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넣지 않고 자박하게 버섯볶음을 했다. 냉장고 속의 느타리버섯 한 팩이 오래되기 전, 아직 싱싱할 때니, 순한 간으로도 충분하다. 식재료의 풍미가 좋을 때에는 간을 삼삼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더 좋다. 반면, 냉장고에서 며칠을 잊힌 채 있던 시들시들한 식재료는 간을 세게, 양념 맛으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게 낫다. 어떻게 만들든 채소볶음을 바로 했을 때는 맛이 좋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하루가 지나고 일단 냉장고에 들어가면, 그 채소볶음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이때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카레다. 남은 채소볶음에 물을 조금 붓고, 카레 가루를 섞어서 한번 더 보글보글 끓이면 손쉬운 카레라이스가 완성된다. 이때, 채소볶음의 기본양념이 순하면 별 문제없는데, 기본 간이 짜거나 매웠을 때에는 카레가루의 양을 잘 조절해 주어야 한다.
느타리버섯볶음은 기름 없이 만들었다. 양파 한 개를 길쭉하게 썰어서 팬에 볶다가, 느타리버섯을 섞어서 함께 볶았다. 느타리버섯은 잠깐 데쳤다가 물기를 쪽 빼고 사용하는 사람도 많은데(이렇게 하면 버섯에서 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깨끗이 씻어낸 느타리버섯을 물기만 살짝 제거하고 사용했다. 양파와 느타리버섯을 함께 볶으면, 버섯에서 물이 많이 나오니 기름 없이 볶아도 타지 않는다. 양파가 노릇한 색감이 되었을 때, 소금 반 작은 술, 그리고 후추 약간으로 간을 했다. 버섯에서 계속 물이 나와서 자박한 상태로 끝냈는데, 더 볶아서 물기를 좀 더 날려주어도 괜찮다. 접시에 옮겨 담으니 버섯에서 나온 국물의 색이 노릇한 갈색이라 기름이 없어도 티가 나지 않고, 보기에도 좋다. 개인접시에 쌈장과 생들기름을 따로 담았다. 버섯볶음이 싱겁거나 기름이 필요한 사람을 곁들이면 된다. 간을 약하게 한 데다가 물까지 많이 나와서 삼삼하지만, 버섯의 향미가 좋아서 오히려 더 감칠맛이 난다.
아직도 추석에 선물로 들어온 냉동반찬과 냉동국이 많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먹는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부지런히 꺼내는데도 끝없이 나온다. 오늘도 냉동국을 한 가지 꺼내어 가족들 반찬에 더했다. 들어온 음식이나 냉동실의 음식은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가 틈틈이 꺼내지 않으면, 어느덧 해갈이를 하고 잊혀서 그대로 쓰레기통행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잘 챙겨 먹어도 한 달이 훌쩍이다. 추석 송편도 아직 냉동실에 있어서 아침에 쪄두고 하루 종일 간식으로 먹고 있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Christina Rumpf