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개개인의 내면에 있는 자연 치유력은 질병의 가장 위대한 치유자다. ㅡ 히포크라테스 (p.939)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자연식물식 82일째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식이요법이다. 자연에서 온 채식이라면 어떤 것이든, 얼마만큼이든 환영이다. 다만 채식이어도 인공적인 변형을 많이 가했거나, 자연에서 온 음식이어도 동물성식품은 제한한다. 자연식물식을 엄격하게 30일 정도 유지했고, 이후에는 유연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제는 뷔페에 간 바람에 밤에 자면서 고생했다. 자면서 고생? 무슨 말인고 하니, 오랜만에 자연식물식에서 멀리 떨어진 음식들을 과식한 데다, 커피까지 마셔서 그런지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몇 시간도 못 자고 잠이 깼는데,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오밤중에 일어나 책을 한참 동안 읽었다. 세 시간쯤 책을 보다가 다시 잠이 들기는 했는데, 늦잠을 잔 데다 낮에도 어찌나 피곤하고 졸리던지 하루가 그냥 날아가 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하루를 그냥 날려버렸다는 아쉬움에 짜증이 툭하면 튀어나오려고 해서 마음을 몇 번이고 다잡아야 했다. 뷔페에 가면 먹을 때는 좋은데, 과식을 하게 되고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을 이것저것 먹게 되니, 다녀오면 고생이다. 가족들 모임이나 지인들 모임에 참여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앞으로도 갈 것이고, 가면 완전히 절식할 거라는 자신감도 없다. 그래도 평소에 자연식물식을 하고, 자연식물식을 계속할 거라는 자신감, 아니 자연식물식이 주는 즐거움을 계속 누릴 거라는 평온한 마음이 있다.
아침에는 물김치를 한 대접 먹었다. 자연식물식은 채소를 많이 먹는데, 매 끼니 채소를 준비하는 손길을 덜어주는 음식이 물김치다. 간을 거의 하지 않고 삼삼하게 물김치를 담가 두면, 물김치만 한 그릇 먹어도 훌륭한 자연식물식 식사가 된다. 단, 싱겁게 담그기 때문에 적게 담그고 빠른 시간 내에 먹는 게 좋다. 매 끼니 샐러드를 만들어도 좋지만, 물김치가 손이 덜 가서 자주 만들어 먹고 있다. 보통 아침에는 과일이든 물김치든 가볍게 먹어도 좋은데, 오늘은 어쩐지 군고구마에도 손이 가서 물김치에 군고구마까지 먹었다. 점심은 오랜만에 반가운 밥을 먹었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주말의 식사라 100% 현미밥을 하지는 않았고, 백미 베이스에 차조와 녹두를 잔뜩 섞어서 밥을 했다. 갓 지은 밥이 구수하고 향기로웠다. 돼지고기 고추장찌개와 냉동실에 있던 깻잎고기전,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반찬으로 식탁을 차렸다. 저녁에 가족들은 삼겹살에 쌈채소를 먹고 나는 물김치에 쌈채소를 먹었다. 삼겹살을 한 개 쌈에 넣어 먹어보니, 오늘의 삼겹살은 상태가 매우 좋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육질도 쫀득해서 맛있었다. 서너 점이나 쌈을 싸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어쩌다 먹게 되어도 맛이 너무 없게 느껴졌는데, 오늘의 삼겹살은 맛있어서 서너 점 먹고는 일부러 자제해서 멈췄다.
작년에 갑자기 도진 아토피 때문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다. 어쩌다 알게 되고 실천하고 있는 자연식물식 음식이 준비도 편하지만 입에 정말 잘 맞아서 즐겁게 유지하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처음에 관심을 가진 부분은 피부였는데, 자잘한 불편감들이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완전히 회복된 부분도 있고, 트러블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부분도 있다. 피부가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깨끗해지고 있기 때문에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으며 자연식물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