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치앙마이로. 그가 있는 곳으로.
미오나르 행사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대팔은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었다. 얼마만에 오는 공항인지 출국장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왠지 낯설었다. 예정에는 없던 휴가였다. 하지만 대팔은 지금이 잠시 쉼표를 찍을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에 휴가를 잘 떠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연속해서 대팔에게 생겼던 고객들 / 협력사의 컴플레인으로 대팔은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당장의 급한 일들을 해결해놓은 상황에서 대팔은 스케쥴을 보니 일주일 정도는 짬을 내어도 크게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을 해서, 이준성 팀장에게도 보고를 했다.
"어 그래. 다녀와. 당장 급한 일도 없잖아? 잠시 쉬면서 리프레시도 하고 와. 너 작년에도 휴가 안가지 않았었나?"
"제가 그랬나요? 짧게짧게 다녀오긴 했는데 길게는 안간 것 같긴 합니다."
"그래. 너 일주일 이상 쉬는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기는 하다. 안찾을테니까 머리 좀 식히고 와."
준성은 대팔에게 보고를 받고 크게 문제 없을 거라는 듯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대팔은 그때부터 전혀 생각에도 없던 급 휴가를 계획하게 되었다. 시간이 일주일 남짓이라 유럽이나 남미 등 장거리 비행은 엄두낼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일본이나 동남아 쪽을 기웃거리다가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번호를 이용하는게 아니라 카톡의 보이스톡을 이용한 전화였다.
"오~ 신대파리~ 어떻게 잘 사나? 요즘도 일에 파묻혀서 사나?"
"형이야말로 요즘 게스트하우스 너무 잘되어서 바쁘신거 아니예요?"
"야, 잘되기는 무슨. 여기 호텔들도 좋아지고 그래가지고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야. 그런데 어쩐 일이야?"
"형 지난번에 저한테 했던 이야기 있잖아요. 그 이야기 들으러 가려구요."
"어? 아아아~ 내가 여기 오게된 이야기? 근데 나 당분간 한국에 들어갈 일은 없는데, 설마 여기 오려고?"
"네, 저 다음주에 휴가 냈어요. 치앙마이 가서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형 괴롭히다가 돌아올거예요!"
"지랄하네, 네 성격에 여기 조용해서 이틀이나 버티려나 모르겠네."
"여튼 방 하나 정도 여유는 있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찬스로 할인도 좀 해줘요"
"할인은 무슨, 짐만 잘 챙겨서 와라. 제일 좋은 방으로 빼줄테니!"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대팔의 학교 선배인 영범이었다. 둘은 1년차이 학교 선후배 사이로, 대팔의 대학 생활에 있어서 함께 술도 먹고, 학생회 생활도 같이 하고, 공부도 같이하던 절친 중 한 명이었다. 영범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불연듯 태국의 치앙마이로 건너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베낭여행으로 세계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던 그는 직장인으로 10년을 채우고 나면 그 돈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서 살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대팔은 "차라리 선배 돈을 더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양껏 다녀요. 해외에서 살기가 말이 쉽지" 라고 핀잔을 주곤 했었다. 그러다가 5년 전쯤 영범은 대팔에게 두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 이번달에 퇴직한다. 그리고 다음달에 치앙마이 넘어가서 게스트하우스 오픈 준비할거야."
말로만 저 프로젝트를 생각한게 아니라 실제로 구체적인 장소, 건물까지 봐둔 상태였고 심지어 태국 현지에 넘어가서 매물까지 여러 번 확인을 했단다. 안그래도 몇 달 정도 연락을 해도 다음에 연락을 주겠다면서 잘 답장이 오지 않던 영범이었는데, 이렇게 치앙마이를 간다는 소식으로 인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는 별스타 등을 통해서 게스트하우스 홍보도 열심히 하더니 나름 빈방 하나 없이 운영을 잘하고 있었다. 제일 좋은 방으로 빼주겠다고는 했지만 대팔은 지금 영범의 머리가 아플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빈방이 있는걸 본 적이 없는데 무슨..'
대팔은 그렇게 치앙마이로 떠났다. 그의 짐이라고는 옷가지 몇 벌, 가서 읽을 책 두어권, 가서 운동할 것들이 전부였다. 휴대폰은 아예 유심을 바꿔버렸다. 잠시 동안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팔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웹소설 #백화점 #컴플레인 #소설 #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