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송편을 빚었다. 쑥쌀가루가 있으면 만들기 쉬운 개떡이나 쑥설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함께 송편을 하자고 하신다. 오전부터 어머니 댁에 갔는데, 어머니가 벌써 송편소도 만들어 두고 반죽도 만들어서 송편을 엄청나게 많이 빚어 놓으셨다. 나도 거들어서 남은 송편 반죽에 송편소를 넣어 모양을 내 보았다. 송편은 자고로 반달모양으로 매끄럽게 빚는 게 일반적인데, 내가 빚으면 자꾸만 만두모양이 되어 버린다. 속을 꽉 채워 넣고, 끝을 붙이면 꼭 만두 모양이다. 며칠 전에 쑥설기를 하고 쌀가루가 애매하게 남아서 물을 조금 넣고 되직하게 반죽을 해 두었다. 개떡이나 쪄먹든지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먹든지 하려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어머니가 송편을 하시니 일단 가지고 가 보았다. 반죽의 질감이 송편 반죽보다 약간 질지만 모양을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소를 넣고 송편으로 변신시켰다(찌고 보니, 수분이 많은 반죽으로 만든 송편은 잘 터졌다). 송편소는 녹두소였다. 색감이 연둣빛에 한 입 먹어보니 심하게 달지도 않고 간이 딱 맞아서 몇 번이나 집어 먹으면서 송편을 만들었다. 내가 가져간 반죽이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만 해도 송편이 50개는 나왔다. 어머니가 미리 만들어 두신 송편까지 하니 수백 개의 송편이다. 작년까지는 양가가 연거푸 몇 년 동안 송편을 사 먹었는데, 만들고 보니 별로 어렵지도 않고 푸짐하다. 내 손이 닿지 않는 동안 어머니의 수고로 만들어진 송편이니 나야 쉬웠지만, 어머니는 몇 날 며칠을 고심하며 준비하셨을 테다. 잘 익은 송편을 한 김 식혀서 먹으니 쫀득쫀득하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떡 부분은 쫄깃하면서 부드럽고 송편소 부분은 입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니 멈출 수 없는 맛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나와 가족들 모두가 송편으로 과식을 했다. 맛이 과하게 달지 않고, 쑥이 많이 들어가서 향긋하니 방심하고 많이 먹었다.
아침은 집에서 군고구마 1개와 바나나 1개를 먹었고, 점심은 어머니와 함께 했다. 미리 만들어 두신 황태조림에 토마토달걀볶음, 깻잎오이샐러드, 몇 가지 김치로 맛있게 먹었다. 달걀은 평소에는 잘 안 먹는 음식이지만 오늘은 토마토에 곁들여서 얼마간 먹었고, 황태도 잘 먹었다. 저녁은 이미 송편으로 과식을 한 터라 건너뛰어도 되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있다 보니 가벼운 채소 반찬으로나마 끼니를 차렸다. 자연식물식 66일째다.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있다. 해가 뜰 무렵이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고 개운하다. 그러다가 오후에 잠깐 눈을 붙이는데, 잠깐의 낮잠이 정말 달다. 운동을 많이 하지 않고 적당히 걷고 때때로 요가를 한다.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고 피부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