큰 관심이 없는 친구였다. “어. 너 혼자 가라. 난 다른 회사 지원서 하나 더 쓰고 제출할 게 있어가지고.” 그렇게 주환은 대팔의 제안을 빠르게 거절하고는 다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에라이.. 알았다. 그럼 나 간다.”
대팔은 짐을 싸서 도서관을 나온다. 혜성백화점의 지원 공고를 읽어보다 보니, 다시금 어렸을 적 백화점을 들락날락 하던 감정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던 것도 같았다. 그때의 나에게 혜성백화점은, 입사하는 게 아니라 마치 홈타운으로 되돌아가는 곳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대팔은 서울 지역에 있는 혜성 백화점을 쭉 돌면서 대팔이 잘 아는 상품군, 잘 모르지만 흥미가 있는 상품군, 아예 관심이 없는 상품군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본인이 대학교 때 했던 경험을 살려서 혜성백화점에 입사를 하게 된다면 어떠한 신입사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기왕 준비하는 거 어렸을 때의 추억 한 스푼을 자양분으로 삼아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 분명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할 때와는 텐션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 곳에 입사를 하기 위한 준비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 대팔이었다.
그리고는 잠시 짬을 내어서 고향에 내려간 대팔은 어렸을 적 자주 방문하던 혜성백화점 지점을 방문했다. 대팔이 자주 방문을 하던 곳이라 브랜드가 많이 바뀌었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대팔은 이 지점의 리뉴얼을 진행한다면 어떠한 컨셉을 가지고 백화점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다. 주말 이틀을 꼬박 혜성백화점에서 보낸 대팔은 부모님이 사주신 정장을 입고 면접장에서도 본인이 고민했던 백화점의 미래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했고, 그 결과 혜성백화점의 신입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렇게 들어간 이곳이, 언젠가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