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 발자국씩 커 가는걸까.
다음 날이 되고, 대팔은 김국현 대리에게 본인이 어제 받았던 컴플레인 전화 상황을 보고했다.
“응~ 가끔씩 DM 나갈 때 샘플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한 번씩 있더라고. 그래서 아마 매장에도 여유 수량을 가지고는 있을텐데, 매장에 한 번 확인을 해보고 도와 드리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치? 고객 이야기가 무조건적으로 맞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미리 판단을 해버리면 안돼. 알겠지? 첫 경험 치고 좀 고약한 고객에게 걸리긴 했네. 이 컴플레인은 지금부터 내가 처리할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국현 대리는 대팔에게 그 컴플레인을 인계 받았다. 그리고는 설화수 매장에 대팔을 함께 데려가서 어제의 컴플레인 상황을 매니저에게 공유해주고, 혹시 모르니 사셰 샘플에 더해서 여행용 2종 정도 챙겨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매니저는 안그래도 본사에서도 자기네 브랜드가 오랜만에 DM을 보내보는 것이라서, 사셰 샘플이 들어있지 않은 DM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했다.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렇게 전달해주겠다고 했다. 국현 대리는 매장과 소통을 한 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고객은 “역시 화장품 실무를 책임져주시는 분이 일을 맡아주시니 고객의 입장을 헤아려주시네요. 고마워요” 라면서, 마치 맡겨놨던 샘플인양 조만간 찾으러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고객이 실제로 사셰 샘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이 고객만 알고 있었겠지.
설화수에서 벌어진 첫 컴플레인을 겪고난 다음 며칠 동안 대팔의 머릿속은 계속 그 목소리로 가득했다. 전화를 끊고 나면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으면서도 손끝이 저릿했고, 퇴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평소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심하게 비아냥을 받는다든지, 말 한 마디를 잘못 했다고 해서 그것을 트집잡아 드잡이를 한다든지 하는 일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한동안 퀭한 모습으로 아침에 출근을 했었고, 그 모습을 본 국현 대리는 대팔과 둘이 근무를 하던 날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자며 대팔을 기분 전환 시켜주려 했다.
“야, 대팔주임. 아직도 그 일 생각에 그러고 있는거야?”
국현 대리는 순대국밥 두 그릇을 주문하고는 깍두기를 오물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대팔아. 잘 들어. 백화점은 학교가 아니야. 그렇지?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정말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대부분 네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정말 가끔씩 네가 전화를 받았던 그 한 명의 고객과 같은 사례가 생길 수 있는거야.”
“네. 저도 백화점에 입사를 한 이상 고객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게 현실로 닥치니까 생각보다는 충격이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첫 걸음을 떼었으니, 두 번째는 지금보다는 조금 덜 떨릴 것이고, 세 번째는 조금 덜하겠지. 그렇게 컴플레인을 경험해가면서 네가 백화점의 영업관리자로서 적성이 잘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이런 경험은 네 잘못이 아니라 네 몫이야. 백화점에서 일한다는 건,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을 똑같이 맞이하는 일이거든. 그 차이를 버티는 힘이 너를 진짜 영업관리자로 만드는 거야.”
“네. 감사합니다 대리님. 앞으로 잘 이겨내보겠습니다.”
“이겨내긴 뭘 이겨내. 그냥 버티는거지 뭐.”
국현 대리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나가고는 마침 갓 나온 순대국밥에 입을 가져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국밥을 흡입하다시피 했다. 대팔은 국밥을 먹으면서 앞에 있던 국현 대리는 지금처럼 컴플레인에 무덤덤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객들을 대했을까, 나도 언제쯤 저렇게 무덤덤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첫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나니까, 그 이후의 컴플레인은 조금씩 적응이 되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상담실의 직원 분들도 신입사원에게 전화를 걸게 되면 상당히 미안하다는 눈치로 말을 해주시곤 하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려가 느껴졌었다.
“신대팔 주임님. 저 상담실의 김성주 실장이예요. 오늘 과장님과 주임님 출근이라서 주임님에게 전화했네요. 미안해요. 고객님이 화장품 매장 관련 건으로 백화점 담당자에게 꼭 말하고 싶다는 건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부득이하게 주임님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네요. 잠시 와줄 수 있나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시니 내려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어쨌든 내려가서 고객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잘 공감을 하고, 고객의 감정에 맞장구를 치면서 이야기를 들어드리니 대부분의 고객님들은 잘 이해하고 넘어가주시곤 했다. 그래서인지 대팔은 스스로 ‘나 이 정도면 고객 케어를 나름 잘 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꼭 이렇게 자신감이 넘칠 때 사건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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