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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Sep 26. 2024

핸드폰 맛? 물김치!

얼마 전에 담근 물김치를 다 먹고, 오늘 새로 담갔다. 낮에 여유로운 시간에 담가도 됐는데, 어쩌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고 늦은 저녁 시간에 담그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있는 양배추 한 통, 오이 네 개, 양파 두 개, 그리고 당근 한 개를 꺼냈다. 양배추는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두세 번 씻은 다음 굵은소금 두 큰 술에 절였다. 오며 가며 한 번씩 뒤적여주면 잘 절여진다.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양파도 비슷한 크기로 잘라 놓고, 오이도 손질했다. 깨끗하게 씻은 오이는 먼저 길게 4등분 한 다음 자르면 쉽다. 당근은 잘 쓰지 않는 식재료인데, 작은 아이가 볶음밥에 넣어 달라고 해서 사 두었다가 많이 남았기에 한 개를 사용했다. 당근은 물김치에는 처음 넣으니 조금 넣었고, 조금이니 얇게 썰었다. 오이도 굵은소금 한 큰 술에 절여 두고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 2, (마스코바도) 설탕 1, 매실청 2, (천연) 식초 2큰술과 굵은소금 1작은술에 (잘 갈아지라고) 물을 조금 넣어서 핸디믹서로 곱게 갈았다. 이번에는 고춧가루는 넣지 않았다. 색깔이 예쁘게 나라고 고춧가루를 조금씩 넣곤 했는데, 이번에는 동치미 스타일로 시원하게 담갔다. 고춧가루가 조금만 들어가도 어떤 날은 고춧가루의 맵고 탁한 느낌이 거슬리고, 깔끔한 물김치가 생각난다. 붉은색이 없을 뻔했는데, 당근이 들어가니 색깔도 문제없다. 통에 양념을 붓고, 절여진 양배추와 오이, 그리고 절이지 않은 양파와 당근도 넣은 다음, 통 가득 물을 부었다. 잘 섞어서 간을 보았더니 순하게 새콤달콤한 맛에 심심하다. 간간한 맛을 좋아하면, 여기에 굵은소금이나 멸치액젓을 좀 추가하고 간을 맞추어도 된다.


완성된 물김치의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핸드폰을 들이대다가, 핸드폰을 물김치에 빠뜨리고 말았다. 물김치 위에 살짝 빠졌을 때, 바로 건져냈지만, 좀 찜찜하다. 핸드폰에는 새콤한 김치 냄새가 작렬하다. 핸드폰을 여러 번 닦았더니 냄새는 좀 빠졌다. 물김치를 어쩔까 잠깐 고민하다가 식초를 두어 큰 술 더 넣었다. 식초에 소독효과가 있다지만, 이렇게 큰 통의 물김치가 식초 두 큰 술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멋쩍게 식초라도 넣어 보았다. 물김치 담근다고 채소를 물에 한참 담그고(유기농이지만 혹시나 잔류 농약이 있을까 싶어서), 흐르는 물에 몇 번을 씻어서 준비했는데, 세균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핸드폰을 완성된 물김치에 빠뜨릴 줄은 몰랐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떠오른 데다, 핸드폰에 알림까지 들어와 있으니 마음이 급해서 핸드폰을 대충 잡았나 보다. 이번 물김치는 핸드폰 맛이 날 것 같다. 너무 깨끗한 환경보다 어느 정도 세균이 있는 환경이 알레르기를 예방하는데 더 좋다고 하니, 이번 물김치는 핸드폰 맛으로 한 번 먹어 보아야겠다. 평소와 달리 고춧가루를 넣지 않았고, 대신 당근과 핸드폰이 들어간 물김치의 맛은 어떨까? 역시 물김치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냉장고에서 시원해질 물김치의 맛에 기대 반, 걱정 한 스푼이다.


자연식물식 79일째다. 날씨가 시원해져서 낮에 햇볕을 받으며 산책하기 좋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고 감기기운에서 오는 불편감도 없다. 피부도 전반적으로 투명해지고 있는데, 심하게 건조한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 몸에 이런 증상이 필요하니 나타나는 것이겠지 생각하고 있다. 이런 증상이 필요 없어지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오늘도 몸의 치유력을 믿으며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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