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78일 차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로 식사를 하는 식이요법이다. 피부 건강을 위해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는데, 하다 보니 음식도 입에 맞고, 허기진 느낌 없이 실컷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고, 음식을 준비하기도 수월해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는 주로 과일만 먹고 있다. 입맛이 없거나 바쁘면 건너뛰기도 하지만, 어지간하면 과일은 먹는다. 오늘도 포도 한 송이와 복숭아 몇 조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과일만 먹으면 소화가 너무 금방 되긴 하지만, 아침에 특별히 활동이 많지 않은 날은 과일 정도로 충분하고, 무엇보다 속이 편안하다.
점심에는 며칠 만에 물김치를 꺼냈다. 새로 담근 김치 종류가 여러 가지여서 물김치를 꺼낼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오이김치가 떨어졌기에 냉장고 안쪽에 있던 물김치를 꺼내 보았다. 역시 물김치는 시원할 때가 가장 맛있다. 요즘에는 냉장고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만든 지 2주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맛이 그대로다. 조금쯤 발효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처음에 만든 맛에서 큰 변화가 없다. 국물이 심심하니 시원해서 좋다. 이제 물김치도 거의 떨어져 가니 조만간 물김치를 다시 담가야겠다. 저녁에는 애호박볶음을 했다. 시어머니가 농사를 지어서 주신 커다랗고 똥그란 애호박이다. 너무 커서 지난번에 절반만 볶았고, 오늘 나머지 절반을 볶았다. 절반이라고 해도 시중에서 파는 애호박 한 개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팬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양파를 길쭉하게 썰어서 먼저 볶았다. 양파가 노릇해지면 애호박을 넣고 숨이 죽을 만큼 볶다가 소금 한 티스푼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다 된 애호박볶음은 팬째로 뚜껑을 덮어 두었다가 먹으면 부드러워져서 맛있다. 애호박볶음을 접시에 담고, 위에 생들기름을 두어 바퀴 둘렀다.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볶다가, 먹기 직전에 생들기름을 뿌렸더니 맛이 깔끔하다. 들들 볶은 기름의 눅진한 맛 대신, 생들기름의 향이 그대로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돌리고, 잠깐만 나가도 땀을 뻘뻘 흘렸는데, 어느 날, 큰 비가 오더니 으슬으슬 추워졌고, 그 길로 가을이 되어 버렸다. 가을의 청량한 바람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을이 당도하니 기쁨과 당혹스러움이 함께 한다. 기쁨이 훨씬 크면서도 정말 가을이 온 건가 싶다. 여름의 무더운 계절이 피부에 불편감을 주고 가을의 쾌적한 날씨는 피부도 편안하게 해 준다. 아직 심하게 건조한 부분이 남아 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니 치유에 더 속도가 붙을 거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고, 눈의 이물감은 다시 깨끗하게 사라졌다.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은데, 아이 감기가 계속 낫지 않고, 함께 식사를 해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올 듯 말 듯, 나을 듯 말듯하다. 감기에 걸린 건 아니지만 피곤한 느낌이 살짝살짝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