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떨어졌을 때, 만만하게 하기 좋은 반찬이 부추무침이다. 냉장고에 부추와 양파만 있으면 10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다. 오늘은 부추무침에 멸치액젓 대신 간장을 이용했다. 냉장고에 시들기 직전인 부추를 꺼내어 깨끗이 씻고 싱싱해지라고 물에 담가 두었다. 그 사이에 양파 두 개를 길쭉하게 썰었다. 부추가 300g이니 양파는 한 개만 넣어도 충분한데, 이번에 배송 온 양파는 너무 잘아서 두 개를 사용했다. 부추는 생각했던 길이보다 잘게 잘라야 좋다. 자르고 보면 제대로 안 잘리는 부분이 생겨서 잘게 잘라도 그리 짧지 않다. 양념은 고춧가루 한 큰 술에 설탕 한 큰 술, 그리고 조선간장 세 큰 술을 넣었다. 양념은 집집마다, 개인마다 입맛이 다르니 먹어보면서 가감하면 된다. 부추김치는 나보다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이라 간을 싱겁지 않게 했다. 잘라 둔 양파, 부추에 양념을 잘 섞으면 완성이다.
평소에는 간장 대신 멸치액젓을 주로 쓰는데, 엊그제 파채무침에 간장을 쓰고는 오늘도 연거푸 간장을 썼다. 멸치액젓이 똑 떨어진 데다가 가족들이 삼겹살을 먹을 때, 곁들여 먹을만한 파채무침을 급히 하려니 멸치액젓을 사러 나갈 시간적 여유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삼겹살을 사면서 정육점에서 서비스로 받아 온 파채를 한 번 헹구어 내고 고춧가루, 설탕, 간장만 넣고 무쳐서 식탁에 냈는데, 가족들이 파채무침을 평소보다 잘 먹는 거다. 그래서 오늘의 부추무침도 멸치액젓 대신 간장을 썼다. 간장으로 무친 부추무침이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멸치액젓을 사용할 때 보다 더 달달한 느낌이 든다. 파채무침은 부추무침보다 만들기 더 쉽다. 채 썬 파만 있으면 양념을 조금만 해도 맛이 난다. 파채 자체의 강한 맛 때문에 양념이 좀 부족해도 충분히 맛이 있다. 부추무침도 채소 반찬 중에서 쉬운 편이라 신혼 때부터 종종 만들던 기억이 있다. 다른 김치를 만들기 전이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음식이다. 게다가 부추무침은 김치라고 우겨도 될 정도로 반찬 노릇을 톡톡히 한다.
가족들이 함께인 공휴일의 아침은 과일을 넉넉히 잘랐다. 사과도 두어 개 잘라서 통에 담아두고 포도도 한 송이 씻어서 식탁에 올려 두었다. 아침에 삼삼한 물김치를 한 대접 먹으니 속이 편안해서 좋다. 점심에 가족들은 백숙을 해주고, 저녁에는 백숙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고기만 골라서 팬에 노릇하게 구워 주었다. 나는 아직 닭요리는 먹고 싶지 않고, 어제 몸무게까지 늘었기에 가벼운 자연식물식을 유지했다. 물김치, 구운 김, 몇 가지 채소 반찬에, 현미밥으로 가볍고 맛있게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간식으로는 햇밤을 쪘다. 보통 추석 전에 햇밤이 나오는데, 올해는 추석이 일러서 그런지 추석이 한참 지나고야 햇밤이 나오고 있다. 햇밤을 바로 쪘더니 달고 맛있다. 작년에 들어온 밤도 냉동실에 가득 있는데, 그것도 어떻게 좀 찌든 굽든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