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29화

Chapter.5 동시다발로 터진다(5)

- 어떻게든 끝냈다. 아니, 끝냄을 당했다

by 농도C

대팔은 미오나르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하고 어쨌든 본인이 담당자를 만나면서 집중을 못한 부분은 맞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더 이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울러 담당자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현재 진행이 되고 있지 않은 이슈는 무엇인지 확인을 했고, 팝업 스토어 인테리어 문제, 스타일링 클래스 진행 시에 백화점에서 어디까지 협조를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재차 의견조율을 나눴다.


"처음부터 이렇게 협조가 잘 되었으면 저희가 이럴 일까지는 없었을텐데요."

미오나르 담당자는 짐짓 아쉽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지가 해결이 안되니까 지사장까지 연락을 해놓고는.. 뭐? 처음부터 이렇게 협조가 잘 돼? 에라이, 입에 침이나 좀 발라라'

대팔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건넸다.

"네, 저도 여러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를 하다보니 미처 이번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네요. 이제 팝업 시작까지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제가 최대한 협력토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과장님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을 몇 개 적어왔는데요..."

미오나르 담당자는 대팔이 이런 말을 할 줄 알고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문서를 하나 건넸다. 그 문서에는 현재 협의중인 내용 말고도 연예인 홍보 관련 사진 협조 내용도 있었는데, 브랜드 앰버서더를 초대하고 싶은데 아침 7시부터 2시간은 찍어야 하니 그때 스탠바이를 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7시에 찍겠다는거면, 6시 30분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흠 내가 이때 회사에 올 수 있는 차편이 있던가... 이걸 꼭 이 시간에 해야되나..'

"담당자님. 앰버서더 홍보 촬영을 아침 7시에 해야되는 이유가 있나요?"

"아, 저희도 사진 찍고 편집 얼른 해서 매체에 뿌려야 해서요"


대팔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뭐, 행사 홍보를 더 열심히 해서 매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대팔은 이미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 차례 충돌이 었었으니, 더 이상은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 의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신사적으로 응하되 기계적으로 하자, 대팔이 미오나르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한 다짐이었다.


그리고는 앰버서더가 오는 당일이었다. 그 연예인은 얼굴에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7시에 도착은 했지만 차에서 나오질 않았고, 8시가 다 되어서야 팝업 매장에 나타났다. 그리고도 얼굴에 뭐가 그리 불만족스러운지 30분동안 사진 몇 컷 찍고 화장 고치고, 몇 컷 찍고 화장을 고치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 또한 대팔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팔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었다. 어느 한 곳도 그에게 미안하다, 일정이 이렇게 되어서 면목없다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당연한듯 일정이 밀렸다고 대팔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바뀐 시간에 맞춰서 준비해 달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 문제 없이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 또한 대팔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들어가는 대팔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화점의 직원들은 연예인이 오픈 전에 와서 사진을 찍는 광경을 보면서 "우와, 너무 이쁘다". "실물이 더 이쁘다더니 정말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 라면서 앰버서더를 보기 바빴다. 대팔은 그들의 웃음 소리 사이에서, 자신만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미오나르 행사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이준성 팀장도, 미오나르 지사장도, 미오나르 담당자도, 심지어 본사의 그 MD 선배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을 전해왔다. 그런데 그 말들이 그렇게 감사하게 들리지가 않았다. 대팔의 의도대로 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행사가 전개되고 마무리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브랜드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줄거면 백화점에 가이드는 왜 있는 것인지 허탈했다. 대팔은 행사가 끝난 저녁에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그에게 온 현타와 허탈함이 그의 어깨를 세게 짓누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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