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81일째다. 오늘은 가족들과 외식을 나간 김에, 덩달아 치팅데이를 가졌다. 아침에는 약하게 간을 해서 만들어 둔 물김치 한 대접으로 제대로 자연식물식을 했다. 점심에는 뷔페에 가서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샐러드 뷔페여서 메뉴가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다. 주구장창 타코를 먹었다. 토마토와 아보카도, 양파와 치즈, 토르티야 칩의 조합이 좋아서 몇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푸른 잎 샐러드에는 평소처럼 샐러드 소스를 뿌리지 않았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시판 드레싱 소스를 먹지 않았더니, 밖에서 먹을 때에도 드레싱 소스가 당기지 않는다. 소스 대신 올리브나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먹으면 샐러드의 간도 적당해진다. 튀긴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고, 훈제 연어와 익힌 연어, 찐 새우는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로 초콜릿 케이크와 카푸치노도 한 잔 마셨다. 식이요법을 하기 전에는, 투 샷 카페라테를 하루에 두 잔씩이나 마셨는데, 그걸 몸에서 어떻게 다 소화했는지 놀랍다.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으니 작은 잔으로 한 잔만 마셔도 벌써 부담스럽다. 초콜릿은 이전에 좋아하던 음식이라 그런지 초콜릿 케이크는 아직도 가끔 먹으면 즐겁다. 케이크를 더 먹게 될까 봐, 그리고 단 음식을 폭식하게 될까 봐 디저트 접시를 빠르게 치우고 과일을 더 가져다 먹었다.
단 음식을 엄청 먹진 않았지만, 유제품을 여러 종류 먹었다. 카푸치노에 우유가 들었고, 타코와 샐러드에 곁들인 여러 가지 치즈와 치즈소스를 먹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단 음식을 잔뜩 먹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밖에서 먹는 음식에는 감미료가 보이지 않게 많이 들어갔을 테다. 다디단 케이크를 엄청 가져다 먹지 않아도 몸에서는 이미 충분히 당분을 섭취한 느낌이 든다. 목이 좀 마르고, 저녁까지도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단 음식을 자주 먹을 때에는 단 음식에 익숙해져서 더 당기는데, 자연식물식을 주로 먹다가 단 음식을 가끔 먹으면 단 음식의 맛도 훨씬 강렬하게 느껴질뿐더러, 먹고 나서 몸의 느낌이 다르다. 몸이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입 속에 계속 단맛이 어른거려서 입맛이 없어졌다. 저녁 식탁은 과일과 군고구마로만 차렸다.
자연식물식이 자리를 잡아가서 그런지, 어쩌다 먹은 치팅데이 음식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 날이다. 몸무게도 큰 차이 없고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 치팅데이를 했다고 특별히 몸이 힘들다거나, 엄격한 자연식물식을 했다고 그날 갑자기 엄청나게 힘이 샘솟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먹고, 과한 음식을 멀리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건강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일은 다시 자연식물식으로 돌아가야겠다. 자연식물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기다려지는 마음이다. 자연식물식 음식은 처음에 자리만 잡으면, 더 먹고 싶고, 계속 먹어도 반가운 음식들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자연식물식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