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18화

Chapter 4. 적(?)은 내부에도?(1)

- 모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by 농도C

컴플레인이 몰아치는 기간이 있다면, 한동안은 또 조용해지는 기간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부터 여름이 끝날 때까지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상승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불편함에도 사람들의 기분이 안좋아지고 매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하는 일들이 생긴다. 반면, 날이 좀 추워지거나 명절, 혹은 크리스마스이거나 신년 등등 특별한 날에는 전반적으로 컴플레인이 적어진다. 아무래도 가족들끼리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을 만들지 말자는 일종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한결 나은 편이다.

대팔은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의 초입을 맞고 있었다. 보통 겨울의 초입이 되면 한 해를 결산하고, 그 해의 성과를 정리하며 다음 해에 계획할 새로운 행사를 준비하는 등의 일들을 하기 마련인데, 대팔은 며칠 째 출근을 하면 크게 한숨을 쉰 다음 전화를 쉴 새 없이 여기 저기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전화벨이 또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지원팀의 과장님이다.


“명품잡화팀 신대팔 과장입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저 지원팀의 모범진 과장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하실까요?”

“아~ 과장님. 저 과장님이 이렇게 연락주실 때마다 또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부터 되는건 왜일까요~ 지금 바로 만나셔야 하는 일이예요?”

“에이~ 제가 또 언제 대팔 과장님 심적으로 쫄게 만들었다고 그러세요~ 별 일 아니니 마음 편하게 잡수시고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올라가면 될까요?”

“네, 저희 늘 만나뵙는 백화점 바깥편에 스타벅스 있죠? 거기에서 뵙겠습니다.”

“네~거기서 뵙겠습니다!”

대팔은 전화를 끊고 ‘또 모 과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모 과장의 성격상 업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사무실에 와서 이야기를 하지 굳이 따로 얼굴을 보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굳이 굳이 명품팀도, 영업지원팀도 아닌 사무실 밖에서 미팅을 하자는 것은 십중팔구 별도로 전해야 할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었다. 대팔은 긴장할 필요 없다는 모 과장의 이야기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백화점 밖으로 나와 스타벅스로 향했다.


영업지원팀 모 과장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대팔과는 동기 사이인 그는 이번 미팅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대팔이 늘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크,지는 않은 체격에 얼굴은 동그란데, 안경마저 동그란 안경을 쓴, 영락없는 모범생 이미지이지만 가끔씩 눈을 날카롭게 하면서 상대를 몰아세울 때도 있었다. 그가 지원팀에서 오래도록 인정받으며 일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신 과장님! 오셨습니까?”

“뭐야. 업무 이야기야? 지금 업무 이야기 한다고 존대 쓰고 그러는거야?”

“아오, 그래 알겠어. 대팔아. 일단 좀 앉아서 커피 한 잔 하자.”

“아니, 인사발령이 날지 안날지 모르는 기간에 영업지원팀의 실세가 오셔서 그것도 사무실도 아니고 밖에서 커피 한잔을 하자고 하시니, 순간적으로 안쫄고 배기냐고.”

“오케이 오케이, 시점이 네가 좀 오해할 수 있는 시기이긴 한데, 뭐 발령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안심하고, 이거 서류 몇 장만 한 번 봐봐.”

모 과장은 대팔이 볼 수 있게 서류 몇 장을 건네준다. 대팔이 받아서 그 내역을 보니, 직원들 커뮤니티에 대팔의 행동에 대한 내용이 익명으로 올라온 글이 있었고, 다른 상품군의 담당들에 대해서도 글이 올라와 있었다, 물론 익명 게시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근거없이 대팔과 팀원들을 까내리는 악플이라고 생각되었다.

“모 과장아. 뭐 나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건 그럴 수 있는데, 우리 애들이 이런 행동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지. 너도 알잖아. 매장에 계시는 분들이 모두 우리를 좋아할 수는 없는거.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면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해도 싫어하는 분들이 계시기 마련이고, 또 어떤 분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관심 없는 분들도 계시고. 오늘 이 글도 뭐랄까? 그냥 그런 일종 아닐까? 우리 팀이 맡고 있는게 하필 또 명품이고 화장품이고 럭셔리 워치고 그러니까, 브랜드들끼리 암묵적인 싸움도 치열하잖아. 우리는 전혀 그런 생각으로 하는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브랜드 매장에서 진짜 몇몇 끼리 짜고 글을 올리고 한다니까?

대팔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듯 스윽 훑어보더니 이내 모 과장에게 다시 넘겨준다. 분명 모 과장은 이 일을 계기로 직원 면담을 해보라고 할거고, 면담 자료를 제출하라고 할 것이고, 대팔에대한 글도 공식적으로는 지원팀의 팀장 선에서 면담을 한 번 진행하게 되어 있었다. 대팔은 가뜩이나 바쁜 업무에 팀원들을 거기까지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동기인 모 과장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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