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07화

Chapter1. 설레었었다(3)

드디어 만났다. 내 첫 컴플레인.

by 농도C

“고객님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감사합니다.”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백화점 근무 2주차, 여전히 대팔은 이 멘트가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앞에서는 대팔보다 100일 먼저 입사한 선배 사원인 현지는 제법 백화점 담당자 느낌이 든다. 얼굴만 봐서는 영락없는 대학생인데, 비즈니스 캐주얼을 갖춘 복장하며 대팔의 옆에 착 붙어서 오픈 전에 어떠한 것들을 살펴야 하는지 알려주는 모습에서 대팔은 묘하게 선배미를 느낀다.

‘그래도 100일 먼저 들어왔다고 이것저것 알려주는거 보소?’

“주임님, 주임님?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되시겠어요? 오픈 전에 저희가 챙겨야 할 일들이 좀 많아요. 매대는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는지, 직원들이 혹시 출근을 안해서 휘장천이 덮인 매장은은 없는지, 각 매장의 청결상태는 유지가 되어 있는지 등등 우리가 모든 것들을 볼 수는 없지만 최대한 우리가 봤을 때 각 매장이 오픈할 준비가 되었구나 싶도록 디테일하게 챙겨봐야 합니다. 항상 우리가 100%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디테일하게! 알겠죠?

“네, 현지 주임님!’


대팔은 아직 매장 직원들과는 영 어색함을 느꼈다. ‘매장에 있는 직원들보다 근무한 기간도 훨씬 짧고,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데 내가 이 사람들을 관리하고 리드해야 한다고? 말이 되는거야?’ 라고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수 있는게, 대팔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 불과했다. 물론 백화점에 지원을 할 때 영업이 아닌 영업관리를 지원했고, 관리자가 된다는 것에 꽃혀서 지원한 것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팔은 아직 이 모든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매장 환경에 적응한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 현장의 판매사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상품군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픈 시간의 매장 근무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을 때, 화장품을 담당하시는 국표 대리님 자리의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이제 전화를 땡겨받는 것 정도는 익숙해졌으니 얼른 가서 전화를 받았다.


“명품잡화 신대팔 주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인사말을 하고 기다리는 데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가, 상대방이 말을 한다.

“거기가 혜성백화점이죠?”

“네, 혜성백화점 서울점 명품팀 사무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제가 클라랑스 매장에서 DM을 받았는데요. DM을 보낼 때 보통 사셰 샘플 2개 정도는 함께 넣어서 보내지 않나요?”

“네? 사셰.. 샘플이요?”

대팔은 순간 얼어붙었다. 일단 클라랑스는 화장품 브랜드로, 대팔이 담당하는 상품군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는 수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가 상당히 젊은 여자였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린 젊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어깨를 바짝 조여왔다. 그리고 세 번째는 사셰 샘플이 무슨 용어인지 당췌 감이 오질 않았다.

“네, 사셰 샘플 2개 정도 함께 보내주곤 했었는데 클라랑스 DM(특정 고객들에게 발송했던 브랜드 제품 설명서. 통상적으로 사셰 샘플을 함께 넣어서 발송한다)은 샘플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이 왔네요? 이거 고객 기만 맞죠?”

“네? 고객 기만이요? 아니요. 그럴리가요. DM이 그렇게 가지 않았을텐데요?”

“아~ DM 이 그렇게 갈리가 없다? 그럼 제가 지금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전화를 걸어서 생떼를 부리고 있다는 말인가요?”


순간 대팔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컴플레인 통화 때는 선판단을 하지 말라’던 교육이 스쳤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땀이 손바닥에 차올랐고, 귓불은 화끈거렸다. 심장은 불규칙하게 쿵쿵거렸고, 머릿속은 생각보다 먼저 수화기를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찼다.

고객이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 “지금 전화를 받고 계신 분이 주임님이라고 하셨나요? 입사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여기서 입사한 지 2주 되었다고 하면 상대방의 비웃음은 더 커질 터, 대팔은 적어도 햇병아리처럼은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사한 지 유.. 유.. 육개월 정도 되었습니다만?”

“아..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되셨구나. 미안하지만 주임님은 제 컴플레인을 처리 해주실 역량이 안되시는 것 같네요. 더 윗 분이 계시겠죠?”

망했다. 첫 컴플레인 처리부터 본인 손에서 끝내지 못하고 선배를 소환하게 만들었다.

“실무… 책임자 대리님.. 이 계시기는 하는데 오늘 휴무셔서 자리에 안계십니다. 오늘은 제가 담당자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미안한데 주임님 말고, 내일 그 선배님께 전화 달라고 좀 해주세요. 제 전화번호 받아 적으시구요.”

얼떨결에 대팔은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는 선배에게 전달하겠다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전화번호 확인 안하세요?”


와.. 수화기 너머의 이 고객은 선수임에 분명했다. 선수이거나, 아니면 대팔을 한 수 가르쳐주는 데 재미가 들렸거나. 이미 대팔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자존심에 여러 번 스크래치를 입은 탓에 목소리 마저 떨리고 있었지만 최대한 억누르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고객이 남겨준 전화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선배가 출근하는 다음 날 통화를 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전화기를 들었던 대팔의 왼쪽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첫 컴플레인 전화를 이런 식으로 받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타이밍에 받았던 고객의 전화에 대팔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고객은 중간 이후에는 마치 대팔을 농락하는 듯이 이야기를 해나갔다. 고객의 입에서 본인의 컴플레인을 처리할 역량이 안된다는 말을 듣게될 줄이야. 비참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컴플레인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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