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27화

Chapter.5 동시다발로 터진다(3)

- 이건 본게임 전에 프리게임인가

by 농도C

<개인 사정으로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며칠 전에 박상철은 톰스 매장을 방문해서 구두를 상담받고 있었다. 그러다 매장 직원의 눈에 상철이 신고 있던 낡은 구두가 보였던 모양이다.

문제는 그 매장 직원이 말을 애매모호하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 이 신발 저희 브랜드 구두네요. 다음에 가져오시면 저희가 밑창이랑 갈아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에 박상철은 톰스 매장에서 기분 좋게 구두를 사면서 그 구두를 맡기고 간 것이다. 매장에서 응대한 직원도 주니어 사원이라 미처 수선비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사람이 한 두 번 구두를 맡겨봤겠는가, 하지만 직원이 말을 안하지 않았냐, 왜 처음에 수선을 맡길 때에는 아무런 이야기를 안하다가 이제 와서 수선비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로 옥신각신 중이었다.


대팔은 듣다가 잠시 눈을 찡그렸다. 몇 년 전의 그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박상철에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백화점에서 무상 수리 기간이 브랜드별로 정해져 있는건 아시면서 굳이 매장에서 이렇게 언성을 높이셨네요."

"아니, 내가 모든 브랜드의 무상 수리 기간을 어떻게 알아? 나는 또 톰스에서 내가 구두를 솔찮히 사고 그랬으니까 이번에 서비스 차원에서 하나 해주는 줄 알았지."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았고, 저도 톰스 매장과 이야기를 좀 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암암, 그렇고 말고. 내 기다림세 그럼."

"네. 제가 연락 드릴께요."


대팔은 이렇게 상철을 보내고, 톰스 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말은 차분히 이어가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지끈거렸다. “또 이 패턴이구나.” 오래된 기억이 불쑥 되살아났다.

"주니어 직원은 뭐라고 하던가요?"

"수선비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은건 맞다라고 하네요."

"그게 또 기억이 났나보네요. 저 고객 제가 잘 아는데, 이걸로 계속 물고 늘어질 거예요. A/S 할 때 유상수선이라고 써놓았거나 그런게 없었다면 더더욱 그럴 거구요."

톰스 점장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저 고객에 대해서 잘 아세요?"

대팔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저 고객과의 연이 하루 이틀은 아니라서요."

"이 사례는 제가 본사에 이야기해서 잘 처리해 보겠습니다."

"네 점장님. 그렇게 좀 부탁드립니다. 저희 쪽에서 책 잡힐만한 일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저희가 아예 책임이 없다고 보긴 힘들겠네요."


대팔은 톰스 점장과 대화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몇 년 전, 대팔을 1년 가까이 고생시켰던 그 일이 다시 생각나고 있었다. 별 일 아니었던 컴플레인의 판을 키우고 키워서 결국은 원하던 것을 가져가던 그 사람. 점잖은 척 하지만 언제 돌변할 지 몰랐던 그 사람.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때의 기억을.


톰스 매장의 구두 수선 컴플레인은 매장에서 무상으로 수선해서 드리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다행히 수선비가 많이 나오는 부분은 아니었던지 톰스 점장이 본사와 빠르게 소통하고 일을 마무리지었다. 박상철은 수선이 완료된 구두를 보더니 만족스러워 하면서 매장의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대팔은 이제 박상철과 이래저래 엮일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박상철과 톰스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상철과 백화점 밖으로 걷다가 궁금했는지 에르누아 건에 대해서도 물어봤었다.


"에르누아 넥타이도 설마 선생님이세요?"

"어? 그거 어떻게 알았지? 에르누아도 자네 담당인가?"

"네. 제가 1층과 2층에 있는 명품을 같이 담당하고 있어서요."

"아 진짜, 그 에르누아 점장 너무 엄격한 사람이야. 오죽했으면 내가 이제는 에르누아 본사 담당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겠어."

박상철은 웃으며 말했지만, 대팔은 그 웃음 속에서 또 다른 피로를 읽었다.

더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었다. 에르누아 컴플레인도 결국 박상철 고객의 내용이었던 것이다. 대팔은 사무실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신 다음 종이컵을 구겨댔다. 불편함을 숨길 수 없었다. 어느덧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퇴근을 하려고 가방을 싸던 찰나, 사무실 너머에서 익숙해 보이는 실루엣이 사무실로 걸어들어왔다. 본사에서 명품 MD를 담당하는 대팔의 선배였다.


"형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예요?"

"대팔아. 너 미오나르랑 무슨 일이길래 거기 임원이 나한테 연락이 오는거야? 네 이야기 좀 들어보려고 왔다." 대팔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늘 하루의 무게가 어깨로 쏟아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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