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음식에 대한 책을 계속 읽으면서 드는 의문이 있다. 누군가가 좋다고 강조하는 식이요법이 또 다른 학자에게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는 식이요법이 된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누구의 식이요법을 따라야 하는가? 체질식을 몇 달 하다가 자연식물식으로 바꾼 지 몇 달이 되어간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면, 식이요법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식도락을 가장 큰 기쁨 중에 한 가지로 여기고 살았기 때문에, 입에 맞는 음식에서 오는 소확행을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갑자기 아토피가 도지고 나서, 양약을 쓰지 않고 나으려면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체질식을 결심했다. 물론 체질식은 나에게 잘 맞았고, 몸무게도 10킬로나 빠졌을뿐더러 피부도 조금씩 좋아졌다. 그러다가 체질식보다 엄격하면서도 편안한, 자연식물식으로 옮겼다. 다시 몸무게도 더 빠졌고 피부도 더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이번에 읽고 있는 책인 더글라스 그라함의 <산 음식, 죽은 음식>에서는 과일식을 권한다. 이게 웬일인가? 과일식이라 함은 자연식물식을 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수행하던 모노다이어트 아니던가? 모노다이어트를 매일 하라면? 못한다.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과일식의 장점에도 솔깃하다.
그러다가 오늘은 과일식이 아니라, 평소에 먹지 않던 달걀부침까지 먹었다. 과도한 부담감에서 기인한 역효과였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자연식물식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유연하게 하고 있으니, 어느 날은 치팅데이도 갖지 않는가? 하지만, 평소의 음식에서 당당하게 달걀부침을 집어 먹는 것은 좀처럼 없던 일이다. 고민이 된다. 자연식물식의 장점을 누리고 있으니, 당연히 자연식물식을 계속하겠지만, 어느 정도로 강하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고민될 때는 몸과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 달걀부침 한 조각을 먹었는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다. 치팅데이를 열흘에 한 번 가졌는지, 일주일에 한번 가졌는지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유지하고 있는 식단에 대한 감사함과 기쁨, 신뢰가 먼저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아침산행을 했다. 세 시간 정도 등산을 하니 사우나를 제대로 한 것처럼 몸이 개운하다. 아침은 물김치와 사과, 간식도 사과와 포도, 그리고 옥수수, 저녁 반찬은 대파달걀부침과 버섯볶음을 준비했다. 대파달걀부침은 달걀을 풀고 간장을 조금 넣고, 송송 썰은 대파를 넣어 부치면 끝이다. 쉽고 간단해서 가족들 반찬으로 가끔 만들곤 한다. 새송이버섯이 냉장고에서 변하기 일보직전이라, 한 봉을 모두 꺼냈다. 싱싱할 때 이용하면 좋은데, 냉장고에 두고 잊어버리면 금세 날짜가 지나고, 시들기 직전에야 구출해내고 만다. 싱싱하지 않으니, 양념을 강하게 했다. 버섯을 짧은 스틱모양으로 자르고 다진 마늘과 함께 팬에 볶았다. 기름은 넣지 않았다. 버섯의 수분이 날아가고 나면, 설탕, 간장, 고춧가루 약간을 넣고 섞는다. 양념이 들어가면 버섯에서 다시 수분이 나온다. 수분도 날릴 겸 좀 더 볶다가, 불을 끄고 대파, 올리고당과 참기름을 넣고 섞어주면 완성이다. 간은 원하는 대로 짜게 해도 좋고 맵게 해도 좋다. 오늘의 새송이버섯볶음은 좀 짭짤하게 해서, 현미밥에 덮밥으로 곁들였다. 풋고추가 맵지 않을 줄 알고 샀는데, 얼마나 매운지 청양고추 저리 가라다. 이렇게 매운 고추에 풋고추라고 당당하게 이름을 써붙여 두었을지는 몰랐다. 송송 썰어서 냉동해 두고 찌개 끓일 때나 이용해야겠다.
자연식물식 85일 차다. 자연식물식 100일을 작정하고 했다고, 혹은 1000일을 작정하고 했다고, 딱 그날에 맞추어 몸이 차차 낫다가, 정해진 기한이 되면 짜자잔~ 다 나았다,는 아닐 것이다. 몸은, 딱 필요한 순간까지 배출할 것을 배출하고, 치유할 것을 치유하고 나서, 더 이상 문제되는 부분이 없을 때, 그저 낫게 될 것이다. 내가 정한 100일 자연식물식의 기한이 다가온다고 아직 남아있는 아토피 부분을 구박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