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20화

Chapter 4. 적(?)은 내부에도?(3)

- 가끔은 고객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

by 농도C

대팔은 웹메일을 읽다가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요구사항이 많은 편인데, 브랜드들도 큰 비용을 들여서 백화점에서 행사를 기획하는 만큼 백화점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 문제는 예전에 지어진 백화점은 매장 안쪽은 번지르르할 지는 모르지만 창고는 매우 부족하고, 팝업 브랜드를 위한 예비 공간은 있을리 만무한데 이러한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팔은 지금 동시에 두 개의 브랜드와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행사가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대팔아. 무슨 일이야, 응? 아니 그래도 사무실에서 왜 욕을 하고 난리야 난리는!”

이준성 팀장이 일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대팔을 바라봤다.

“팀장님, 이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아니 요구하는 것도 정도가 있죠. 상품권을 지급해달라는 것도 저희 기준을 넘었고, 팝업 스토어를 설치하는 벽장의 기준이나 이런 것들도 백화점 기준 못지키겠다고 하구요. 저희가 모객을 담당해주지 않으면 스타일링 클래스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하구요. 창고를 본인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준비해주지 않으면 그만큼 물량을 가져올 수 없다고 하네요. 이거 완전 순 양아치 집단 아닙니까?

이준성 팀장은 한 두 번 겪는 일이냐는 얼굴로 대팔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래도 준성 팀장 정도 되니까 진정을 시켜주고 있지, 다른 팀장이었으면 “야 신대팔, 네가 지금 뭐라고 사무실에서 난리야 난리가! 너 미쳤어?” 라는 말이 대번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준성 팀장은 팀원들을 잘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었고, 이 팀의 직원들은 모두 팀장님의 말이라면 두 말 하지 않고 따를 줄 아는 직원들이었다.

“대팔아. 내가 뭐라고 했니. 이번 미오나르 행사 처음에 유치할 때부터 혜성에서 한 군데만 진행할거라서 우리 점에 거의 따오다시피 한 행사이고, 국내 최초 라인업 전개를 우리 매장에서 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만큼 애들 요구조건이 만만찮을 테니 멘탈 관리 잘 하자고 했잖아. 지금 메일 겨우 10번 왔다 갔다 했잖니. 앞으로 30번 이상 더 오가야 할 지도 모르는데 벌써 이러면 곤란하다 곤란해. 알았니?


대팔은 백화점 업무를 하면서 참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 평정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성향에도 가끔 욱하는 기질이 있었는데 이렇게 브랜드에서 한 번씩 속을 긁어놓고 가면 치밀어오르는 화를 마냥 누르기가 좀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소싯적엔 타 부서와 협업을 할 때에도 데시벨이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지금도 명품 브랜드의 담당자들과 협업을 할 때 한 번씩 선을 넘는 담당들이 있으면 얼굴에 “나 화났음” 이러고 표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대팔은 미오나르 담당자에게 우선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저 혜성백화점 서울점 명품잡화팀 신대팔 과장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아, 제가 지금 유관부서 미팅 중이어서요, 미팅 끝나고 연락 드릴께요!”

뚝. 전화가 끊겼다.


아, 유관부서와 미팅중.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며 대팔도 잠시 화를 내려놓고 어느 선까지 미오나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어느 부분은 정중하게 거절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품권을 지급하는 문제는 백화점의 기준을 깨면 안될 것 같고, 스타일링 클래스에 백화점의 VIP를 초대하는 부분이야 VIP전담팀과 연락을 해서 하루 정도는 진행이 가능했던 부분이라 3일 중에 하루 정도는 모객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하면 되는 터였다. 창고는.. 창고는.. 창고는 우선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때 제공하던 공간을 이야기를 해보고 이렇게 미오나르 담당자와 할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다른 급한 업무들을 하게 되었고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와, 진짜 오늘도 이 사람은 연락이 없네. 진짜 미팅을 하루 종일 하는건 아닐거 아냐?”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였다는 듯 대팔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일 따름이었다. 대팔도 굳이 늦은 시간에 전화로 드잡이를 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메일로 백화점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답변을 보내고 퇴근을 했다. 어차피 한 번에 해결이 될 일이 아닌 이상, 행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앞으로 소소한 의견 충돌이 자주 있을 거라고 생각은 되었다.


다음 날이 되고, 대팔이 출근을 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린다. 미오나르 담당자다.

“명품잡화팀 신대팔 과장입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저 미오나르 담당자인데요. 저희 스타일링 클래스 할 장소를 좀 보려고 해서요. 오늘 오후에 보러갈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요? 그 장소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 드려도 될까요? 다른 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을지도 몰라서요.”

“그럼 확인하고 연락 주세요. 10분 정도 후면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희도 오늘 업무 스케쥴을 짜야 하는데 좀 급해서요.”

“네? 10분이요?”

순간 대팔은 마치 직장 상사가 나에게 업무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대팔이 연락했을 때에는 유관 부서와 미팅 중이라고 전화를 끊고는 콜백을 하지 않더니,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와서는 본인이 필요한 말만 하고 있는 것인 아닌가? 대팔은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답을 이어나갔다.

“담당자님, 저희도 빠르게 답변을 드리면 좋은데 그 장소 스케쥴을 가지고 있는 분이 아직 출근 전이시네요. 그 분이 30분쯤 뒤에 출근을 하신다고 하니까, 출근을 하시는대로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

“그럼 30분 뒤에 연락 주세요. 저희가 좀 바빠서요. 이만.”

뚝. 전화가 다시 끊겼다.

“이거 미친 새끼 아냐! 아침부터 사람 긁을라고 작정을 했나!!!”

“과장님 진정! 진정! 진정하세요!!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마침 출근한 시안이 영문도 모른채 대팔을 진정시킨다.


#웹소설 #백화점 #컴플레인 #소설 #픽션


ChatGPT Image 2025년 9월 21일 오후 05_23_12.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