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빵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다. 몇 년 전에 집에서 식빵을 구우려고 제빵기를 샀다가 몇 번의 실패 끝에 집 한구석에 모셔 두었는데, 요즘 제대로 사용한다. 밀가루로 굽는 식빵은 성형을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반죽 농도에 감이 오지 않았는데, 쌀빵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다. 반죽의 농도만 잘 맞춰주면 되고, 성형 같은 건 필요하지도 않다. 오늘은 처음으로 현미를 사용했다. 현미는 오랫동안 불려야 잘 갈아진다고 하기에, 어젯밤에 현미 네 컵을 불려뒀다. 오늘 낮에 구웠으니 15시간 이상 불린 셈이다. 잘 불려진 현미의 물은 버리고 현미만 믹서기에 넣는다. 올리브유를 두 큰 술 넣었고, 소금과 설탕도 조금씩 넣었다. 소금은 1작은술, (마스코바도) 설탕은 1큰술 넣었다. 물을 반 컵 정도 붓고 믹서기에서 곱게 갈았다. 한참 갈아서 입자가 작아졌을 때 멈췄지만, 더 곱게 갈아도 좋을 뻔 했다. 갈다가 너무 꾸덕해서 갈아지지 않으면 물을 조금 더 넣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세미 인스턴트 이스트를 2작은술 넣고 한 번 더 갈았다. 그리고 제빵기 틀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반죽을 부었다. 반죽의 농도는 빵틀에 부은 모양이 남을 정도로 꾸덕해야 한다(질면 빵이 꺼져 버린다). 그럼 이제 거의 다 된 거다. 발효시켜 구우면 완성이다. 반죽에 랩을 씌우고 뜨거운 물 한 컵과 밀폐된 공간(전자레인지 속도 좋다)에서 1.5배 정도로 부풀어 올랐을 때 구우면 된다. 발효된 반죽은 제빵기에서 1시간 동안 구웠다.
백미를 발효할 때에는 몇 시간을 두어야 원하는 만큼 부풀었는데, 현미는 아주 빨리 부푼다. 30분 정도 지나서 혹시나 하고 전자레인지를 열어보니 벌써 2배 가까이 부풀어 있었다. 너무 부풀면 빵을 구웠을 때 위부분이 꺼질 수 있다는데, 많이 부풀었다. 다 굽고 보았더니 윗부분이 볼록 올라온 게 아니라 약간 오목하게 내려 앉아서 모양은 못생기게 나왔다. 바로 한 조각 잘라서 먹어보니 맛은 좋다. 겉은 약간 딱딱한 감이 있지만(다음엔 더 곱게 갈아야겠다), 속은 촉촉하고 뜨근해서 맛이 없을 수 없다. 생현미를 불려서 이렇게 빵을 구울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빵을 매우 좋아하지만, 식이요법을 하느라 빵을 멀리 했는데,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빵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반갑다. 현미식빵에는 기름이나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좋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렇게 만들어 보아야겠다. 쌀식빵은 잘 발효가 되지 않거나 반죽이 너무 질어서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증편맛은 난다. 다행히 우리집 식구들은 증편을 좋아해서 어떻게든 맛있게 먹어주니, 빵을 구울 맛이 난다. 지난 번에 만들어 둔 자두잼을 곁들이니 나름 조합이 좋다.
자연식물식 80일째다. 아침에는 어제 핸드폰을 빠뜨려가면서 만든 물김치를 먹었다. 물김치는 대성공이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물김치가 시원하고 슴슴하면서 새콤달콤해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기에 아주 좋았다. 물김치만 있으면 따로 채소를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특히 간을 거의 하지 않은 물김치를 만들어 두면 아침에 물김치 한 대접만 먹어도 훌륭한 자연식물식 아침식사가 된다. 점심은 쌀떡볶이에 채소 반찬을 먹고, 저녁에는 채소 반찬에 고추장찌개를 먹었다. 고추장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고기를 빼고 먹었다. 몸무게는 어제보다 약간 늘었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요가 대신 산책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